대표팀의 세대교체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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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세대교체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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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다음에 4강이 있었다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분위기를 흐려놓은 대 우루과이전 패배의 후유증이 제법 크다. 국내 스포츠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표팀을 성토하고 있고, 적지 않은 네티즌들도 덩달아 우루과이전에 부진했던 몇몇 대표선수들과 코엘류 감독에게 인신공격성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있다.

불과 얼마 전의 한일전 때만 하더라도 압승의 기쁨에 찬사로 일관하던 여론은 이처럼 하룻밤 사이에 싸늘하게 돌변해 버렸다. 역시 인심이라는 것은 이토록 변덕스러운 것인가.

물론, 비난에도 근거는 있다. 17차례나 슈팅을 쏘아대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형편 없는 골결정력, 코엘류 체제 출범 이후로 도무지 만족스럽지 못한 A매치 경기 내용(1승 1무 2패, 1득점 3실점) 등 한일월드컵 4강 이후로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안정환? 아예 히딩크도 다시 부르지? 

 
   
  ⓒ 스포츠투데이  
 

그러나 당혹스러운 것은 평가전의 패배보다도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소동들이다.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최용수, 차두리 등 특정선수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 코엘류 감독의 전술에 대한 성토 등 일부 여론의 신경질적인 반응이야 연례행사였지만,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신병훈련을 위해 입대한 안정환 선수를 특별 차출한다는 결정은 국방부- 축협 합작으로 연출한 쇼맨십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르헨티나가 일본을 4-1로 격파하면서 홈에서 망신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또한 안정환이 이제 한국대표팀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안정환을 차출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이득이 있을까?

대표선수인 훈련병이 입소 기간 중 차출되려면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국방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이 과연 무리를 해서 안정환을 필요로 할 만큼 '특수한 상황'인가? 지금은 월드컵도, 올림픽도 아니다. 상대가 아르헨티나라 해도 이것은 일개 평가전에 지나지 않는다. 평가전은 경기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에 맞추어 대표팀을 단련시켜나가는 과정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컨디션 조절이 생명인 운동선수들은, 하루만 쉬어도 몸이 달라진다. 군사훈련 때문에 전혀 준비 안 된 몸 상태를 가지고 실질적인 공헌도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만일 패배라도 당한다면 그 책임을 이젠 안정환에게 미룰 생각일까? 일회성 평가전의 승리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아예 홍명보나 히딩크도 '월드컵 특집'으로 모셔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히딩크 감독 시절 평가전 경기 결과에 일비일희하던 때가 연상되어 씁쓸한 기분이 먼저 든다. 단언컨대, 지금의 소동은 명분상으로나 실리상으로나 전혀 이득될 게 없고, 축구를 빌미로 여론에 아부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행정의 극치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요구하지 말라

우루과이전 패배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다름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냄비즘'의 건재를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다. 평가전 패배 이후 대표팀과 코엘류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 내용에서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보다는 오히려 정체되고 과거지향적인 목소리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데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불과 2년 전 히딩크가 처음 한국대표팀을 맡았던 시절을 기억해보자. 히딩크는 데뷔 첫경기(노르웨이전 2-3패)부터 패배의 쓴맛을 마셨고, 한때는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수모를 겪었다. 그런 히딩크를 괴롭힌 것은 오히려 경기 결과보다 대표팀의 발전 과정을 인내심있게 지켜보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에 일비일희하던 냄비 여론이었다.

'외국인 감독이라서 국내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포백은 역시 국내에 적합하지 않다', '대표팀은 선수육성하는 데가 아니라 최고의 선수들만 뽑아놓는 곳이다'

히딩크 감독은 물론이고, 그보다 거슬러 올라가는 허정무-차범근 감독 시절에도 듣던 똑같은 레퍼토리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여론에 영향을 받았던 국내 감독들과 히딩크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98년 월드컵 대표팀 감독 시절의 차범근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의 허정무는 똑같이 초기에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대표팀을 만들어나가던 유능한 젊은 감독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월드컵/올림픽을 앞두고 얄궂게도 똑같이 평가전에 지나지 않던 한일전에서의 패배(둘 다 한일전에서 2연패했다)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후 축협의 견제와 질타로 선수 선발, 전술적 포메이션 등 감독 고유의 권한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독선이라는 비난 속에도 끝까지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해나감으로서 결실을 맺었다. 물론 국내 축구계에 대한 존중 부족 등 결점도 없지 않았고, 히딩크 혼자 이룬 공도 절대 아니다. 그러나 냄비즘 속에서 단점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히딩크를 지켜준 이용수 당시 기술위원장의 서포트가 있었고, 근성을 불태운 선수들의 공으로 4강을 합작해냈다.

혹자는 말한다. 코엘류와 히딩크의 상황은 다르다고, 코엘류는 히딩크가 구축해놓은 4강 전력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냐고. 4강을 이뤄낸 한국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좋지만 착각은 금물이다. 우리가 전반적인 축구 수준까지 세계4강에 도달한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음 월드컵에서 또다시 16강을 근심해야하는 도전자의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

황선홍, 홍명보는 은퇴했고, 팀은 전반적으로 세대교체의 과정에 있다. 98월드컵 3위 크로아티아를 기억해보자. 세대교체에 실패한 결과는 다음 대회인 한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였다.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조차 (2002 월드컵 예선 6패-본선 우승)아차 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도 못할 수 있는게 현대축구다.

비판 자체를 문제삼기보다는 코엘류 축구를 일방적으로 단정지으려는 여론의 경직성이 문제다. 코엘류에게 필요한 건 간섭이 아니라 시간이다. 히딩크가 2002 월드컵 4강 전력의 모양새를 겨우 갖추기 시작한 게 월드컵 불과 3개월 전, 유럽 전지훈련 때부터였다. 부임한지 1년 3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였다. 바로 전대회인 북중미 골드컵 대회까지만 해도 경질설이 나돌 정도였음을 되새겨보자.

조금 있으면 아르헨티나 전이 다시 시작된다. 열광하며 응원하되, 경기 결과만 놓고 너무 일비일희하진 말자. 이겨도 평가전이고, 져도 평가전일 뿐이다. 월드컵 4강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제발 평가전에 목숨걸지 말고 4강 국가답게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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