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교묘한 샤프 파워(Sharp Power)
-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치밀한 SNS 투자
- 글로벌을 사로잡는 이란의 ‘슬로파간다’(slopaganda)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한 곳으로 공을 차 옆에 있는 주택의 유리창을 깨는 장면이 나옴 / 사진=X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매일 이어지는 다양한 내용의 발언과 서방 언론 보도는 미국의 월등한 승리를 점치는 듯한 보도가 많다. 그러나 중동의 언론은 다소 다른 시각에서 보도하기도 한다. 이란이 그렇게 무능하고, 무질서하며, 힘이 없는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란과 미국 간의 ‘소셜 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한 정보전과 그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영향은 서로에게 상당하다. 이란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미국 및 트럼프 행정부를 조롱하고 약화시키는 콘텐츠를 제작 및 배포하며, 이를 통해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러한 정보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전략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파워 전쟁’(Soft Power War)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란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치 있는 반격’과 ‘비꼬는 모욕’, ‘AI 생성 영상’ 등을 활용하여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전쟁 발발 후 참여도와 조회수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이는 이란의 정보전 전략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더 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디지털 전쟁 센터’를 설립하여 ‘소프트 파워’를 활용한 정보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소규모 콘텐츠 제작 업체와 협력하여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익스플로시브 미디어라는 이란 기반 콘텐츠 제작 회사가 이란 정부와 관련된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미국 문화와 인터넷 트렌드를 활용해 미국 관객들에게 조롱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란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를 약화시키고, 조롱하며, 테헤란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이란의 정보전은 미국과 이란 간의 전반적인 갈등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이란의 교묘한 샤프 파워(Sharp Power)
재치 있는 반격, 비꼬는 모욕, 그리고 화려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AI 생성 영상은 모두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사용한 핵심 도구이며, 소셜 미디어는 두 달 넘게 지속된 이 공방전의 ‘주요 전선’(key front)이 됐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공방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통신 및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목적이 미국의 입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약화시키는 콘텐츠로 정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교의 허스트 전략 커뮤니케이션 선임 교수(Hurst senior professorial lecturer in strategic communication)인 프리야 도시(Priya Doshi)는 “샤프 파워(Sharp power)는 상대방을 약하게 보이게 하거나 상대방의 시스템을 역이용하여 의도적으로 상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한 국가가 상대국의 정치 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약화시키기 위해 교묘한 외교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이른바 ‘샤프 파워’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인 X 등에는 이란 제작 다양한 콘텐츠들이 널리 퍼져 있다.
이 영상들과 간결한 논평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초기에 펼쳤던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당시 캠페인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영상들을 이용해 이란 공격을 미화했는데, 게임 장면을 편집하고 미국 전쟁 영화와 대중문화 이미지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이러한 영상들은 전쟁의 대가를 경시한다는 비판을 미국 내에서 불러일으켰다.
프리야 도시 교수는 “현 트럼프 행정부는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비전통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란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행보를 역이용하여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대사관 계정에 게시된 영상과 소셜 미디어 ‘반격’들은 미국 문화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도발적인 언어에 대한 이란 측의 이해를 잘 보여준다.
태국 주재 이란 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의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기자회견 도중 잠든 것처럼 보이는 영상 클립을 포착했다. 이에 가나 주재 이란 대사관은 해당 클립을 레고로 만든 버전을 공개했다. “그는 이란을 이겼다는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그냥 자게 놔두세요.”라고 해당 계정은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휴전 연장을 발표한 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이란 대사관은 인공지능이 제작한 영상을 게시했는데, 이 영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 없는 이란 대표단과 협상하는 척하는 모습이 경쾌한 카니발 음악과 함께 묘사되어 있다.
전략대화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의 선임 연구 책임자인 조셉 보드나르(Joseph Bodnar)는 “처음에는 ‘충격과 경악’(shock and awe)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충격과 공유’(shock and share)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보드나르는 동료 분석가인 크리시아 시코라(Krysia Sikora)와 함께 이란 외교 계정에 대한 온라인 참여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추적하고 있다. 시코라와 보드나르의 연구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첫 50일 동안 이란 정부 공식 계정의 게시물은 총 9억 회의 조회수와 2200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 50일 동안 ‘좋아요’ 수가 30배 증가한 것으로, “이란이 지금까지 전쟁에서 거둔 가장 주목할 만한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장악력을 그 이유로 꼽을 수도 있다.
보드나르와 시코라는 이란의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를 약화시키고, 폄하하고, 조롱함으로써 테헤란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코라는 “온라인 시청자들이 이란이 인권 유린이 만연한 전체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측 모두 복잡한 사정이 있으며, 선전 활동으로 전쟁과 분쟁의 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치밀한 SNS 투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이란 2040 프로젝트’(Iran 2040 project)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틴 미라메자니(Matin Mirramezani)는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영향력 쟁탈전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치밀한 투자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IRGC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정권을 수호하는 주요 군사 조직으로, 이란 내부의 강력한 탄압 활동과 해외 군사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 뜻 : 신의 정당), 가자 지구의 하마스(Hamas : 이슬람 저항운동), 예멘의 후티(Houthis : 알라의 조력자) 반군과 같은 중동 전역의 대리 무장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과 전 세계에서의 공격 감행이 포함된다.
2016년 이란 혁명수비대는 ‘디지털 전쟁 센터’(digital warfare center)를 설립하고,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미라메자니는 "그것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며, 핵심 목표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미디어 전선에 참여하고, 이러한 종류의 소프트 전쟁 또는 소프트 파워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코르브-에 바키아트-알라(QBA) 본부라고 불린다.
2023년 미라메자니는 이란 정부의 일반 예산에서 ‘코르브-에 바키아트-알라’(QBA=Qorb-e Baqiat-Alla) 본부에 약 5,500만 달러(약 812억 원)가 지원되었는데,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주요 기획 및 건설 부서인 카탐 알 안비야(Khatam-al-Anbiya) 본부의 예산 항목보다 세 배나 많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카탐 알 안비야 본부는 약 2,000만 달러(약 295억 원)를 지원받았다.
QBA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문화본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디지털 전쟁을 위한 전략 및 작전 센터로서, 문화적 위협에 대응하고 종교적, 혁명적 가치를 강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수장은 IRGC 최고사령관이며, 부사령관은 본부장 역할을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라메자니는 콘텐츠가 “자유 시장”(free market)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며, QBA 본부는 “소규모 콘텐츠 제작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인터넷에서 자란 세대의 창의성을 활용하고, 정권과 이념적으로 일치하는 인력풀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레고 관련 영상 콘텐츠의 상당 부분은 이란에 기반을 둔 콘텐츠 제작 회사라고 자칭하는 익스플로시브 미디어(Explosive Media)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란 내 거주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익스플로시브 미디어가 이란 정부와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익명의 폭발물 미디어(Anonymous Explosive Media) 관계자들은 서방 언론 매체에 이란 정부가 자신들의 고객이라고 밝혔으며,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란 국영 언론이 콘텐츠 배포권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뉴스 미디어 회사 허가를 신청했으며,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이란 국민에게 제한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익스플로시브 미디어 팀은 평균 연령 25세 정도의 약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관계자가 드롭 사이트 뉴스(Drop Site New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당 관계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익명의 익스플로시브 미디어 관계자는 드롭 사이트 뉴스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자신들이 이란 정부를 옹호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에 발생한 대규모 시위 당시에도 이란 정권을 비판했었다고 주장했다. 이란에서는 일부 비판은 용인되지만, 이슬람 공화국 정권과 최고 지도자에 대한 시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미디어 관계자는 “우리가 이전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도,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전쟁 중에 우리는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정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을 사로잡는 이란의 ‘슬로파간다’(slopaganda)
미국 대학의 프리야 도시 교수는 이란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되는 콘텐츠는 “슬로파간다”(slopaganda)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용어는 지난해 새로운 미디어가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분석한 세 명의 연구자가 처음 만들어낸 것이다.
’슬로파간다‘는 '인공지능 슬롭(AI slop : 인공지능이 생성한 무분별하고 저품질인 콘텐츠)과 프로파간다(propaganda : 선전)의 합성어이다. 이는 주로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상에서 여론을 조작하거나 상대를 비방하기 위해 AI를 이용해 대량으로 만들어낸 조잡한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 등을 지칭한다.
프리야 도시는 이란 제작자들이 레고 캐릭터와 같이 상업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미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힙합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평소 국제 정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오락을 통해 사로잡고 있다면서, “그런 다음 그들은 엔터테인먼트라는 통로를 통해 미국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메시지를 매우 조롱적이고, 악의적이고, 비꼬는 방식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익스플로시브 미디어의 콘텐츠와 이란 정부 계정에 게시된 다른 영상들은 백악관의 가장 눈에 띄는 스캔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한 영상에서는 트럼프가 만화책 ’악당 베놈‘(villain Venom :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적수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지칭)으로 묘사된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조종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른 영상들에서는 트럼프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꼭두각시로 그려진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 장관(국방장관)이 레고 캐릭터처럼 묘사된 풍자 영상에서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해 과거 성폭행 의혹과 현재 국방부 내분 사태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이슬람 공화국의 미덕을 찬양하고 침략자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중독성 있는 랩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
소셜 미디어는 트럼프의 주요 소통 수단이며, 그는 온라인 영상이 자신의 행동이나 반응을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주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의 권위주의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돈워리, 비해피”(Don't Worry, Be Happy)에 맞춰 춤을 추는 소셜 미디어 영상과 그가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다른 사례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그를 체포하기 위한 1월 작전을 개시하도록 설득하는 데 일조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결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4시 5분, 트럼프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기관총을 든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를 게시하며 “더 이상 착한 남자는 없다!”라고 선언했다. 배경에는 산맥의 군사 전초기지를 공격하는 여러 차례의 폭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란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비핵 협정을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서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그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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