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 안양 연속보도③] 434억 쏠린 문화복지…청년정책인가, 생애주기 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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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시선- 안양 연속보도③] 434억 쏠린 문화복지…청년정책인가, 생애주기 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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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청년정책이 복지 목록에 머무는 순간, 자립은 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난 3월 25일 보도와 5월 1일 연속보도②에서 확인했듯, 안양시의 2026년 청년정책은 외형상 확대됐다. 사업 수는 늘었고 전체 예산도 커졌다. 그러나 확대된 정책을 세부 항목별로 다시 나눠 보면, 이 정책이 정말 청년 개인의 자립을 중심으로 설계됐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청년정책은 이름만으로 청년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청년이라는 세대가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 즉 일자리 불안, 소득 기반 부족, 주거비 부담, 사회 진입 지연, 관계망 약화, 미래 설계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안양시가 제출한 ‘2026 청년정책 종합추진계획’의 총사업비는 486억 6,608만 2천 원이다. 이 가운데 문화복지 분야 예산은 434억 2,943만 3천 원이다. 전체 예산의 대부분이 문화복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 반면 일자리 분야는 22억 2,190만 8천 원, 창업 분야는 8억 8,100만 원이다. 숫자만 놓고 봐도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분명하다.

정책의 방향은 구호가 아니라 예산에서 드러난다.

안양시가 청년의 자립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예산이 자립 기반보다 문화복지에 압도적으로 배치돼 있다면 정책의 중심은 달리 읽힐 수밖에 없다. 문화복지 분야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청년의 삶에는 문화도 필요하고 복지도 필요하다. 정신건강 지원, 고립·은둔 청년 지원, 청년예술인 지원, 청년축제, 식생활 자립 교육 등은 청년의 사회적 관계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문화복지 분야 안에 포함된 대규모 사업들의 성격이다.

건강한 임신·출산 지원, 일·가정 양립 보육지원, 안양형 출산지원금 등 상당한 예산이 가족·출산·보육 중심 사업에 배치돼 있다. 이들 사업은 분명 지방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이다. 저출생 대응, 양육 부담 완화, 신혼부부와 출산가구 지원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청년정책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정책과 청년정책의 핵심 정책은 구분돼야 한다.

이 구분이 흐려지는 순간 청년정책의 정체성은 흔들린다.

청년정책이 청년 개인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된다면 핵심은 자립이다. 일할 기회를 만들고, 소득을 확보하게 하며,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출산·보육 중심 예산이 청년정책의 중심으로 들어오면 청년은 독립된 정책 대상이 아니라 가족 형성 과정의 일부로 해석된다. 청년 개인의 현재가 아니라 향후 가구 구성과 출산, 양육 단계가 정책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청년정책이 개인의 자립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와 가족 단위 복지정책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때, 예산 배분도 달라지고 성과 평가도 달라진다. 전자는 취업, 소득, 주거, 사회 참여, 정신건강, 관계망 회복을 중심으로 성과를 따져야 한다. 후자는 출산, 보육, 양육 지원, 가구 안정이 주요 지표가 된다. 두 정책은 연결될 수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이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청년정책은 커질수록 더 모호해진다.

지금 안양시 청년정책이 보여주는 구조적 쟁점도 여기에 있다. 예산은 청년정책으로 묶였지만, 실제 사업 성격은 청년 개인의 자립 정책과 가족·보육·출산 정책이 함께 섞여 있다. 이 경우 행정은 전체 예산 규모를 청년정책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 개인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그 숫자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정책의 착시다.

486억 원이라는 숫자는 크다. 71개 사업이라는 구성도 작지 않다. 하지만 청년 개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 취업 준비 과정에서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독립을 준비할 때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 창업을 시도할 때 초기 실패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 고립된 청년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예산이 크다고 체감이 큰 것은 아니다.

정책의 체감도는 예산 총액이 아니라 청년의 삶과 맞닿는 정도에서 결정된다. 청년 개인에게 직접 닿지 않는 예산이 크면, 전체 규모는 커져도 체감은 낮아진다. 반대로 예산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청년의 주거비, 취업 준비비, 창업 초기 비용, 정신건강 회복, 사회관계망 회복에 직접 닿는다면 정책 효과는 더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복지 예산이 압도적인 현재 구조에서는 성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단순히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몇 건을 지원했는지도 충분하지 않다. 정책 참여 이후 청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취업 지원을 받은 청년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는지, 주거 지원을 받은 청년이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사회 복귀로 연결됐는지, 문화·예술 지원이 청년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으로 이어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처럼 사업 성격이 넓고 추진 부서가 분산돼 있으면 이런 성과 측정은 쉽지 않다. 복지, 보육, 문화, 건강, 청년공간, 참여 사업이 한 틀 안에 들어오면 정책의 효과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대상도 개인과 가구를 오간다. 그 결과 청년정책만의 성과를 따로 측정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행정은 예산 집행률과 사업 추진 실적을 성과로 제시하게 된다.

이 흐름이 반복되면 청년정책은 ‘미래 설계’가 아니라 ‘사업 관리’로 축소된다.

청년정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사업은 집행됐지만 청년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 상태, 예산은 늘었지만 자립 경로는 여전히 약한 상태, 이름은 청년정책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복지사업의 재분류에 가까운 상태다. 이런 구조가 굳어지면 정책은 커질수록 더 복잡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책임은 흐려진다.

안양시가 청년정책을 진정한 미래 정책으로 만들려면 먼저 정책의 중심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청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 성장의 주체로 볼 것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보호만으로 청년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지원은 출발점이어야 한다. 도착점은 자립이어야 한다.

문화복지 분야도 같은 기준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청년정책 안에 포함되는 문화복지 사업이라면 그것이 청년 개인의 삶에 어떤 직접적 변화를 만드는지 설명돼야 한다. 출산·보육 사업이라면 그것이 청년의 생활 안정, 경력 유지, 경제적 지속 가능성, 지역 정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청년 연령대가 일부 포함된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정책에 넣는 방식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책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작동 방식이다.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청년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의 삶을 직접 바꾸고, 청년의 자립 경로를 강화하며, 청년이 지역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사업이어야 청년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문화복지 예산을 단순히 줄이자는 주장이 아니다. 핵심은 재분류와 재설계다. 청년 개인의 자립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 가족·출산·보육 중심 사업, 일반 문화·복지 사업을 구분해 각각의 목적과 성과 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 규모의 착시를 걷어내고 실제 청년정책의 밀도를 확인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포괄적이어야 하지만 모호해서는 안 된다. 넓어질 수는 있지만 흐려져서는 안 된다. 예산은 커질 수 있지만 방향은 선명해야 한다.

안양시의 2026년 청년정책은 지금 그 경계에 서 있다. 문화복지 중심의 대규모 예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청년 자립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경로를 다시 설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제 안양시는 답해야 한다.

486억 원의 청년정책이 청년의 현재를 얼마나 덜어주고 있는지, 청년의 내일을 얼마나 세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예산이 실제 자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청년정책은 이름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된다.

기자수첩 한마디 “청년정책이 복지 목록에 머무는 순간, 자립은 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 본 보도는 안양시 청년정책을 짚는 연속보도 5부 가운데 세 번째 기사다. 다음 보도에서는 일자리·창업 분야 예산 구조와 청년 자립 효과를 중심으로, 안양시 청년정책이 실제 경제적 기반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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