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압록강대교 건설과 라진(나진)항 부두사용권 등으로 중국이 북한 개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 정작 개방 당사자인 북한은 정책노선에 균열과 잡음이 감지되고 있다.
25일 미국 AP통신이 평양의 대형 마트에 저가 중국산 상품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바로 다음 날인 26일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 노동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부위원장이 “가급적 ‘개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금 북한 내부에서는 실물경제에서 강한 개방 분위기가 감지되는 반면 정치 지도부에서는 개방을 경계하는 정책적 모순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 두 뉴스가 대비적으로 암시한다.
현재 북한 안에서 불고 있는 중국산 상품의 점유율과 인기는 거의 지배적이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도 두 나라의 총 교역액은 35억달러로 전년대비 30% 늘어났고, 특히 작년도 1월부터 11월까지의 교역액은 51억달러로 연간 70%나 급증했다.
반면 김정은 부위원장이 특별히 ‘개방’이라는 말 자체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자신의 생일인 지난 1월 8일 노동당의 사업을 지도하는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고급 간부들과의 대담 자리였다. 국가 운영에 대해 훈시하던 김정은은 “개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지시를 내린 것. 북한만의 고유한 사회주의 체제이념을 고수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는 북한 노동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당 간부들에게 남북 경제협력 추진을 지시한 문건과는 배치되고 있다. 중국의 거센 개방 압박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선 안착 후 개방노선을 펼칠 공산도 있어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지도부는 지난 1월 6일 당 간부들에게 배포한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조선노동당의 경제노선과 임무’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에서 “북남 경제협력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 밝히고 있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북남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설치하기로 했다가 중단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북한 지도부는 ‘신소비 캠페인’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평양을 중심으로 내수유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백화점 마트 등 유통시설에 채워지는 상품들은 거의가 저가 중국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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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평양제1백화점 내부 모습 ⓒ 뉴스타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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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갑작스런 쇼핑 활성화 정책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김정은의 지도력을 부각하려는 의도, 또는 북한 지도부가 평양 부유층들의 자본력을 흡수하려는 의도 등으로 보인다. 이처럼 겉으로는 중국과의 교역 및 유통을 확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개방을 경계하는 괴리현상이 현재의 북한 개방정책의 혼선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북한의 개방은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다소 간 늦춰질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생필품 부족과 중국의 개방압력, 그리고 체제 지키기의 부담이 복합 작용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개방 혼선이 향후 북한체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