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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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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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장조림과 어머니 이야기

 
   
  ^^^▲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장옥선 권사다리 한쪽을 못 쓰는데도 늘 밝고 명랑하시다.
ⓒ 박철^^^
 
 

아무리 고기가 흔하다고 해도 소고기는 먹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돼지고기는 가끔 먹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먹성이 좋아 돼지고기 이만 원어치 사면 하나도 안 남기고 한번에 다 먹어치웁니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돼지고기를 사다 먹는데, 어쩌다 건너뛰면 아이들이 데모를 합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감기라도 걸릴 것 같으면 돼지고기 사다 구워먹습니다. 영양 보충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감기가 다 물러갑니다. 한번 해보세요. 그러나 정확한 근거는 없으니 너무 믿지는 마세요.

아이들이 돼지고기를 상추에 싸서 한입 가득 먹는 걸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부모 마음은 다 같겠지요. 나는 유년시절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거의 먹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쌀밥이 어떻게 생겼는지 친구 집에 놀러갔다 처음 보았을 정도이니 얼마나 가난하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화천 읍내로 이사를 와서 조금 집안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드리려고 소고기 장조림을 하셨는데, 어느 날인가 도시락 반찬으로 소고기 장조림을 두 토막을 싸 주셨습니다. 매일 깡보리밥에 김치나 싸 갖고 다니다가, 소고기 장조림을 싸 갖고 학교엘 가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나는 점심시간에는 늘 혼자였습니다. 도시락을 먹을 때 누가 내 시험지 볼까봐 손으로 시험지를 가리는 것처럼, 늘 도시락 뚜껑으로 밥이랑 반찬을 가리고 먹었습니다. 그날은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보란 듯이 밥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노○○라는 친구가 내게 다가왔습니다.

노○○는 우리 반에서 제일 부자였습니다. 노○○ 아버지가 목재상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지 늘 새 옷을 입고 다니고 매일 군것질거리를 손에 달고 다녔습니다. 도시락 반찬도 늘 최고급이었습니다. 노○○가 내게 다가와서는 “야 너 웬일이냐? 소고기 반찬을 다 싸오고. 나도 좀 먹어보자.” 하더니 소고기 장조림 한 토막을 입에 넣었습니다.

잠시 소고기 장조림을 씹더니 “야. 이거 상했잖아.” 하며 책상에 ‘퉤!’하고 뱉는 것이었습니다. 무안했습니다. 친구가 소고기 장조림을 싸온 것이 못마땅해서 그랬을까요?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요?

오늘 아내가 외출을 해서 나 혼자 아침 겸 점심밥을 차려먹었습니다. 대룡리 시장에 나가서 국밥이라도 사먹을까 생각하다 그냥 차려먹기로 했습니다. 밥상을 차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먹을 게 풍성해지면 자연히 게을러 터지는 게 아닌가?’ 하고….

묵상기도를 하고 밥을 먹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지금 너무 부자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간단한 뉘우침이 들었습니다. 유년시절,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나의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내 평생에 밥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40년 전 어머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던 소고기 장조림, 아버지가 잡수실 것을 싸주시면서 나의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소고기를 두어 근 사다가 아내에게 장조림을 만들어 어머니께 갖다 드려야겠다고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소고기 장조림은 나의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단추입니다. 갑자기 소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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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리 2003-06-17 15:26:37
느릿느릿
목사님 반갑습니다.
이곳 거제는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네요.
항상 좋은 글 기대합니다.

think 2003-06-17 15:54:20
참 아름답고 슬픈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소고기 장조림이 옛날에는 참 귀한 음식이었지요.
어른들 밥상에 오르는 요즘 아이들 장조림 주면 먹을까요? 먹어본지가 하두 오래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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