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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는 아내에게 들통이 날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빨라졌다. 서재로 가서 단말기를 키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이곳저곳을 검색했다.

하지만 신통한 것이 없다. 마음이 무거워 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다리와 어깨가 쑤시고 아팠다. 요즘 늘 있는 통증이 언제 가시려는지 계속 저려왔다.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다른 종목들은 잘도 오르고 있다. 상규가 산 주식들은 하나 같이 내려 있고 손실 폭이 절반이 넘는 종목이 수두룩했다. 도대체 이 도깨비 같은 장난은 왜 해서 내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 때문에 어깨가 더 쑤시고 아팠다.

증권 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쳤다. 완전히 도박이다. 아무리 주식 시세표를 들여다보아도 어떤 놈이 우량주인지 잘 모른다. 우량주면 또 무엇 하는가,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내가 산 주식은 외국인들이 입질도 안 한다. 그렇다고 손해 본 것이 한두 푼이 아닌데 밑지고 팔수도 없다.

상규는 가진 돈 전부를 투자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은행돈, 사채까지 얻어다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손해를 보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잔고를 조회해 보니 몇 백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급하다는 직장 동료의 돈을 당장 값아 주겠다고 했는데 팔을 주식이 없었다. 그래도 팔아서 빚을 갚자니 너무 손해가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안이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상규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직원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해도 아나 무인이었다.

“그래도 함께 일 했었잖니,”
“그럼 무얼 해요, 직원들도 집에 식구들이 있는데요.”
한 직원은 오늘 아침에 사장님이 봉급을 준다고 해서 자기 식구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해하며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그 직원은 오히려 울면서 통 사정을 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그 직원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자기 책상의 전화통을 상규에게 던지는 바람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런 망신을 당하자 죽고 싶은 생각이 날 뿐이었다.

하지만 직원들과 빚쟁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가족들이 불쌍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 문제였다. 주식으로 손해 본 것을 찾아야 하지만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너는 그런 일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니?”
“아니지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까지 심각하게 될지는 몰랐지요.”
“그래 좋은 생각만 했었겠지.”
광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연성을 다시 생각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지, 돈을 버는 것도 우연성의 일부이고 악인이 되는 것도 우연성의 일부로 그렇게 되지, 누가 사람 죽이고 싶어서 사고를 치고, 주식으로 돈을 잃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모두 우연성의 일부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상규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상규는 요즘 들어서 주식투자가 현대판 노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단말기를 들여다보며 손가락 몇 개를 놀리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노름꾼하고 다른 게 없다.

누구는 피땀 흘려 일해서 돈을 버는데 손가락 몇 개로 키보드 판을 두들겨서 돈을 벌려고 하니 문제다. 그게 노름판하고 다른 게 뭐 있겠는가, 노름꾼들이 노름판에서 돈을 다 잃고 나면 먼저 하는 일이 가족을 들볶는 일이다.

아편 중독자들처럼 돈을 만들어 내라고 닦달을 한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돈을 만들 곳이 없다고 하는 부인을 주먹으로 때리기 일쑤다. 현대판 노름꾼과 고전적 노름꾼의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라는 괴물로 집에 앉아서 혼자 한다는 것이 다르다.

노름꾼이 밖으로 나 돌며 노름을 한다면 주식 투자는 집에서 하며 그 돈이 산업 자금으로 쓰여 지는 것밖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쌀 몇 가마니 값을 하루 저녁에 노름으로 잃어버리는 게 아니고 한 번에 몇 백만 원씩 않아서 주식 가치 평가액이 줄고 늘며 잔고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점이다.

주식이 폭락하는 날에는 몇 천만 원씩도 하루에 날라 간다. 답답해서 숨통이 막혔다. 그렇게 돈을 잃으면서도 정작 집에 생활비도 제때에 주지 못한다. 생활비를 제때 못 주어서인지 아무 것도 먹을 게 없었다.

속이 쓰려서 간단한 것을 좀 먹고 싶었지만 김치통과 마른반찬을 넣은 몇 개의 반찬통과 물병이 들어 있는 게 고작이었다. 울화통이 다시 치밀었지만 물 컵에 냉수를 하나 가득 부어서 벌컥 거리가 나게 물을 마셨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주식시세가 좋아서 얼마라도 잔고가 늘어나면 우선 아내가 어제 꾸어온 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서 어서 해가 뜨고 아침이 왔으면 하는 생각에 초조했다.

원래 하나님은 일하고 살게 인간을 창조했다. 일하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땀 흘려 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대가를 보상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들었다.

그런 일의 반복은 점점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지며 미친 짓을 밤낮 없이 하게 되었다. 잃은 돈 찾을 생각만 하다가 보니 두통이 생긴다. 한두 시간 자고 나면 일어나게 된다.

또다시 컴퓨터 중독자처럼 온갖 짓을 하며 미친 듯 키보드 판을 두드린다. 사무실에는 나가지도 않고 밀림 봉급을 직원들에게 줄 생각도 안하고 그런 짓만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게 요즘의 상규 일과가 되었다.

어떤 친구는 노름의 종류를 다양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점점 맞아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고전적 노름은 말할 것도 없고 카지노, 경륜, 경마, 주식투자, 내기 골프, 내기 바둑, 내기 당구, 돈을 걸고 하는 모든 경기를 제로섬게임으로 규정하여 말했다.

그 친구에 따르면 온 세상은 노름판이라는 것이다. 복권 역시 따지고 보면 사행심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노름을 매일 하고 있다. 상갓집에 가서 치는 고스톱 판, 동창회를 하고 난 후에 벌이는 포커 판, 곗날 부녀자들이 벌리는 화투놀이, 모두가 따지고 보면 투기심이 유발되는 노름판하고 다른 게 없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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