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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무대왕 수중릉혹은 뼛가루를 뿌렸다고도 하고 혹은 뼛가루를 묻었다고도 한다 ⓒ 경주시^^^ | ||
봄비에 하얀 배꽃이 흐드드 흐드드 떨고 있다. 그 배꽃나무 아래에는 봄비에 떨어진 꽃잎도 더러 보인다. 배꽃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아담한 탱자나무 울타리. 늘 보아도 낯익고 정겨운 그 울타리에서도 하얀 꽃망울이 눈물처럼 망울망울 매달려 있다. 마치 온몸에 뾰쪽한 가시를 매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하소연이라도 하듯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옷을 홀랑 벗고 드러누워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파아란 뚝새풀로 알몸을 감추던 들판도 목욕 중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물살이 제법 잔주름을 잡고 있는 걸 보니 이제는 모라는 새옷을 갈아입을 모양이다. 아니, 마음 급한 들판 몇몇은 이미 가슴에 노오란 볍씨를 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문무대왕릉으로 가는 길 곳곳에는 밥풀떼기꽃이라고 불리우는 조팝나무꽃이 진짜 밥풀처럼 하얗게 매달려 있다. 저 밥풀떼기꽃은 보기보다는 향기가 정말 좋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와서 그런지 향기가 별로 나지 않는다. 밥풀떼기꽃 옆에서는 피처럼 빠알간 철쭉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춥다. 이상하게 목덜미가 오슬오슬하다. 감기 기운이 있나? 감기는 무슨? 그래. 목덜미에 소름이 돋도록 추운 것은 감기 기운 때문이 아니다. 어젯밤부터 계속해서 봄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봄비? 그래. 해마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상하게 어디론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까닭도 없이 술에 취하고 싶었다.
어젯밤에 막걸리집에서 만난 7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봄에 비가 잦으면 그해 여름에는 반드시 흉년이 진다고. 그리고 꼭 그런 해에는 벼가 마악 패기 시작할 때면 큰 태풍이 온다고. 또 누가 그랬던가. 봄에 오는 비는 보슬비요, 여름에 오는 비는 이슬비, 그리고 가을에 오는 비는 가랑비요, 겨울에 오는 비는 눈, 이라고.
"저게 유홍준이 책 표지에 나오는 그 감은사지 탑 아이가?"
"그래. 바닷가 쪽에 서 있는 저 탑이 동탑이고, 바로 옆에 서 있는 저 탑이 서탑이야. 저 곳에는 서울 살 때부터 자주 갔었지."
"저 탑 속에는 뱀이 있다며?"
"그 뱀이 탑 속에 있는 뱀인지는 알 수가 없지. 하지만 나도 그 뱀을 한번 보기는 봤는데, 지키미처럼 제법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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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에서 바라본 문무대왕 수중릉 ⓒ 경주시^^^ | ||
어느새 장대비 내리는 소리 같은 파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봄비 내리는 동해안의 바다라. 여기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물 맑고 생선회가 유명한 감포다. 그리고 문무대왕릉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양남이다. 그리고 더 달려가면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울산 정자 앞바다에 이른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봉길해수욕장 앞에 드넓게 펼쳐진 바다 앞에 떠있는 아담한 바위섬이 바로 문무대왕릉이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이 바다도 행정구역상 주소는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로 되어 있지만 감포 앞바다에 속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그 싱싱한 감포 돌미역을 들고 호객하는 아낙네들과 저 바위섬을 하얗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떼들의 비상도 볼 수가 있었으련만.
그래. 이곳 앞바다로는 인근 경주 토함산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대종천을 이루어 감원사지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흘러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처음 감은사를 지을 때에는 감은사지 주변에 파놓은 물길로 이 바닷물이 들락거렸다고 한다. 말 그대로 문무대왕이 호국용이 되어 그 바닷물을 따라 감은사지로 들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대왕암 또는 수중릉이라 부르는 문무대왕릉에 대한 추측도 무성하다. 어떤 이는 신라 30대 문무대왕이 재위 21년(681년) 만에 서거하자 유언에 따라 불교의식대로 화장을 하여 그 뼛가루를 이곳에 묻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문무대왕의 뼛가루를 이곳 바위섬에 묻은 것이 아니라 뿌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한가. 어쨌든 이 바위섬에는 죽어서라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호국용이 되겠다는 문무대왕의 정기가 서려 있는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당시 오죽 왜적의 침입이 심했으면 한나라 왕이 죽어서까지 호국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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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무대왕 수중릉 - 십자형 수로가 나 있다 ⓒ 경주시^^^ | ||
문무대왕릉은 그냥 바라보기에는 바닷가 근처에 흔히 보이는 그런 작은 바위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섬에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한가운데가 못처럼 패어있고, 둘레에는 암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기둥처럼 세워져 있다고 한다. 또 한 변의 길이가 약 3.5m가 되는 못 안에는 거북이 등처럼 생긴(길이 3.6m, 폭 2.85m, 두께 0.9m, 무게50톤) 돌이 얹혀져 있다고 한다.
게다가 못 안의 바닷물은 돌을 약간 덮을 정도로 촐싹이고 있으며, 아무리 거센 파도가 치더라도 이곳 못 안에는 늘 맑고 잔잔하게 흐르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못의 사방에는 십자형의 수로가 있다고 한다. 이 수로를 통해 동쪽으로 흘러들어온 바닷물이 못 안을 천천히 돌다가 서쪽으로 흘러나간다고 한다. 사적 제158호.
"저 곳에 있는 거북이등 모양의 돌을 들어내모 실제로 문무대왕의 뼛가루가 들어있을랑가?"
"그야 알 수가 없지. 발굴을 해보기 전에는."
"아니, 내 말은 그기 아이고 만약 발굴을 한다 캐도 너무나 오래 돼서 뭐가 남아 있것나 이 말이야."
"예로부터 이곳 어부들도 저 바위섬을 신성하게 여긴 탓에 아예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고 하더만. 그런 신성한 곳을 감히 누가 발굴을 할 수가 있겠어."
문무대왕 수중릉과 관련된 소문도 여러 가지다. 확실한 근거는 아니지만 한때 이 수중릉을 발굴해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비서(秘書) 이자 예언서인 <원효결사>를 꺼냈다는 소문도 있다. 또 한때 이곳의 발굴을 진행하던 학자가 수중 다이버가 마악 수중릉에 뛰어들려 할 때 중지시켰다는 얘기도 있다. 왜냐하면 비밀스런 곳은 그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게 하는 것이 정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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