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이건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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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이건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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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이건희 중요한 사회적 화두 삼아야"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중의료연합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지난 9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노무현 정부 의료산업화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 뉴스타운^^^

지난 6월말 MBC이상호 기자와 조선일보 이진동 기자가 잇따라 터뜨린 정경유착 현장이 담긴 녹음테이프로 인해 한국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른바 ‘엑스파일’로 불리는 녹음테이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이 정치권력과 어떻게 결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달랐다.

국민들은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정.경유착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새삼 확인되자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삼성의 힘을 새삼 실감케 했기 때문이다.

엑스파일 사건이 터진 뒤 기자는 지난 9월 13일 의료단체들이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노무현 정부 의료산업화 반대 기자회견'라는 타이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바 있다. 타이틀부터 삼성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물씬 풍겼는데 내용의 주요 골자는 ‘참여정부의 의료정책이 삼성생명이 만든 아젠다를 기초로 했다는 것’, ‘결국엔 이 나라 의료정책이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단체 관계자들이 특히 강조했던 부분은 삼성이 마련한 아젠다 대로 정부정책이 끌려간다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다를 바 없게 된다는 점. 한마디로 의료체계 역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귀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나라의 전반적인 정책이 일개 기업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사실에 삼성과 이건희 파워를 새삼 실감한 날이었다.

^^^▲ 강준만의 '이건희 시대' 표지
ⓒ 뉴스타운^^^
"이건희를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삼아야"

이건희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과연 이건희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당연하다는 듯 나도는 요즘 이러한 질문은 그저 학자들의 담론으로 치부시킬 수만은 없게 한다.

이에 대해 강준만은 “▲경제권력 우위론 ▲삼성공화국론 ▲삼성의 이건희 1인 지배체제론 등에 근거”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건희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건희 모델’이 모든 기업들은 물론 국가 차원의 이상적 표준이 되고 있는 마당에 그 모델의 정체를 따져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건희를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준만은 이건희 시대를 통해 이건희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가 아닌 균형감각을 소중히 하면서 기존 팩트들을 요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건희에 대해 자체적으로 더 조사할 필요 없을 정도로 이건희에 대한 정보는 과잉 현상까지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이건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강준만이 지적한 이건희 모습 가운데 특히 이건희가 이 글을 봤으면 좀 아팠을 것 같은 부분이 있다. 놀라운 집착력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건희는 최신 정보로 무장돼 있으며 박학다식하지만 그것 역시 ‘지식의 세계’이지 ‘현실의 세계는 아니다... 그래서 그의 세계는 현실과 아무리 비슷할망정 일종의 ’가상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건희는 “과거의 비서실은 권위에 싸여 있었다...회장이 된 후 나는 비서실에 과거의 모든 잘못을 다 내놓으라고 했다 많이 내놓을수록 상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나오더라 포기 직전까지 갈 수밖에. 과거 비서실은 ‘체’병에 걸려 있었다.”, “영감(이병철)에게 속았다"고 개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강준만은 “이건희가 아무리 그런 지적을 해도 삼성 비서실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그건 오랜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의 생존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생부터 보통사람과는 달리 특수한 환경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 데다 그렇게 자란 극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워낙 특수한 성격을 가진” 그이기에 현실감각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뉴스타운^^^

“삼성이 잘못되면 우리 사회가 잘못된다”

강준만은 또 삼성이 '전투적 노조탄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삼성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존경할만한 기업인 1위를 항상 이건희가 꼽히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언뜻 납득하지 못할 현상에 대해 “우리는 ‘세계속의 한국’에 굶주려 왔으며 그런 성향은 여전하다”며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잘만 싸워준다면 국내에서야 무슨 흠이 있건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고 보는 한국인들의 지극한 애국심이 이건희에 대한 그런 호의적 시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건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인 면에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삼성이 이룩한 경제적인 성과도 아울러 짚고 넘어가야 하고 현실적인 대안 모색도 아울러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듣기도 전에 부정하고부터 보는 한국 사회의 소통부재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목조목 꼬집은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에 등장한 한겨레 대기업 전문기자 곽정수는 "삼성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이 잘못되면 우리 사회가 잘못된다. 그래서 우리는 삼성이 잘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주는 말이다.

강준만은 이를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해 대우 김우중 회장은 국민을 인질로 잡고 활동을 벌였다면 삼성은 이보다 더욱 세련된 방법으로 국민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삼성을 가장 부러워하고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는 기업을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강자의 논리에 휩쓸려 강자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증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2002년 삼성 그룹 전체 매출액은 137조원 세전이익은 15조원이었다. 매출액은 2003년 정부예산 11조 5,000억 원보다 20조원 가량이 많으며 이익은 2002년 전체 상장기업이 거둔 이익의 61%를 차지했다. 또 2004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박사 직원은 2,400명이으로 서울대 내의 박사 1,600명보다 두 배가까이 많다. 심지어 2005년 1월 5년 안에 자체 고용 변호사 수를 3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적도 있는데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장’의 270명보다 앞선 수치여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아탑(고려대 사태)까지도 고개를 숙이게 만든 삼성의 위력… 그 정점에 서 있는 이건희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끈임없이 공부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강준만의 지적은 무심히 듣고 넘기기엔 그 울림이 너무 크다.

한편, '엑스파일'의 핵심관계자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주말에 귀국했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 몰랐던 또 다른 이건희 모습을 검찰 조사결과 발견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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