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이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겪으며 기존 정책의 속도 조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0.9%, 2024년 -0.5%로 2년 연속 역성장한 뒤 2025년엔 0.2% 상승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9일 공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빠르게 진행한 결과, 천연가스 의존도가 급증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요금이 급등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독일 산업계는 지속되는 고에너지 비용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경기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베이커연구소 역시 독일 내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았다. 반면 독일의 에너지전환 전문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전력수요가 탈탄소화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속도 조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독일 에너지 비용 급등의 원인을 단순히 에너지전환 때문이 아니라, 전환 과정의 비효율성에서 찾았다. 즉, 탈원전과 탈석탄의 속도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이, 비교적 값싼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 의존도가 높아졌고, 전쟁 이후 이 약점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급감시켰으며, 독일도 미국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LNG 가격은 10배, 아시아 지역은 8배나 폭등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의 발전구조는 2000년대 초반 80% 이상을 차지하던 석탄 및 원전 비중이 크게 줄고, 재생에너지(2024년 기준 58%)와 천연가스 발전(15% 이상)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으로 LNG 비중과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여건을 반영해, 2023년 이후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 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시장 중심의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20GW 규모의 가스 발전소 신설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유럽집행위원회(EC)가 정부 지원에 제한을 두면서, 당장 2032년까지는 10GW만 입찰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80%, 2035년 100%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력수요 증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보급 속도 조절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한국도 제조업·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감안해 독일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을 위해 가스발전의 역할이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의존은 피하고 전력망 확충이나 배터리저장장치(BESS)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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