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또는 32시간?
- 최저임금 : 15달러 vs 30달러
- 오바마케어 vs 전국민 의료보험
- 부유층에 대한 과세 : 25% 또는 70%
- 주거: 상품인가, 인권인가?
- 국방부 예산 삭감(Defund the Pentagon) 여부
- 자본주의의 핵심 차이

미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불평등이 계속 급증하고, 미국 상위 1%의 가구가 전체 부(富)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하위 90% 가구의 부(富)의 합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소유한 자산은 8조 달러(약 1경 2,027조 원)를 웃돌고 있다. 이는 상위 1%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의 평균 소득보다 100배 이상이다.
미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빈곤율, 가장 높은 영아 사망률, 그리고 두 번째로 낮은 기대수명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지표가 이미 잘 보여주고 있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중산층 생활을 꿈꿀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2025년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50%도 되지 않는 사실 또한 놀랍지 않다.
자칭 민주사회주의자라는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어 조란 맘다니와 같은 젊은 인물이 뉴욕 시장에 당선되는 등 미국에서 민주사회주의자들이 주창하는 슬로건이 많은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의 3/4은 국가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성인 기준 59%, 공화당 역시 58%를 기록, 두 당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전 국민 의료보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노동조합 강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환경 보호 강화, 국방비 삭감과 같은 좌파 정책들은 미국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안에서 미국 민주당과 민주사회주의자들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민주사회주의자들은 더 나아가고자 한다. 미국 민주당은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려 하고,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하려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하고,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을 유의 깊게 조명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이 올여름 뉴욕과 콜로라도주 하원 예비선거에서 승리했고, 워싱턴 D.C. 시장 예비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과거에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이 모든 일은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1월에 뉴욕 시장이 된 후에 일어났다.
미국 최대 사회주의 조직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의 지원을 받는 이들의 메시지는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억만장자들의 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DSA는 정당이 아니다. DSA는 ‘활동가 단체’(activist organization)이기 때문에 회원들은 대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다. DSA 내 일부에서는 이른바 “더티 브레이크 전략”(dirty break strategy)을 옹호한다.
‘더티 브레이크 전략’은 “기존 정당 내부에서 세력을 구축한 후 나중에 분리하여 독자 정당을 창당하려는 정치적 접근 방식”을 말하는데, 미국의 민주사회주의자(DSA)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전략적 개념이다. 당장 독자적인 제3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우선 미국 민주당이라는 기존 정당의 플랫폼을 활용해 선거에 참여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뒤, 장기적으로는 민주당과 결별하여 노동자 중심의 독자 정당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즉각적인 분리를 주장하는 “클린 브레이크 전략”(clean break strategy)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민주사회주의자들과 주류 민주당원들을 실제로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두 진영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민주사회주의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민주당이 ‘자본주의의 거친 부분’을 다듬으려 하는 반면, 민주사회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대체’하려 한다.
‘민주당’과 ‘민주사회주의자 조직’(DSA)과의 차이점 7가지는 아래와 같다.
*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또는 32시간?
주 40시간 근무제는 1940년부터 법으로 정해져 왔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근무시간 단축을 주장해 왔지만, 대체로 초과근무 수당, 노동조합 결성권, 그리고 근로자 안전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DSA는 주 32시간 근무제를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주 4일제를 의미한다. DSA는 지난 수십 년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훨씬 앞질렀으며,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2024년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칭하며 DSA와 종종 연대하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버몬트주 무소속)은 주 32시간 근무제 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여전히 32시간 이상의 근무를 요구할 수 있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 최저임금 : 15달러 vs 30달러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로 고정되어 있다. 민주당과 DSA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4년 민주당 정강에서는 시간당 15달러 인상을 제안했고,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시간당 17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못했다. DSA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minimum wage=a living wage)이어야 하며, 해당 지역에서 주거, 식비, 기타 필수품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시에서 2030년까지 시간당 30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민주당은 DSA의 입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8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머피(Chris Murphy) 상원의원(코네티컷주 민주당)은 지난달 “모두를 위한 생활임금법”(Living Wage for All Act)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향후 몇 년 안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2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오바마케어 vs 전국민 의료보험
민주당과 DSA 모두 의료 접근성 확대를 원하지만, 그 방법에는 의견 차이가 있다. 주류 민주당은 현행 민간 보험과 공공 의료 프로그램의 혼합 체제를 옹호한다. 이들은 약값 인하, 본인 부담금 상한제 도입,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오바마케어(ACA)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반면 DSA는 의료 서비스를 시장에서 다른 재화처럼 사고팔 수 있는 ‘비상품화’된 기본적 필수품으로 간주하여 시스템 전체를 교체하고자 한다. DSA의 해결책은 대부분의 ‘민간 보험을 없애는’ 단일 지불자 시스템인 “모든 국민을 위한 메디케어(Medicare-for-all)이다.
* 부유층에 대한 과세 : 25% 또는 70%
민주당과 민주사회주의자협회(DSA) 모두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원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민주당은 부유층이 사회적 우선순위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2024년 정강 정책에 따르면, 억만장자는 “평균 8%의 세금을 납부”하는 반면, 중산층 노동자는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25%의 최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DSA에게 부유층 과세는 기업에서 노동자에게로 경제적 권력을 이동시키려는 더 큰 계획의 일환이다. DSA의 장기적인 목표는 대기업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DSA 회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뉴욕주 민주당)은 1천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70%의 한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주거: 상품인가, 인권인가?
모두가 주택 위기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시장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DSA의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주택을 상품으로 보고 공급 확대, 보조금 및 세액 공제 제공, 임대인 규제 등을 통해 주택 가격 부담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전 부통령)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계약금으로 2만 5천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DSA는 주택을 시장의 법칙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는 ‘인권’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공공 소유의 ‘사회 주택’(social housing)과 ‘보편적인 임대료 통제’(universal rent control)를 주장한다.
* 국방부 예산 삭감(Defund the Pentagon) 여부
민주당의 진보 진영은 군사비 삭감을 지지해 왔지만, 당 전체는 지속적인 군사비 지출을 옹호해 왔다. 연방 재량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부 예산은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든 꾸준히 증가해 왔다.
민주사회주의자 모임(DSA)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이라는 슬로건을 되풀이하며, DSA 국제위원회(DSA international committee)는 “군산복합체 예산 삭감”(defunding the military industrial complex)을 요구하고 있다. DSA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참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해외 분쟁에 대한 군사 지원에 반대한다. DSA는 군사비 지출이 제국주의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고, 그 자금을 의료, 주택, 교육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자본주의의 핵심 차이
이것이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민주당은 자본주의를 개선하고자 하고, DSA는 자본주의를 종식시키고자 한다.
당장 필요한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시장 경쟁을 통해 재화가 분배되는 경제 체제를 받아들인다. 바이든은 “나는 자본주의자” 라고 자주 말했다. 민주당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억제하고 모두에게 더 공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자본주의를 규제하고 개혁하고자 한다.
반면 DSA는 장기적으로 자본주의 자체를 대체하고자 한다. DSA는 자본주의를 “소유 계급이 나머지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해 설계한 체제”로 간주한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소수의 이윤 추구가 아닌,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제와 사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를 바란다.
한편,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미국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하 인본주의자 노트”, “노동자협동조합과 혁명 : 미국의 역사와 가능성” 등의 저자인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미국의 경우 2030년대에 이르면, 정체된 중도 세력은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는 극우세력’과 196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진 좌파 세력’에 맞서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크리스 라이트는 이어 “DSA, 노동자가족당(WFP), 정의민주당(Justice Democrats)과 같은 조직들은 더욱 큰 성공을 거두며, 새로운 시대의 좌파 지도자들을 계속해서 육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동시에 극우 포퓰리즘 또한 승리를 거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 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허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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