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을 가차 없이 공격한다. 기존 정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파괴된 빈자리는 정실 자본가 소유의 기업이 그 자리를 채운다. 오래된 자본주의의 형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봉건제 인접 경제(feudalistic adjacent economy)로 돌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이며, 국제통화기금(IMF) 정책 개발 및 검토 부서의 부국장이었던 데스몬드 라크먼(Desmond Lachman)은 “어떤 이는 이를 ‘신(新)봉건주의’(neo-feudalism)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기술 봉건주의’(Techno-Feudalism)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에 들어서, 이른바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해 전정부의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해, 기본적이고 기존의 특징을 파괴를 가속화하면서 ‘아메리카 파시스트’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의 광풍, 교육부와 같인 정부 기관의 파괴, 자금력이 풍부한 민간으로의 전환 확대, 민주당 통치 도시들에 대한 주 방위군 파견 등에 의한 점거 시도 등 미국은 ‘트럼프 대왕’(Trump The Great) 시대로 치닫는 분위기이다.
데스몬드 라크먼은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경제 관리 방식은 2026년 중간 선거에서 그의 정당이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정치 고문이었던 제임스 카빌(James Carville)은 선거에 관한 한 “중요한 건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번 주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카빌의 격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미국 정치적 지진을 일으켰다는 뉴욕시장 선거에서 우간다 출신 인도계의 무슬림 34세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역시 민생문제 즉 생활경제를 집중적으로 캠페인해 압도적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는 등 ‘먹고 사는 문제’가 선거의 핵심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 특히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여러 요인들이 2026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내년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에게 메우 좋지 않은 징조가 아닐 수 없다.
거의 무조건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며 윽박지르며, 지나치게 확장적인 예산과 통화 정책 조합으로 시작하면 물가 상승률이 불안할 정도로 높아지고 장기 금리,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트럼프는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2026년 공화당 경선 후보들에게 가장 큰 우려 사항일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높은 소비자물가와 주택 구매력 부족이 2024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 향후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의 7%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이미 높은 미국의 공공 부채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의장을 대신할 통화 정책 비둘기파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의 손에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최대 3%포인트까지 인하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한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또한 인플레이션을 현재 3%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경제의 주요 취약점 중 하나는 예산 및 무역 적자 재원을 외국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29조 달러(약 4경 2,125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미 국채 발행 잔액 중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예산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이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시도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외국인들은 미국 국채 매수를 점점 더 꺼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달러화는 폭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에게 또 다른 잠재적 경제적 골칫거리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한 주식 시장과 신용 시장 거품의 붕괴일 수 있다. 쉴러(Shiller)의 순환 조정 주가 수익(CAPE) 측정법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현재 약 40% 수준이다. 이는 장기 평균의 두 배 이상이며,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수준과 비슷하다. 한편,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시장 과대평가 척도(시장 전체 가치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에 따르면 이 비율은 약 22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 시장과 신용 시장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트럼프는 무모한 예산과 통화 정책을 추진하며 불장난을 하고 있다. 공화당이 내년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이 모든 것이 전반적인 경제 전략을 재고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예산 정책은 더욱 절제되어야 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하며, 더욱 일관되고 덜 공격적인 수입 관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트럼프 가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로널드 레이건이 공익을 공격했던 것처럼 지금 살고 있는 파괴의 궤적을 시작했던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듯한 양상이 곳곳에서 보인다. 트럼프의 행적이 ‘귀족의 부활’을 연상시키면서, 미국에서는 ‘노킹스’(No Kings)운동이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미국인들은 ‘엘리트의 귀환’이나 ‘귀족들의 부활’ 대신 ‘새로운 공익적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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