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 긴축 필요하지만 시군별 재정 여건과 사업 성격 고려한 차등 대책 마련해야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가 2027년 본예산을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기조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은 일몰하며,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편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도비 보조율이 30%를 초과하는 시군 보조사업에는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고, 도의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도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 재원은 재난·재해와 생활안전, 서민경제, 일자리, 복지 등 민생 분야와 광역 교통·환경·산업 기반시설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재정 운용 방향을 31개 시군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도의 재정 사정이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기도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2022년 11조 원에서 2026년 8조 원 수준으로 약 25.9% 감소했다. 조정교부금 등 법정경비 부담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구조적 제약도 있다. 도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자체사업 예산이 전체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경기도의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31개 시군의 재정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가 부담하던 사업비를 줄이면 사라진 재정 부담은 공중으로 증발하지 않는다. 해당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는 시군이 부족분을 떠안거나, 추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면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사업을 중단하거나 시작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결국 예산 조정의 마지막 영향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가 조이는 허리띠가 31개 시군의 목까지 조이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 ‘협조 요청’에 담긴 시군 부담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3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7년 본예산 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열었다. 김 부지사는 “오늘 회의는 어려운 재정 현실을 시군과 숨김없이 공유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기 위한 자리”라며 “도와 시군이 재정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협력한다면, 주민의 삶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을 반드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와 시군이 재정 현실을 공유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예산편성 방향을 결정한 뒤 시군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보다 사전에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가 바람직하다. 경기도도 시군 보조사업과 국고보조사업의 도비 지원을 조정하면서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통의 내용이다. 도가 이미 구조조정 방향과 보조율 조정 원칙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시군에 동의를 구하는 데 그친다면 실질적인 협의라고 보기 어렵다. 회의 개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시군의 의견에 따라 사업별 조정 폭과 시행 시기, 재정 분담 방식이 실제로 달라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도비 보조율이 30%를 초과하는 시군 보조사업에 일률적으로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는 방안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조율이 내려가도 사업 규모를 유지하려면 시군은 줄어든 도비만큼 시비를 더 편성해야 한다. 자체 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다면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해당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경기도에는 인구와 산업 기반, 세입 규모, 행정수요가 서로 다른 31개 시군이 있다. 같은 비율로 도비가 줄더라도 각 시군이 체감하는 부담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시군과 자체 재원이 부족한 시군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형식적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 결과에서는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업의 성격도 따져야 한다. 도가 기획했거나 광역적 필요성이 큰 사업인지, 시군이 자체적으로 요구한 지역사업인지에 따라 재정 책임은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시군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사업과 특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같은 잣대로 다루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취약계층과 안전, 돌봄 등 중단하기 어려운 사업과 행사·홍보성 사업의 우선순위 역시 같을 수 없다.
따라서 기준보조율 30%라는 숫자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에 적용되는지, 현재 보조율은 얼마인지, 조정되면 도비와 시비 부담이 각각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적용 대상과 재정 효과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시군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주민에게 미칠 영향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 국고보조사업이라고 도의 책임이 사라지는가
도의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도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침도 같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법적으로 도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과 정책적으로 도비 지원이 필요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실제 집행 현장은 시군이다. 지역 주민이 이용하고 시군이 사업을 수행한다면 국비만으로 부족한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남는다. 도가 빠진 자리를 시군이 채우지 못하면 사업의 규모나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사무와 유사·중복되는 도 자체사업을 줄이겠다는 원칙에는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같은 목적의 사업을 국가와 도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면 통합하거나 역할을 나누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사업 이름이나 목적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중복사업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가사업이 충족하지 못하는 대상과 지역을 도 자체사업이 보완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복 여부는 사업 명칭이 아니라 대상, 지원 내용, 수혜 범위와 현장 필요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도 자체사업을 없애더라도 국가사업을 통해 주민이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체 수단이 없다면 그것은 중복 제거가 아니라 지원 축소가 된다.
국고보조 신규·확대 사업의 도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의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군에는 또 다른 대응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는 중앙정부와 시군 사이에 놓인 광역자치단체다. 중앙정부가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사업을 확대할 때 시군과 함께 합리적인 분담 구조를 요구해야 한다. 도가 부담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면 가장 아래 단계인 시군이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 원점 재검토’의 기준부터 공개해야
경기도는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만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집행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연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
집행 부진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사업의 필요성이 낮거나 준비가 부족해 예산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행정절차와 협의가 늦어졌거나 사업 일정상 연말에 집행이 집중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 반대나 토지 확보, 인허가 등 외부 요인으로 지연될 수도 있다. 집행률이라는 하나의 수치만으로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면 필요한 사업까지 잘라낼 우려가 있다.
유사·중복 사업을 일몰하는 과정도 구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어떤 기준으로 중복을 판단했는지, 기존 사업의 수혜자에게 대체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사업 종료 이후 발생할 공백은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예산 절감액만 제시하고 주민에게 돌아갈 변화는 설명하지 않는 구조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청 비법정 전출금 지원 사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 역시 도와 교육청의 재정 책임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정 의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줄일 경우 기존 사업의 지속 여부와 학생·학부모에게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어느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사업의 최종 이용자가 불편을 떠안아서는 곤란하다.
경기도가 밝힌 원칙 가운데 재난·재해 대응, 생활안전, 서민경제 회복, 일자리와 복지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광역 교통·환경·산업 기반시설과 도정 핵심과제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방침도 광역자치단체의 역할과 연결된다.
하지만 ‘민생’이나 ‘핵심과제’라는 이름만으로 예산의 필요성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업이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기존 사업보다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투입한 재정이 주민 생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구조조정의 대상만큼 보호할 사업의 선정 기준도 투명해야 한다.
◆ 재정위기 책임을 아래로 넘겨선 안 된다
경기도의 세입 감소는 도와 시군이 함께 직면한 문제다. 도의 취득세가 줄었다면 부동산 경기와 세입 환경의 영향을 받는 시군도 각자의 재정 운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비 보조율을 낮추거나 도비 지원을 줄이는 방식은 경기도 예산서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지만 전체 지방재정의 부담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경기도 예산에서 줄어든 금액이 시군 예산으로 옮겨간다면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담 이전에 그칠 수 있다. 시군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주민 사업이 축소된다면 절감의 대가는 주민이 치르게 된다. 도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시군 재정과 주민 서비스가 약화된다면 정책 전체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31개 시군에 협조를 요청하려면 도부터 구조조정의 근거와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도 본청 사업 가운데 어떤 사업을 줄이고, 유사·중복 사업을 얼마나 정리하며, 도정 핵심과제에는 얼마를 배분할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 시군에 부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경기도 자체의 절감 노력과 우선순위 조정 결과를 보여줘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시군별 영향 분석도 필요하다. 보조율 조정으로 각 시군의 추가 부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재정 여건이 취약한 시군에는 별도의 보완책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일률적인 비율 조정보다는 시군의 재정력과 사업의 공공성, 광역적 효과를 반영한 차등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보조율 조정으로 이미 준비 중인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예기간이나 단계적 적용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경기도가 밝힌 ‘단계적 정비’가 단순히 연도별 삭감을 뜻하는지, 시군의 준비 기간과 대체재원 확보 방안까지 포함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과 복지, 취약계층 지원 등 주민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사업에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재정 효율화가 필요하더라도 사업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일괄 삭감은 피해야 한다. 예산은 숫자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협력’은 함께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것
김성중 행정1부지사는 도와 시군이 재정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협력한다면 주민의 삶을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실제 예산편성 과정에서 힘을 가지려면 협력의 의미부터 분명해야 한다.
협력은 경기도가 정한 삭감 기준을 31개 시군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도와 시군이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 부담을 함께 검토하고, 감축에 따른 주민 영향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경기도가 줄일 몫과 시군이 부담할 몫을 사전에 정해 통보하는 방식이라면 협력이 아니라 분담 요구에 가깝다.
경기도의 2027년 본예산은 단순한 긴축예산이 아니다. 세입 감소 속에서 광역자치단체와 31개 기초자치단체가 재정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도의 예산만 지키고 시군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만들기 어렵다.
향후 예산안이 공개되면 최소한 다섯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도비 보조율 30% 적용 대상과 사업별 감액 규모다. △둘째, 국고보조사업 도비 지원 정비 대상과 시군별 추가 부담이다. △셋째, 일몰·통폐합·미편성 사업의 선정 기준과 주민 영향이다. △넷째, 안전·민생·복지 분야에서 실제로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예산의 규모다. △다섯째,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군을 위한 차등 지원과 보완 대책이다.
경기도의 재정난은 감출 수도, 미룰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세출 구조조정도 피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교해야 한다. 일률적인 보조율 인하나 지원 축소로 숫자를 맞추기보다 사업의 필요성과 시군의 부담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자메모/ 31개 시군도 힘들다. 경기도가 재정의 어려움을 시군과 공유하겠다면 고통만 나누려 해서는 안 된다. 사업의 책임과 재원, 주민 피해를 줄일 대안까지 함께 나눠야 한다. 경기도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시군의 재정을 압박하고 주민의 삶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구조조정의 성공이 아니다. 도와 시군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경기도가 말한 협력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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