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들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틀간 열린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및 서방의 일부 회원국 제재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고 중국의 글로벌 타임스, 알자리라 등 복수의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SCO는 지난 1996년에 설립되어 올 30년을 맞이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43%와 세계 경제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주도의 거대 국제기구이다.
이번 SCO 정상회담에서의 ‘비슈케크 선언’(Bishkek Declaration)으로 불리는 공동 성명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비롯한 상하이 협력 기구(SCO) 회원국 정상들이 서명했다. SCO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의 주요 골자는 아래와 같다.
* 이란에 대한 공격과 제재,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 규탄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영토에 대한 군사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가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초래되었다”고 규탄했다.
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합동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 및 규범을 위반하고 국제 평화, 안보 및 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회원국들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이란 국민과 정부,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은 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하며, 분쟁 해결을 오직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명서는 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서(西)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회원국들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포괄적이고 공정한 해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선언문은 밝혔다.
이어 SCO 회원국들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되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일방적인 강압 조치”에 반대한다고 공동 성명에서 밝혔다.
*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권리 지지
SCO의 지도자들은 또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지지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 하지만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권리는 있다. 민간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연구 및 의료 목적으로 핵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란이 비밀리에 핵폭탄 개발 야욕을 품고 있다고 비난해 왔지만, 이란은 일관되게 이러한 비난을 부인하며 평화적인 목적의 핵 프로그램만을 추구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이란은 2015년 핵 협정을 체결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민간 원자로에 필요한 3%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수준과는 거리가 먼 수치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2025년에 이란을 처음 폭격(12일 전쟁)했고, 이후 이스라엘과 함께 2026년 2월에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 군사 행동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는 이란이 국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 요구를 거부하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SCO는 2일, SCO 회원국인 이란의 입장을 지지했다.
SCO 회원국들은 원자력 연구 개발, 생산 및 이용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강조하며, “평화적 목적을 위해, 그리고 차별 없이 이 분야에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국제 협력을 추구할 권리”를 주장했다. 또,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조치도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해상 항로를 통한 무역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세계 공급망, 에너지 시장 및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경제 협력 또한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이 논의한 핵심 주제였다.
비슈케크 선언에서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공정한 시장 접근을 보장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 대우를 보장하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제 원칙과 규칙에 기반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고 포용적이며 비차별적인 다자간 무역 체제를 지지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들은 경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의 상하이협력기구 경제 발전 전략”을 이행하고,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마비된 가운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은 “에너지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2030년까지의 SCO 회원국 에너지 협력 전략”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 테러와의 전쟁
인도와 파키스탄은 유엔을 포함한 다자간 플랫폼에서 이전에도 그랬듯이, 서로를 테러 지원자로 지목하며 '테러리즘'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인도는 1980년대 후반부터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무장단체에 무기, 자금,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비난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뉴델리는 또 파키스탄이 2008년 뭄바이 테러 공격을 포함하여 인도 전역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를 지원했다고 비난해 왔다.
파키스탄은 인도에 대항하기 위해 무장단체를 조직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부인해 왔지만, 인도를 공격한 전투원들이 파키스탄인임이 입증된 특정 사례는 인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파키스탄 역시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격하는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는데, 뉴델리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테러리즘을 “전 인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각국이 이 문제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모디 총리는 “테러 자금 조달, 모집, 급진화, 그리고 테러리스트 은신처 제공 등 테러와 관련된 모든 생태계를 해체해야 한다. 우리는 한목소리로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이중잣대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를 정책 수단으로 이용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와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들에게 테러는 결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찰자들은 그의 발언이 파키스탄을 겨냥한 것으로 널리 해석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는 이슬라마바드가 테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치른 막대한 희생을 되새기며, 모든 형태와 양상의 테러리즘은 반드시 규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슈케크 선언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들은 “테러, 분리주의,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로 약속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들은 “회원국들은 모든 형태와 양상의 테러리즘을 강력히 규탄하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중 잣대’는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테러리스트의 국경 이동을 포함한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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