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여름이면 사람들은 바다를 떠올린다. 휴가 계획을 세우는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곳은 동해의 푸른 수평선이나 남해의 다도해 풍경이다. 그래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바다를 보기 위해 몇 시간을 달려 강원도나 남해안으로 향한다. 그러나 정작 서울과 경기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만날 수 있는 서해의 가치는 오랫동안 과소평가돼 왔다. 가까워서 오히려 소중함을 잊은 것이다.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와 거북섬은 이런 인식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갯벌과 해양생태, 서핑과 요트, 시티투어와 해양교육이 하나의 관광축으로 연결되면서 단순히 '가까운 바다'가 아닌 '즐길 것이 있는 바다'로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관광의 구조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많은 소비를 만들며,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남기느냐다.
오이도는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해양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수인분당선을 이용하면 승용차 없이도 방문이 가능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바다를 찾는다. 그러나 오이도의 경쟁력은 교통이 아니다. 하루 두 번 바뀌는 갯벌의 풍경과 살아 있는 생태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되는 요소다.
특히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은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을 넘어 자연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조개와 게, 다양한 갯벌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흙을 파며 생명의 움직임을 몸으로 익힌다. 부모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이 되고, 지역에는 관광소득이 된다.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환경의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관광의 좋은 사례다.
실제 오이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은 해양수산부 평가에서 경기도 유일의 1등급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됐고, 최근 수년간 방문객 수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제2체험장을 조성해 수용 인원을 확대했다는 점 역시 관광 수요에 대응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체험객이 늘어나는 것과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많은 관광객이 오전에 갯벌체험을 하고 점심만 먹은 뒤 떠난다면 소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 거북섬이다. 거북섬은 기존 서해 관광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공서핑장과 마리나, 수상레저 시설, 해양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며 수도권 해양레저 중심지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웨이브파크는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알려진 시설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서핑대회를 개최하며 시흥이라는 도시 이름을 세계 서핑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여기에 요트와 카약, 패들보드, 카트보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서해를 '보는 관광'에서 '직접 즐기는 관광'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관광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관광객들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여행보다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지역의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지역만의 문화를 경험하며 하루 이상 머무는 관광이 소비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린다.
거북섬에서 운영되는 야간축제와 해양레저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야간 콘텐츠는 체류시간을 늘리고 숙박과 음식점, 카페, 상권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관광객이 오후에 돌아가는 도시와 저녁까지 머무는 도시는 경제효과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관광객에게 오이도와 거북섬은 각각 별개의 관광지로 인식된다. 두 곳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하는 스토리텔링과 통합 마케팅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갯벌체험, 해양레저, 숙박, 먹거리, 문화공연, 야간경관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어낼 수 있어야 체류형 관광도시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교통 접근성 역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대중교통과 관광 동선의 연계성을 높이고, 방문객이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안내체계와 편의시설도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 관광은 좋은 시설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동과 소비,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만족도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 증가보다 재방문율이다.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돼야 진정한 관광 경쟁력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계절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시흥은 지금 수도권 해양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오이도의 자연생태와 거북섬의 해양레저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함께 묶였을 때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문화와 축제, 숙박과 상권, 교통과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시흥은 '당일치기 바다'를 넘어 수도권 대표 체류형 해양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관광은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지역에서 소비하며 도시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갈 때 비로소 관광산업은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성장동력이 된다. 오이도와 거북섬이 가진 진정한 경쟁력도 바로 그 지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이제 시흥의 바다는 '가까운 바다'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바다'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개발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콘텐츠와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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