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승리자의 게임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패배자의 게임을 하고 있는가?
트럼프 2.0의 등장으로 세계는 더 이상 다자주의 중시 풍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세계에는 ‘더 이상의 친구가 없다(Friends No More).’ 각자도생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9년 트럼프 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 휴스턴에서 5만 명이 참여한 “하우디 모디(Howdy Modi : 안녕하세요, 모디)” 집회를 통해 트럼프-모디 브로맨스가 과시됐다. 하우디 모디는 2019년 9월 22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 커뮤니티 정상회담이었다. 텍사스 인디아 포럼(Texas India Forum)이 주최한 이 행사는 인도계 미국인들의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와 인도와 미국 간의 강력한 문화적, 경제적 유대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 인도 구자라트 아메다바드(Ahmedabad, Gujarat)에서 2022년 2월 24일 10만 군중이 참석한 이른바 “나마스테 트럼프(Namaste Trump)” 행사도 열렸다. 이 행사는 당시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인도를 처음 방문한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이러한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트럼프는 올 2월까지도 모디 총리를 극찬하며 양국이 “번영을 위한 거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인도계 디아스포라의 총아였다. 그는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해 온 공격적인 힌두 민족주의자(Hindu nationalist)라는 모디의 기록을 기꺼이 무시하는 듯했다. 두 사람은 독재 통치에 대한 존경심과 인권에 대한 무지함을 공유한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일‘이고, ’지금은 지금의 일‘(彼一時此一時 : 피일시 차일시)이다. 트럼프는 오랜 우정을 인도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체했고, 나아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지속 구매에 항의하며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보복에 나섰다. 미국과 인도의 무역 적자 또한 트럼프-모디의 이혼 사유로 거론됐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진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가 자신에게 5월 전쟁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휴전을 도운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파키스탄 휴전을 유도한 평화의 조정자(Peacemaker)로서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어야 한다며 극찬했지만, 인도의 모디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모디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참여를 인정해 달라고 직접 요청한 적은 없지만, 뉴델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도는 해당 전화 통화 이후 백악관의 태도 변화를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대통령‘(peace President)으로서 노벨평화상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고려하면 이 보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도가 호감을 잃은 지금, 트럼프는 인도 경제(러시아 경제와 함께)를 ’죽었다‘고 선언했다. 바로 인도가 바로 그 첨단 기술 경제로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는 나라 중 하나였다. 인도의 그 기세를 트럼프가 멋지게(?) 꺾었다는 것이다.
포틀랜드 주립 대학의 정치학 명예교수이며, 국제 문제를 다루는 분기별 간행물인 아시안 퍼스펙티브(Asian Perspective)의 편집장인 멜 구르토프(Mel Gurtov)는 “트럼프에게는 모든 것이 개인적인 문제이다. 그는 애플, 일라이 릴리, 블랙스톤 등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인도에 진출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그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트럼프는 애플이 미국 기반 제조업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애플은 이전에도 거창한 공약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의 전략적 오류
전략적 사고의 실패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부터 인도를 오랫동안 중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여겨 왔다. 최근 인도-중국 국경 회담은 지난 60여 년간 지속된 갈등의 역사에 이어 긴장 완화와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의 ’불화‘는 ’베이징과 뉴델리‘가 새로운 파트너십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연히 ’작용과 반작용‘이 작동되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이미 베이징과 접촉을 시도했으며, 인도 주재 중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truth social) 괴롭힘을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곧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또 일본과의 AI 협력에 대한 새로운 틀을 구축하기 위해 8월 하순에 도쿄를 방문했다. 이렇게 인도는 각자도생의 길을 열심히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무역 제재가 모디 총리를 푸틴 대통령 품으로 끌어들이는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부터 인도는 특히 군사 분야에서 옛 소련(지금의 러시아와)과의 관계는 긴밀하다. 생필품을 중심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인도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인 커트 캠벨은 “인도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인도 전략가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올바른 지적이다.
그들은 그렇게 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모디 총리의 외무장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모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모디 총리는 이 대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과 매우 유익하고 자세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크라이나 관련 최신 동향을 공유해 줘서 감사했다. 우리는… 인도-러시아 특별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발신했다.
인도의 대(對)러시아 수출이 확대될 것이며, 인도는 IT,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숙련된 인력을 러시아에 파견하여,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트럼프의 위협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전략적 실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두 주요 세력, 즉 인도와 브라질을 동시에 소외시키는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창립 멤버다. 이 다섯 나라는 모두 트럼프와 갈등 관계에 있으며, 트럼프는 이들 국가가 달러 대신 자체 통화를 무역 거래에 사용할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모디 총리는 브릭스 국가들에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타격을 인도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먼저 나서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뒷배는 꽤 든든한 모양새다.
* 모디는 트럼프에 반격(fighting back) 카드 있다.
인도는 트럼프에 맞설 다른 방법도 있다. 인도 외교부는 미국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인도는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언론은 외교적 태도를 덜 보였다. 유명 언론인 바르카 두트는 파리드 자카리아가 진행한 CNN 인터뷰에서 “인도 내 누구도 트럼프가 밝힌 관세 인상 이유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힌두 민족주의가 발현될 수 있는 분위기이다.
그녀는 트럼프를 “유치하고(infantile), 무식하고(inane), 괴롭힘 꾼(bully)”이라 불렀다. 미국 상품 불매 운동이 진행 중이며, 인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조치를 청원했다. 모디 총리는 또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사례를 본받아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수출업체에 55억 달러의 세액 공제와 세금 납부 유예를 약속할 수도 있다.
멜 구르토프는 “다른 어떤 행정부에서도 인도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말을 하든 긴밀한 관계를 해치지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트럼프 시대이다. 개인적인 감정과 무역이 국익에 기반한 전략적 사고와 정책을 대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패배자의 게임을 하고 있다.”(Trump is playing a loser’s game.)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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