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안서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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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안서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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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부리지 않고 작은 걸음으로 하루를 알차게 쓰는 사람

안서기는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전부들 안서기라고 부른다. 그가 한때 면서기를 하였던 까닭에 지금도 모두들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안서기라고 부르는 데는 나름의 특별한 애정도 내포되어 있다.

키는 다섯 자 될까 말까 한 자그마한 사람으로, 그의 하루 일과는 무척 바쁘다. 몸집이 작은 관계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애처롭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인데, 그러나 그 속에 앙금은 얼마나 강한지 잠시를 그냥 쉬지 않는다.

안서기가 즐겨 쓰는 말은 '놀고 먹는 사람은 기생충과 같다'는 말이다. 그 자신이 눈 뜨면서 움직이기 시작해서 저녁 잘 때까지 그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하는 까닭에 남이 놀고 있는 꼴을 못 본다.

안서기 때 고등학교 나왔다면 이 지역에서는 식자층에 들어가지만 한번도 그걸 내세우는 걸 못 봤다. 한껏 해야 술 한 잔 먹고 들에 가서 풀을 뽑거나 지게 지고 산에 올라가서 퇴비를 한다. 그러다가 일 하면서 한 잔 한 잔 먹은 술이 과해지면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는 게 고작이다.

전부들 안서기를 안쪼다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남하고 싸움 하기 싫어 하기 때문에 늘 손해만 본다고 해서다. 그래서 안서기를 쪼다라고들 부른다. 안서기는 도대체가 남 하고 쓸데없는 다툼은 하기 싫어 한다. 해서 늘 - 사람들이 그 점을 악용한다.

안서기도 알고 있다.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 사람보다 오래 살면 이기는 것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연세 높으신 분들이 젊은 사람이 괘씸할 때는 요놈 보자? 하는 식이다. 그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억지보담은 순리가 항상 이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때론 이런 안서기가 답답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좀 앞에 나서서 바른 말도 하고 그러면 안되느냐고 물으면 안서기 보다 똑똑은 사람이 많으니까 자신이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서기는 영덕에서 무슨 단체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해서 같은 단체 회장들에게 가끔 불만을 산다. 이유는 군에 가서 한 푼이라도 예산이나 기타 지원을 더 받아 내보자고 하면 안서기는 재정이 열악한 영덕군인데, 우리 단체가 생산 단체도 아니고 국가에서 상당한 보수를 주고 있는데, 군에 가서 무슨 이유로 더 보태달라고 하느냐면서 나는 그렇게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 같은 단체 회장들은 안서기를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그래서 어느날인가는 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안서기는 자 - 그럼 내가 군수라 치고 당신이 내게 정당한 사유를 말해봐라, 아니면 당신이 군수라고 치고 내가 말을 해볼 테니 답변해봐라 하면서,

국가에서 우리에게 생활 내지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보수를 주고 있는데, 재정이 풍부한 자치단체 같으면, 얼마 정도라도 보조해줄 수 없겠느냐 하고 사정 해보지만 뻔한 재정을 알고 있는데 무리하게 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통머리 없는 사람이 안서기다.

해서 안서기 같은 사람만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골치 아플 일이 없어서 좋겠으나, 요즘 시대의 사람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야 예산이 없어 빚이 지건 말건 모든 자치단체장에게는 표 의식이 있는 바, 억지반 생떼반으로라도 자기들 욕심 채우고 보자는 게 현실이니, 위와같은 안서기 행동은 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영덕으로 출근 했다가 집에 오면 그저 지게 지고 밭에 일하러 가던지, 아니면 집안에 자질구레한 일로 항상 바쁘다고 하고 저녁 때면 오늘 일 많이 했다고 한다. 늘 무슨 일이나 오늘 일을 많이 했고 적게 했고를 따진다.

그렇다고 안서기가 하는 일이 돈 하고 관계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말 돈 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로, 말하자면 노동으로 자기 자신을 정화시키는 차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요즘 젊은사람들도 농사지어 봐야 적자만 본다는데, 하물며 안서기가 그 작은 체구로 일하면 또 얼마나 하겠으며, 농사를 지어서 또 얼마나 생산을 보겠는가?

그건 내가 보기에는 순전히 정신이 한가해지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 지면 또 분수에 넘는 욕심을 부리게 될까봐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로 밖에 볼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 안서기는 자기 스스로 정한 선은 넘지 않을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속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그를 안서기 또는 안쪼다 라고 부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에서는 좀체로 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때론 내가 답답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전부 안서기 같지는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생각들은 다 있다. 하지만 안서기 같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거 자금으로 말썽 많은 사회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들 안쪼다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안서기에 대한 믿음과 애정도 같이 들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안쪼다라는 것보담은 안서기라는 말이 듣기에는 좋다. 오늘도 안서기는 그 자그마한 체구를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안서기의 하루는 늘 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을 맺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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