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는 지금까지 2억이란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2억이란 돈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파트를 사지 못하면 전세라도 들어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훈이가 말하려 했지만 연지는 곧 입을 막았다.
“내 딸을 책임져야 해 그 인간에게 맡길 수 없어.”
훈이도 그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혹을 달고 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짐이었다.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고등학생이었다. 과외공부며, 학원 등록비, 대학을 가겠다고 할 텐데 대학 등록금. 이 모든 것이 훈이의 머리를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어느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오겠느냐고 생각을 고쳐 잡았을 때는 연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혼을 할 것인가 아니면 훈이와의 관계를 유지하느냐는 갈림길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했다.
“자기와 목욕하고 싶다.”
연지의 말에는 모텔이나 호텔에 가서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을 표현했다. 훈이도 싫지 않았다. 연지의 동네는 모텔이 몇 개 있지만 동네사람들의 눈에 띌까봐 멀리 나가고 싶어 택시를 타고 나갔다. 이 모텔도 지나와 언젠가 한번 찾아왔었다. 큰길가에 있는 모텔이기는 하지만 앞문이 있고 뒷문이 있었다. 연지는 이 모텔을 들어갈 때 사오정 얘기를 훈이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남편과 모텔에서 나오며 뒷문통로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나 따라 오세요 하고 말하자 남편은 그쪽은 차고이고 이쪽으로 오라고 하여 웃음을 자아냈던 기억이 나는 모텔이다. 모텔은 성업 중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꽉 메우고 있었다. 연지는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부부가 집 놔두고 여기 온 것은 아닐 테지?”
안심이 되는 모양 같아 보였다.
“모두가 애인하고 왔을 테지.”
훈이는 이렇게 대답하고 자기 집을 들어가듯 태연하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연지는 고개를 숙이며 뒤따랐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모텔이건만 입구에 들어갈 때면 마치 도살장에나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으면 석호와 같이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육십 대의 남자와 고등학생 같은 소녀가 내렸다. 자기 딸보다 더 어릴 것 같은 소녀가 남자의 팔을 끼고 나왔다. 연지는 순간적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카운터로 가서 훈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모텔에 들어가기 싫어.”
연지는 훈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 내가 싫어진 거야?”
“그게 아니고 오늘은 가기 싫어.”
연지는 억지로 거짓말시켰다. 훈이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저께 지나와 같이 지냈기에 성욕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훈이는 모텔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도로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이중 창문을 해 둔 탓으로 차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음에 두 배로 잘해줄게. 오늘 못한 것까지 합해서”
연지의 말에 훈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연지는 카페로 들어오는 문에 시선을 쏟아 부었다. 조금 전에 모텔에서 나온 두 사람이 들어와 연지이가 앉은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연지이가 시킨 원두커피를 시켰다. 한 동안 말이 없던 그들은 천천히 말을 꺼냇다. 먼저 소녀가 말했다.
“아저씨는 정력이 너무 세요.”
“그래? 내가 센가?”
“그럼요. 남자는 몇 살까지 섹스를 할 수 있어요?”
“남자는 종이 한 장 들 수 있으면 섹스를 할 수 있단다.”
“정말요? 여자는요?”
“여자는 폐경이 되면 여자구실을 못하겠지?”
“폐경은 몇 살이면 오는데요?”
“오십 정도.”
“에이, 거짓말 우리 엄마는 오십이래도 우리 아버지랑 매일 하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하는지?”
“하는 소리가 내방에까지 들리거든요.”
“그래? 그 소리 듣고 넌 아무렇지도 않아?”
“찡하지요. 끝날 때까지 나도 같이 해요.”
“어떻게?”
“그렇게 해요. 몰라도 되요. 돈이나 주세요.”
남자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가정이야기를 그 소녀는 말하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사랑을 나누다가 딸이 방문을 왈칵 열어 기절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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