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가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왜곡시킨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인과관계가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왜곡시킨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승강기가 망가진 것을 아닐까? 한없이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멋진 여자가 또 다른 승강기 버튼을 누르면 어김없이 10초 이내에 승강기가 도착한다. 그녀는 아마 마술사임에 틀림없지, 하고 자신에게 투덜거린다.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시간적 바인딩"(temporal binding)이라고 부르는 에피소드이다. 우리는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잇달아 발생하는 사건들을 가끔 함께 묶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에피소드라고 인지하곤 한다.

▲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은 '시간적 바인딩'이라 불리는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Credit: © rolffimages / Fotolia)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Psycological Science)라는 심리과학협회지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시간적 바인딩'(temporal binding)이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도 있음을 제시한다.

* 시간적, 혹은 순간적 바인딩. 보통은 짧은 시간 우리 뇌에서 사건들을 엮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우리 인간의 인지 시스템은 인과관계로 연관된 사건들을 '함께' 끄집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두 사건을 비교하면서, 인지 시스템에서 끄집어낸 사건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먼저 발생한 사건이라도 나중에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고, 반면에 끄집어낸 사건이 결과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도 먼저 발생한 것으로 인지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시간적 바인딩'(temporal binding)이 발생하는가?

일부 연구원들의 가설에 의하면 우리의 인지 시스템은 의도적인 행동의 결과라고 인식하면 해당 사건들을 함께 묶는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적 바인딩'이란 우리의 행동을 그 결과와 연관시키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영국 카디프(Cardiff) 대학 심리과학자 마크 부에너(Marc Buehner)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시간적 바인딩'이 인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보다 일반적인 능력에 기원을 두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부에너는 먼저, 우리는 시간적으로 가깝게 두 사건이 발생하면 인과관계를 추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베이지안 미적분"(Bayesian calculus)을 통하여 그 역도 또한 성립한다고 한다. 즉, 만일 사람들이 두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두 사건이 시간적으로 매우 가깝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며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시간적 바인딩' 형태로 어떤 편향성(바이어스)이 나타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만일 이것이 맞는다면, 시간적 바인딩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의도적인 행동이란 특별한 사례일 뿐이다.

부에너는 이 가설을 사건-예측 패러다임을 사용하여 두 가지 실험에서 테스트해보기로 결정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목표 라이트가 언제 점등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기준 조건(Baseline condition)에서는 목표 라이트 점등은 신호 라이트에 의해서 인도된다. 자가-인과(Self-causal)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이 목표 라이트 점등을 위해 버튼을 누른다. 머신-인과(Machine-casual) 조건에서는 별도의 기계가 버튼을 눌러 목표 라이트를 점등한다. 인과- 바인딩 가설에 따르면, 자가-인과 및 머신-인과 조건들에서 참가자들은 목표 라이트 점등을 기준 조건에서보다 일찍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의도적 바인딩에 따르면 자가-인과 조건에서만 참가자들이 일찍 예측해야 한다.

* 실험의 세부 사항과 전제 조건을 모르니 이 부분은 읽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실험 결과는 기준 조건에서의 예측이 약간 늦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가-인과 및 기계-안과 조건들 사이의 예측 시간 차이는 의미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의도성이 '시간적 바인딩' 발생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닌 것을 의미하며, 부에너의 가설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과거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어드밴티지를 준다고 부에너는 말한다. 우리가 왜 사건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인과 관계를 알면,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대해 더 잘 준비할 수 있다. 인과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과거를 안다는 것만으로는 실험에서의 기준 조건에서처럼 미래를 더 잘 준비하기에 부족하다.

부에너가 관찰하는 것은 "인과 관계가 사람들의 정신에 주관적인 시간 왜곡을 주입한다."는 것이다.

부에너는 이 발견이 '유용성' 엔지니어나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에게 실용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 유용성 엔지니어, usability engineer. 말 그대로 유용성, 즉 사용자가 시스템을 얼마나 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엔지니어인데, 아직 우리말에는 해당 표현이 없다.

부에너는 '대기 시간이나 지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같은 인식은 사람들의 인과관계에 대한 믿음에 따라 체계적으로 왜곡될 수 있음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기(혹은 누군가, 혹은 그 밖의 어떤 것)가 책임이 있다고 믿게 되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한다.

* 사람의 인식이란 주입된 것일 공산이 크다. 우리는 보통 태어나는 순간이나, 아니면 인간이라 정의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는 인식이 없었다. 오감이 생겨나면서 인식은 따라 나온 것일까? 아무튼 인식과 정체성은 부여되는 것이다. 당연히 시간도 부여된 것이다. 인식으로 인식을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니 너무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 시간적 바인딩(temporal binding). 그림 a.를 보면 보통 한 사람의 얼굴이 중앙의 촛대로 나뉜 것으로 보거나(b.), 혹은 두 사람의 옆 얼굴(c.)이라 생각한다. 물론 양쪽을 왔다갔다 한다. 공시상(共時相)인 것이다. 각각의 경우에 우리 뇌는 그림 d.처럼 1,2와 3,4를 묶어 생각하거나, 혹은 1,3과 2,4를 묶어 생각한다. 어떻게 뉴런이 반응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을 순간적으로 다르게 묶는(시간적 바인딩, 혹은 순간적 바인딩) 것이다. ("Dynamic predictions: Oscillations and synchrony in top-down processing", Nature Reviews Neuroscience 2, 704-716 (October 2001), doi:10.1038/350945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