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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 소아시아 원정길의 옛 프리지아의 수도 고르디움 신전에서 마주친 건 거대한 적이 아니었고, 그 누구도 풀 수 없다는 상징의 매듭, '고르디우스의 매듭'이었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진정한 제왕이 된다는 바로 그 난제였다. 당시 20대 초반의 알렉산더는 충분히 영리한 황제였으나 그가 선택한 건 '단칼' 이었다.
'쾌도난마(快刀亂麻)'.
이 것 저 것 다 살피고선 답이 없을 때, '단칼'이 답이 된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친이와 친박, 청와대와 보수권... 지금 여권의 정세가 바로 이러하다. 누가 어떻게 '쾌도난마'를 휘두르느냐가 중요하다.
마치 지금 그 칼은 비대위의 손에 쥐어진 듯하다. 연일 날이 선 발언에다 그들 면면들 역시 일전을 불사할 모양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어떤 형식으로든 '쾌도난마'가 이루어질 것이며, 아무리 예리하게 엉킨 매듭을 자른다 해도 잘려나간 자리가 흉하게 돼 있다. 그 매듭이 감겨 있는 몸통이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몸통. 이미 거기에는 씻지 못할 아물지 않은 과거의 상처, 18대 총선 친박 공천학살과 정치보복 수사라는 쓰라린 기억과, 그리고 깊이 파고든 친이계의 환부가 도려내져야 할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근혜 대표는 진흙탕에 모래를 뿌릴 게 아니라 그가 살아온 金銀花(인동초)와 같은 인내의 지혜를 더 강인하게 발휘하면서 어차피 내려쳐야 하는 단칼이라 하더라도 잠시 그 동작을 멈추어야 한다.
뒤집어 말하자면, 만약 지금 여권의 엉킨 실타래를 '쾌도난마'로 자를 수 있는 단칼이 존재한다면 그 칼의 주인은 한나라당 비대위가 아니어야 한다. 친이계 역시 그 주인이 되기엔 너무 늦었고, 중심을 잃은 자세다. 바로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만이 '결자해지의 쾌도난마'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칼자루 주인이다.
지금 청와대는 그 칼을 들 수 있는 여유와 자세를 잡기 어려운 지경이다. 먼저 책임을 물어 당내 주류들을 쳐 내기엔 버거울 만큼 사면초가의 수세에 몰렸고, 그럴 명분조차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골육상쟁이든 뭐든 이대로 두고 보자? 결과는 총선과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며, 그 패장의 말로가 어떠하리란 것은 이미 가까운 우리 역사의 故 노무현 대통령이 증명하고 있다. 특검과 청문회 탄핵, 그것만이 현 정부를 기다리는 복병이 아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민족적인 대위기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종북세력이 노리는 거대한 음모의 구도 속에 갇히는 암담한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어려운 자세로 결자해지의 칼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친이계 내부로부터 자성과 대수술을 단행하면서 한나라당의 진정한 쇄신과 새 출범을 위한 닻을 올리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거기엔 반드시 여전히 잔인한 정치보복의 상처로 남겨진 서청원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 대표와 뉴스타운 손상윤 회장 등의 복권문제를 해결하고, 박근혜 대표 및 비대위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모든 매듭은 엉킨 가닥을 역순으로 풀어야 한다.
이것만이 총선과 대선을 이기는 길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돌아선 국민의 마음이다. 모든 정책 실수와 비리가 일어난 청와대가 침묵하는 동안 어떤 당 쇄신과 일신을 통해서도 돌아앉은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수 조 원, 수 십 번의 새 정책보다 진정성 어린 태도, 말 한 마디가 중요한 게 현 정국이다.
고심과 번민보다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당 비대위의 단칼이 들어 올려 진 순간이면 모든 게 이미 늦다. 바로 지금, 이 대통령에게 알렉산더의 기지와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