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농업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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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농업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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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망친 자는 우리 모두임을 깨달아야 한다

 
   
  "농업사수"혈서를 쓰는 농민
ⓒ 사진/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농업도 하나의 산업이다.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 구조를 거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공업이나 서비스업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뭔가 다르다. 모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살아 남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지만 우리 농업의 경우는 그 형태가 다르다.

한 산업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장 경제에 편입되어 서로 경쟁하고 도태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농업 만큼은 예외로 두었다. 심지어 '농촌은 공산주의와 진배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게 우리나라 농업이고 농업정책이다.

농업 자동화란 명목으로 각종 기기류를 국가가 지급하고 있으며 형평성을 이유로 철저히 순서대로 지급받고 있다. 또한 지급 대상자가 필요하지 않는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급 받기를 양보하지 않아서 농촌 곳곳에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녹쓸고 있는 장비들이 흔하다고 하니 공산주의 체제와 닮은 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 국가였다. 또한 산업화 과정에서 다른 산업에 편입된 사람들도 모두 농촌 출신이었으며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척들이 농촌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 속엔 전통적인 농업관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 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냐에 상관 없이 농업에 대한 인식은 다를 바가 없다. 농촌은 지켜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 수백년 동안 우리를 지배 했던 '농자천하지근본(農者天下之根本)'이란 사고 방식 역시 건재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도 농업을 시장 경제에 편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원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급속한 산업화를 위해서 농업을 희생, 통제한 박정희 시대 부터의 농업 정책도 그 몫일 것이다. 무조건 증산을 강조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농산물 가격을 강제로 억제시켰다. 또한 수매 등의 제도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농산물의 유통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그 문제가 지금 곪아가고 있다. 농민들은 진정한 의미로 서로 경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이 우리 농업 경쟁력이 약한 첫번째 이유다. 그러니 남이 돈을 벌었다고 하면 같은 농작물을 서로 재배해서 손해를 보기 일쑤고 제대로 정비된 시스템이 없어서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중개상은 있을 지언정 제대로 이득을 보는 농민은 드물다.

이제까지 정부는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농업에 쏟아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농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경쟁력 없고 무기력한 농업의 생명을 연명하는 데에 써왔다. 도태되지 않으니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농업이 성장할 기회는 없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FTA 비준에 반대하는 각종 농업 관련 단체들의 주장은 이기적인 목소리 일색이다. 물론 경쟁력 없이 FTA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농업에는 충격이다. 그러나 그저 립 서비스로 농업 경쟁력을 운운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 농업의 현실은 정부의 보호막 속에 하루 하루 현상 유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목소리를 모아 제도의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노력한 바는 없다시피 하다. 다만 시장 개방에 있어서만 목소리 높여 반대해왔다. 이는 세계화 반대라는 그럴 듯한 명목에서가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고 말하려면 그들은 끝없이 발전하려 노력했어야 하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여러번 해봤어야 한다. 성공이건 실패건 간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 않은 이들의 이제까지의 태도는 지금의 주장이 단지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공업을 희생할 수는 없다. 농업이 한 국가의 근본이라는 논리는 이제 철지난 논리이다.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공업을 희생해도 될 정도로 공업의 비중이 농업보다 적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떠한 산업도 한 국가의 기틀이 아닌 것은 없다. 농업을 지켜야 하는 것 처럼 공업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과연 농업이 한 국가의 근본이란 논리만 고집스레 되풀이 하는 이들은 농업을 지키고 공업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FTA실패로 우리가 해외 수출에 입는 타격이 얼마나 클지를 철저히 감추고 단지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만을 되뇌인다면 이는 한 국가를 생각하는 이들의 자세가 아니며 현명한 자세도 아니다.

농업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도 농민들도 농업을 지키는 대신 농업의 구태의연한 현 모습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정녕 농업을 지키려면 어떤 방향이든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며 그 와중에 겪는 고통을 감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혁신과 개혁은 들어본 바가 없다. 다만 절대 고통은 있을 수 없다는 외침 뿐이다.

그렇다. 수백조의 자금이 들어가지만 이런 상태로는 우리 농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 고통을 겪지 않으려 하고 변하지 않으려 한다면 몇몇 농민이 도태되는 대신 농업 전체가 도태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 어떤 존재도 변화하고 적응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는 없다.

우리 농업을 지키자는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당장 FTA에 반대하는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 깔린 대한민국 국민들의 발상과 변화를 모르는 농업의 현실은 결국 우리 농업을 죽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시위를 하고 수백조원이 아니라 수천조원을 쏟아부어도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농업이 살고자 하면 변해야 한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아니면 새로운 다른 주의든 그런 것은 상관 없다. 하여튼 생존의 유리한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농업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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