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방, 우리의 대책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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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나선특별시, 중국의 투먼과 훈춘, 러시아 하산, 이 세 지역을 잇는 트라이앵글이 미래 아시아를 주도할 경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중국 화교, 러시아, 일본의 자본까지 이리로 몰려들고 있는 실정에서 우리는 손을 놓은 채 여전히 비핵화 타령만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경제개방을 향한 역동적인 몸짓을 시작했다. 나선국제무역지대를 나선특별시로 승격한 것이 개방의 신호탄이라면 지난 20일 발표한 국제개발은행 설립은 본격적인 개방의 첫걸음이다. 최근 강화된 북중 국경지대의 삼엄한 경비체제 역시 개방으로 인한 주민 동요를 우려한 조치이다.
그 이전에 단행된 화폐개혁이 개방과 무관하지 않다. 화폐개혁으로 앓고 있는 북한경제의 신음소리는 그보다 더 큰 충격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주사에 다름 아니었다. 개방 이전에 지하에 묻힌 엄청난 부패자금과 개방 시 외국자본과 결탁해 복합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지하경제를 일거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외부와 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체내게 쌓인 묵은 찌꺼기를 해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의 개방은 사실상 중국의 주도 아래 매우 면밀하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스스로 개방의 길로 나서는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통해 개방의 효과와 여파를 보고 중국의 길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더욱이 최근 왕자루이(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과 대풍그룹(조선국제투자그룹)의 중국내 활동은 양국의 협력이 이번 북한의 개방에 전초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급기야 다음 달 출범할 북한의 국제개발은행은 100억 달러의 자본금을 출원, 두만강경제특구의 외자유치 허브로 가동될 전망이다. 100억 달러라면 북한 연간 GDP의 70%에 달하는 액수로 북한이 개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단면을 이 금액이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비난 발언과 외교공세를 멈추고 대외 관계개선에 나섰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바란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할 만큼 현저한 태도변화를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개방에 대한 북한의 열망과 절박함의 발로다.
북한 개방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이미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전 방위 대북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중국의 지분 점유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한국광업진흥공사 역시 북한의 광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가시적 사업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북한에 대해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주도권을 거머쥔 중국은 창춘에서 투먼, 훈춘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400여Km 건설사업에도 착수했다. 거기다 평양~신의주 간 철도보수와 중국 투먼과 북한 라선특별시 철도 연결, 평양의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그리고 나진항만 재건이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있다. 압록강을 통한 주력 교통루트인 단둥의 제2압록강철교는 오는 10월 건설 예정이다.
특히 중국이 관심을 보이는 사업은 나진항 사용권이다. 두만강 하구 공유수면 16km를 북한과 러시아가 분점해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동쪽 출구가 막힌 중국은 나진항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북한에 구애를 하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나진항 재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북,중 양국은 개방정책에서 완벽한 윈-윈 파트너십을 형성한 셈이다.
여기에 러시아도 가세했다. 러시아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문제는 역시 LPG 가스의 파이프라인을 시베리아로부터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 파이프라인의 수혜자이지만 북한이 가스 통과수익으로만 연간 1억 달러를 벌게 된다.
또한 러시아는 연해주 남단 하산지역과 나진지역 간의 철로를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나선특별시의 개방화로 한반도 철도망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철도 계획을 완성하려 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북한의 개방화 바람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한 세력의 흡인력에 빨려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북핵문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두만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모양새다.
북핵. 그것은 여전히 중요한 안보의 과제이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그 이후 군사안보 문제는 결국 주변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개방의 주도력을 상실한 순간부터 외교 안보의 주도권이 동시에 물 건너간다는 논리에 주목해야 한다.
현 통일부의 대응체제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외교 주안점이 안보에 집중돼 있고 장관 역시도 안보 전문가이다. 문제는 통일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대해 소심하고 비판적이기만 하면서 현재의 경제적 변화흐름을 타고 국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맨파워의 동력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개방은 민족적인 문제이며 곧 우리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사안이다. 동아시아 안보문제에서 북한이 역설적으로 완충지대가 되었던 것처럼 경제개방에서도 우리 경제의 북진 채널로서 북한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개방으로 중국의 자본과 인력, 그리고 물류의 이동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돌진할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대책은 없는가? 개성공단은 경제논리를 배제한 과거 정부의 외교적 실패작이지만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앞으로 그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다. 단둥에 가동 중인 대북공단 역시 현재 부진한 사업상황을 보이지만 활용가치가 있는 자원이다. 그리고 투먼이나 훈춘 등지에 식품 생필품 등을 공급하는 대북 전진기지를 새로 건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또한 무엇보다 현재 중국 랴오닝성을 거점으로 대북 교역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북한개방은 두만강 유역에 집중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단둥을 루트로 하는 랴오닝성이 주력 루트로 부상하는 건 시간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선양-단둥을 연계한 한국 산업의 제조 및 물류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민관 합작 형식의 대단위 공단조성이나 민간 외교채널의 보강이 뒤따라야 한다.
재중국 조선족 교포사회 및 교포자본과의 협력도 과제이다. 현재 지나치게 편향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미래 한국을 위한 필수과제다. 개방된 한반도 상황에서는 한국과 북한, 중국 랴오닝성 지린성을 거쳐 몽고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대륙의 띠가 하나의 거대한 경제 축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투자와 함께 반드시 문화적 교류의 끈을 강화해야 한다.
두만강 하구 권역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경제, 안보의 황금지대이다. 이제 북한개방은 우리 경제의 현실이 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딛고 빠르게 성장해 가는 한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이자 시험대를 만난 셈이기도 하다. 국가 경제부흥은 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이제 여의도와 청와대를 오가며 벌이는 설전과 내부적 분란을 대범하게 해소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두만강 너머를 기웃거릴 일이 아니라 역사의 변곡점 현장으로 뛰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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