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아버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세습으로 권력을 승계한지 12월로 10년을 맞이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의 최고지도자의 행동에 따라 경제개혁이나 국제적인 문호 개방의 기대치가 꽤 높았으나 군비가 강화되는 만큼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되면서 중국 의존도는 더욱 더 높아졌다.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김정은 시대 첫 10년을 특징지은 것은 ‘핵무기 개발 적극적인 추진’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김정은의 군비증강 정책 채택은 스스로를 고립시켰으며, 아마 지금까지 최대의 시련에 직면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렁에 빠진 경제를 건져내고, 수백만 북한 주민들을 굶기지 않게 하려면, 정치적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핵무기는 경제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 대유행(pandemic, 팬데믹)대책의 일환으로 국경봉쇄(Lockdown, 록다운)와 국제사회의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은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스타일임에는 분명하다. 조직화와 리더십의 이양을 통한 북한의 ‘정상국가화’, 핵무장과 외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통한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획득, 투명성과 인민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공감대 제시이다.
젊고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김정은의 이러한 스타일 덕분에 집권 초기에는 북한의 경제 개혁이나 한국, 미국과 같은 오래된 숙적들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 체제 전체에 대한 변혁은 2021년 12월 현재까지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거대한 정치범 수용소 운용, 잔인한 처형에서부터 경제사회에 대한 엄격한 통제에 이르기까지 아버지 김정일이 행한 최악의 실천들 상당부분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그린 네덜란드의 레이던대학 한반도 전문가는 “일반 북한 인민들이 맛본 김정은의 통치는 처음 몇 년 동안 잠시 기대를 갖게 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핵무기 개발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고 제재 해제를 쟁취할 것인지, 아니면 불신은 있지만 불가피한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또 정치적 통제를 늦추지 않은 채, 경제와 사회의 추가 개방을 허용함으로써 경제를 부양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직 직원으로 현재 워싱턴에 본거지를 둔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의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은 “경제를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들이 보기에는 현 상황보다 훨씬 바람직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그린은 “대유행의 타격이 지나가면 관리된 개방에 대한 요구가 체제 내 엘리트에게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적 상황을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제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가 크게 늘지 않으면, 경제개혁이라는 목표는 거의 확실하게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북한의 6차례 핵무기 실험 중 첫 수폭실험으로 추정되는 것을 포함해 4차례는 김정은 체제에서 진행됐다. 김정은은 또 최대 미국까지 사정권에 드는 일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해냈다.
김정은에게 이 같은 무기는 북한과 자신의 지배체제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전가의 보도이며, 북한에 다른 핵보유국과 맞먹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인 한편으로 핵개발 때문에 2017년에는 대미 전쟁의 고비까지 치달으면서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용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북제재 완화와 대미관계 진전을 향한 김정은의 노력은 역사적이고 전례가 없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제재 완화의 전제로 북한이 어느 정도 무기를 포기할 것을 미국이 요구하고 있어 후속 논의는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이 핵외교에서 계속 강경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으며, 핵개발을 더 하면 협상을 하든 교착상태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핵개발, 경제, 그리고 팬데믹이 수습되면 외교까지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김정은은 자기 자신, 그리고 자국의 이미지를 정상적이고, 현대적, 선진적으로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우선과 중국 정부의 유엔 제재 지지를 강력히 비판한 베이징의 전략안보 전문가 자오통은 “중국과 북한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지만, 김정은은 곧바로 관계를 복원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매우 한정적이지만, 거의 대부분은 중국 상대이며, 북-중 양국 현 정권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추진과 서방국가들의 영향력에 대한 대항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김정은은 자국의 국제적 협력관계를 다변화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사고방식이 가까운 소수 국가의 원조에 계속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로이터는 크리스토퍼 그린은 “김정은이 권좌에 막 오른 수년간, 독재 지배를 지지하는 이익 공여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이윤을 낳는 것을 목적으로 경제개혁을 시도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시 개혁에 수반되는 위험도와 반대파의 목소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그는 반격을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문제 조사 담당자들은 경제와 식량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북한 내 취약계층이 기아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북한은 더욱 경제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많은 국민이 의존하게 돼 있던 암시장도 공인된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존속여부가 위협받고 있다.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에서는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도 보급됐지만, 인권운동가들의 견해로는 김정은이 감시나 억압적인 정치통제에서도 보다 하이테크 지향의 수법을 채택해 타국의 영향이나 국내의 저항 징후를 불법화, 배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킹스칼리지 런던의 한반도 전문가 라몽 파체코파르드는 “김정은이 외교를 중시한다면 북한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실현에 옮기는 것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김정은 시대는 팬데믹 수습 이후에 그가 일반 북한 국민의 생활수준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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