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서 통할 한국영화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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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서 통할 한국영화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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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개방정책 사례별 찬반논리와 결과 비교

^^^▲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 <디워>와 <화려한 휴가>.^^^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가 개봉 11일만에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려한 휴가’에 이어 한국 영화가 국내 영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화려한 휴가’와 ‘디워’가 개봉되기 전, 올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흥행순위 상위는 대부분 외화가 차지하고 있을 뿐 한국 영화는 찍어내기는 해도 순위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한 탓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단기간의 현상을 두고 스크린쿼터 축소의 영향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올해 개봉된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관객을 동원할 만한 대표작이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영화평론가나 언론사의 기자들은 ‘디워’에 대해 개봉 전까지만 해도 우려 섞인 비판을 쏟아냈었다.

그러나 ‘디워’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영화평론가나 기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박진감 넘친다는 평이 대체적이지만 ‘디워’에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관객들은 일단 한국영화의 성장에 주목했다.

국내의 독자적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만든 영화라는 점, ‘이무기’라는 다소 식상해 보이는 소재를 글로벌화 시켰다는 점,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 <디워>와 <화려한 휴가>.^^^^^^
어느 한 네티즌은 국내 영화계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며 ‘한국영화는 망했다’고 자조하고 있을 때 심형래 감독은 6년간의 제작과정을 통해 세계에 통할 영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스크린쿼터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체격을 키워왔다. 이제 한국영화는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외화들과 정면으로 맞부딪혀 실패라는 경험도 맞보고 면역력을 키워나가 질적 향상을 꾀할 기회를 맞은 것이다.

스크린쿼터와 시장개방

사실 스크린쿼터를 도입한 국가에게는 자국 영화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이지만, 주변국에서 볼 때 일종의 무역장벽이다. 이로 인해 스크린쿼터를 두고 미국과의 마찰은 끊이질 않았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미국과의 투자협정(BIT)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미 투자협정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스크린쿼터 폐지를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와 국내 영화계의 반발이 부딪치면서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통상무역국가인 우리나라에게 스크린쿼터 문제는 협상의 아킬레스건이자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였다. 세계적으로 스크린쿼터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으로, 146일의 의무상영일수는 중국에 이은 세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영화는 공산품과 달리 한 나라의 정신과 문화를 대표하는 산업이므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998~99년 당시 국내의 여론도 스크린쿼터 유지를 지지했다.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 4년 연속 50%대 넘어

하지만 2001년 이후 한국영화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1000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속속 등장했고, 연이어 시장점유율은 50%에 넘어서고 있다.

1999년과 2000년 한국영화 점유율은 각각 36.1%, 35.5% 수준이었으나 2001년 50.1%를 기록하더니 매년 성장을 거듭, 지난해는 59.1%까지 성장했다. 2002년(48.3%)을 제외하고는 매년 절반 이상의 스크린을 한국영화가 차지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탄생은 막대한 자금을 영화산업으로 불러들였고, 제작과 배급, 투자 시스템은 선진화했다. 과거 국내 영화 산업이 주먹구구식이었다면 이제는 일정 규모를 갖춘 제작ㆍ투자사가 성공 여부를 철저히 따져 기획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쟁력 키워온 한국영화

대자본을 앞세운 헐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은 처음부터 무리라고 말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영화 시장의 동향을 잘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이 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드시 투입되는 자본의 양에 의해서만 영화의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등 톱스타와 150억 원이라는 자본이 투입된 영화 ‘태풍’은 제작 단계부터 대박을 예감했으나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420만 명 동원에 그쳤다.

‘실미도’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는 하나 ‘반지의 제왕’에 투입된 자본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실미도의 완승으로 끝난 바 있다.

'헐리웃 영화와 경쟁은 무리'라는 두려움 떨쳐버려야

또 톱스타라고 할 수 없는 배우과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왕의 남자’의 1000만 관객 돌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려한 영상이나 스펙타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짜임새 있는 내용, 즉 콘텐츠가 흥행의 관건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 <디워>와 <화려한 휴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측은 영화 자체의 경쟁력도 그렇지만, 미국 영화 직배사들의 횡포를 우려하고 있다. 흥행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배급하면서 다른 영화들까지 ‘끼워팔기’하는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성장은 국내 배급사의 성장을 함께 가져왔다. 지난해 서울 기준 배급사 시장점유율을 보면 국내 배급사가 70%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국내 메이저 배급사 두 곳이 서울 소재 극장 배급 점유율의 42%에 달하고 있다.

이미 국내 배급사의 영향력이 훨씬 더 막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제는 국내 배급사가 외국영화를 배급하거나, 직배사가 한국영화를 배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배사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수가 연간 수편에 불과할 뿐 아니라, 달라진 배급 시장 구조와 관객 선호도를 감안했을 때 ‘끼워팔기’ 우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독립영화 등 다양성 키울 영화산업 지원책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경쟁을 심화시키고 이른바 ‘돈 되는’ 영화 제작에만 열을 올려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정부의 향후 영화산업 지원책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산업 발전 위해 4000억원 예술영화 등에 지원

정부는 4000억 원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통해 비주류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제작을 지원하고, 현재 10여 개에 불과한 예술영화 전용관을 100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예산 영화 제작 전문투자 조합을 결성하는 한편, 해외진출 전략 센터와 해외 공동영화 제작 지원 등을 통해 시장 확대를 적극 도울 것이다.

재정 지원 외에도 제작ㆍ배급사와 극장 간 수익분배율 개선, 영화 제작 투자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 등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영화 현장인력의 처우 개선과 재교육에도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 발전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의무상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이상 강화될 수 없으며, 경쟁을 통해서만이 더욱 튼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

"스크린 쿼터가 다시 부활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니 지금은 영화인들이 내적 에너지를 모을 때이다. 그렇게 한다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

국제영화제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이 같은 말속에는 우리 영화계가 스크린쿼터가 축소됐다는 이유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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