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 거창군 출신의 김태호라는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은 200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창군 시골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태호는 경상남도 최연소 도의원과 거창군 군수 경력을 바탕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풍운아 중 한사람이다.
경상남도 도지사 시절 김태호는 당시까지만 해도 중앙 정치권에는 생소한 얼굴이자 이름이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던 그 당시 전공노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2009년 9월은 김태호가 전국적인 인물로 떠오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한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전공노는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을지훈련을 두고 을지훈련은 自主(자주)의 걸림돌이라며 불법적인 정치투쟁을 벌이자 김태호 지사는 단기필마로 나서 전공노와 전면전을 선포했던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었다.
전공노의 위세가 한창이었던 그해 9월 28일, 경남 도청 간부회의에 참석한 김태호 지사는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공복인 전공노가 민노총에 가입한 것은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태호는 "전공노가 정치투쟁에 참가하거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면 단호하게 법의 잣대로 대처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천명함과 동시에 전공노 경남지부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김태호는 실제 행동도 그렇게 옮겼다. 당시 김태호 지사는 전공노 경남지부의 상근자 3명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법 점거한 사무실을 비우도록 계고장을 보냈으나 전공노 경남지부는 지사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태호 지사는 전공노 경남지부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폐쇄시키는 결단을 내리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그 당시 김태호는 전공노의 극한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때 김태호 지사가 보여준 단호한 대처와 결단은 전국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김태호는 보수우익으로부터 한순간에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큰 키에 준수한 외모까지 겸비한데다 스타성까지 갖춘 김태호는 언젠가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치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태광실업 박연차와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되어 야당의 집요한 정치공세 끝에 결국 낙마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것이 어쩌면 후일 정치적인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먼 미래의 사람 팔자를 누가 알겠는가, 김태호의 나이는 이제 갓 50을 지난 52세에 불과한 나이다. 요즘과 같은 노령화 시대에 52세의 나이라면 그야말로 젊은 층에 속한다.
김태호는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내 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때 김무성, 서청원에 이어 3위를 했다. 받은 득표수도 2만 5천여표가 넘었다. 단기필마치고는 대단한 경쟁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김태호의 나이를 보면 정치를 상당기간 계속해도 될 나이지만 어쨌거나 김태호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태호의 불출마 뉴스는 지탄받는 정치권 뉴스 중에 단연코 신선한 뉴스였다.
김태호의 불출마 소식은 먹이 감을 찾지 못해 혈안이 된 다른 국회의원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삼복더위에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 같은 소식이요 속이 뻥 뚫리는 청량제가 아닐 수가 없다. 김태호의 불출마 선언문 내용을 보면 김태호는 철저하게 자신의 현실을 뒤돌아보는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신선하여 눈길을 끄는 내용들로 채웠다.
요즘 말로 치면 처절한 셀프디스의 선언문이었던 셈이다. 김태호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언어가 과격해졌다"며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밴 스타 의식과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깊이를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태호의 불출마 선언이후 40대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해서 평가 절하하는 소리도 들리기는 하지만 김태호가 노리는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내용으로만 보면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이런 김태호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또 한사람이 있다.
새민련 비례대표 출신에다 갑(甲)질의 대명사인 어떤 여성의원이 그 장본인이다. 이 여성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세를 이용하여 대리기사에게 폭행까지 가했으면서도 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국회의원을 더 하고 싶다면서 안산으로 달려가 사무실까지 낸 권력에 도취된 장본인이 바로 김현이다.
김태호는 재선 의원이다.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설혹 대망을 이룩하기 위한 정치적인 승부수라고 해도 위선과 허울로 위장한 정치인의 자화상을 고백한 점, 그리고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시 절차탁마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점만은 높이 살만한 결단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현은 김태호와 달랐다. 특히 안산 사무실 개소식에서 친노패거리를 불러놓고 '정말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김현을 보면 김태호와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간격이 느껴져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
새누리당엔 심학봉 같은 빗나간 웰빙파들이 문제를 간혹 일으키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김태호 같은 용기 있는 의원이 있어 그나마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새민련 보다 높은 지지율을 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김태호도 이념은 보수지만 그도 엄연한 386세대다.
새민련 386 세대들은 젊은 김태호의 불출마로 인해 또 다시 기선을 제압당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하긴야 새민련에서는 김현 같은 자도 국회의원을 더 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어느 누가 앞장서서 자신을 희생시키겠는가,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늘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더 꽉 쥐고 있겠다는 것이 그들의 탐욕이 아니던가, 이런 모습들이 새민련의 한계이자 선거 때마다 패배하는 결정적인 원인이자 배경일 것이다.
내공이 깊은 강호의 무림고수는 절대 칼을 함부로 뽑지 않는 법이다. 칼을 뽑는 순간 필살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또한 내공은 자신의 위치를 바닥끝까지 끌어내려야만 쌓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쌓이고 쌓이는 것이 바로 실력이요 내공이다. 김태호는 언젠가 자신의 대망론을 펴기 위해 다시 정치권으로 컴백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김태호의 불출마 선언을 정치적인 쇼라고 한다. 그렇다면 새민련 내에서는 쇼라도 할 만한 위인이 있는가, 이러니 조국의 입에서조차 " 김태호의 불출마 선언이 설령 쇼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졌다"고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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