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진은 뜻밖에도 배소진_양천수 모바일 인스티튜션의 대표이며 양천수의 부인인 배소진이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주경진은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소진을 만났다. 하얀 간이 한복 차림의 박소진은 전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풍겼다.
"우리 연구소의 모바일 공화국 건설에 대한 양천수 박사의 의견을 좀 말씀드리려고요."
박소진은 아주 겸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예. 근데 아무 능력도 없는 저한테 왜 그런 설명을 하시려고 합니까?"
주경진은 오면서 입속에 몇 번이나 연습한 말을 했다.
"남당의 브레인이 주경진씨라는 것은 다 알죠. 우리 팀과 손을 잡는 게 어때요?"
"팀이라니요?"
"양박사와 저희들 말인데요."
박소진은 그날 이미 문지수에게서 들은 모바일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었다. 박소진과 헤어져 나오면서 양천수를 움직이는 배후가 박소진이라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 장차 오혜빈 못지않은 남당의 적이 될 여자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주경진은 국회를 없애자는 제안을 양천수, 박소진 부부가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공대성 후보에게 보고했다.
"뭐야? 국회를 없앤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국가인데 국회를 없애고 행정부, 아니 대통령이 독재를 하겠다는 거야? 행정부 감시 기능이나 입법 행위, 국민 의견 수렴기관을 없애자는 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짓이야."
공대성이 펄쩍 뛰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고 주먹을 몇 번이나 쥐었다 폈다 했다.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국회를 없애자면 헌법을 고쳐야 하고 헌법을 고치자면 국회를 거쳐야 하고, 또 국민투표를 거쳐야합니다. 그런 일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까? 만약 오혜빈 후보의 여당에서 양천수의 정책 안을 받아드린다면 스스로 망하자는 짓이지요."
정문오 위원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 흥분을 잘하는 정문오와 공 후보가 서로 바뀐 것 같았다.
"양천수인가 뭔가 하는 자가 물리학자라고 했나?"
"장영실당을 만들 것이란 소문도 있습니다."
공대성 후보는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상기된 얼굴로 배덕신 사무총장을 돌아보았다.
"그렇습니다. 오혜빈 후보의 후배라고 합니다."
"오혜빈의 연하 애인이란 것은 확인하지 못했나? 그 뭐야 맨몸연댄가 하는..."
"멘붕연대요. 멘탈붕괴..."
정문오가 고쳐주었다.
"양천수가 오혜빈의 비밀 연인이건 아니건 그게 문제가 아니고 여당에서 양천수한테 속아서 그걸 정책이라고 들고 나오기만 하면 박살날 텐데..."
정문오가 혼잣말처럼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주경진은 정문오의 중얼거림이 진심이 아닌 것 같아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독심술을 활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문오는 좀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 동자를 통해 뇌를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독심술은 무용지물이다.
"저, 정 위원님!"
주경진이 정문오 앞으로 다가서서 큰 소리로 불렀다.
"왜 그래요?"
정문오가 눈을 크게 뜨고 주경진을 노려보았다.
"양천수가 대권에 꿈이 있는 것 아닐까요?"
주경진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동안에 정문오의 머릿속을 재빨리 읽었다.
- 내가 멘붕연대 방영환과 토론을 벌여 국회 폐지론을 찬성한다면? 내가 뜨게 될까, 아니면 망하게 될까? 통 분간이 안 가네...
정문오는 머릿속으로 엉뚱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정 위원님, 위원님이 멘붕연대 토론회에 남당의 대표로 나가 양천수와 국회 폐지론에 대한 토론을 벌리면 어떨까요? 사회는 물론 멘붕연대의 방용환이 할 것이고요...."주경진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허험, 내가 뭐.... 그 꽁지머리하고?"
정문오가 그 제안이 썩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는 것을 주경진은 알고 있었다.
모든 핸드폰에 생중계되는 멘붕연대의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물론 꽁지머리 방용환이 사회자이고 주요 토론자로는 남당의 정문오, 여당의 김마리, 그리고 중립을 표방한 양천수였다. 그 외에도 배덕신 남당 사무총장, 허연나 여당 사무총장이 참가했다.
"멘붕연대를 아끼는 모티즌(모바일+시티즌) 여러분, 오늘은 국회를 없애자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이겠습니다. 떠들어줄 사람은 여당의 김마리 여사, 언젠가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양천수 박사, 그리고 남당의 실세 정문오 의원입니다. 자, 그럼 국회 폐지론을 제일 먼저 들고 나온 장영실 당의 양천수 박사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공언한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더구나 장영실 당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뒷담화에 오른 오혜빈 후보와 몰래 연애를 하거나 살롱 같은데 간 일은 더욱 없습니다."
양천수가 발끈했다.
"아, 그런가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양 박사가 대권 꿈을 꾸는 줄로 알고 있으니, 세상이 오해를 했군요. 어쨌든 왜 국회가 없어져야 합니까?"
"여러분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몇 명입니까? 300명이 넘지요. 이 사람들이 1년에 쓰는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아무리 적게 따져도 한 사람이 나라 돈 3~5억은 거뜬히 씁니다. 300명이 1년에 1천5백억 원씩 쓰니까 4년이면 6천억을 씁니다."
"잠깐, 뭔 돈을 그리 많이 쓴단 말입니까? 계산이 틀려요."
현역 의원인 김마리가 나섰다.
"계산 비슷합니다. 한 달 받는 것만 따져봅시다. 법무수당 540만원, 관련 수당 46만8천원, 입법 환급비 1백80만원, 급식비 13만원, 가계 지원비 86만 8천원, 특별활동비 하루 1만8천원, 위원장 되면 직급 보조비 연 1천 6백50만원, 보조원 4급 2명, 5급 2명, 6,7,9급 3명의 월급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옵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수입이고 그 외에도 정치헌금, 겸직으로 받는 수입 등을 합치면 5억이 문제가 아닙니다."
양천수 박사가 숫자를 들이대며 말했다.
"선관위를 통해 지급되는 선거 비용은 어쩌구요."
허연나도 거들었다.
"기왕 돈쓰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도 한마디 하지요. 모티즌 여러분, 국회가 쓰는 1년 예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5천억입니다. 4년이면 2조, 숨막히네 이조 5백년 왕조.... 이러니 망했지."
사회자 꽁지머리가 갑자기 형평을 잃고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경비도 제대로 계산한 것 아닙니다. 특별활동비, 해외 유람하는 출장비, 질병이나 사망 때 받는 위로금, 물러난 뒤에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 4년에 2조 원만 쓰겠습니까? 아휴 말도 못해요."
양천수가 한숨을 쉬었다.
-해도 너무하네. 모두 자기들이 만든 법 아니겠어?
토론 중계 도중에 국회의원을 욕하는 모티즌의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국회 폐지 절대 찬성.
-미친 넘들. 나라 거들 내겠구먼.
-일당 몇 만 원에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돈이면 모든 대학생 등록금 반값으로 내리고도 남겠다.
-아니야. 그 돈으로 노령 연금 올려야 해.
-그게 급한 게 아니야. 빚투성이 건강 보험료나 국민연금 충당해야 돼.
-뭔 소리들 하는 거야? 핵폭탄도 만들고, 우주 개발에도 투자해야 돼.
수없이 많은 의견이 SNS를 시끄럽게 했다.
"국회가 없어져도 국회가 하는 기능을 모바일을 통해 국민이 직접 행사하게 되니까...."
"잠깐만."
허연나가 양천수의 말을 끊었다.
"모바일 투표 관리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누가 어떻게 조작할지도 모르는데... 전번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모바일 투표가 문제였잖아요. 몇 년 전에 유행하던 디 보트 여론 조사도 제대로 된 일 있나요?"
허연나의 이의 제기에 양천수가 다시 나섰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이미 국회기능을 완벽하게 대행할 수 있는 '모바일 국민회의 제어 본부'라는 앱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양천수가 반박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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