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허 전 회장과 가족들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벌금을 환수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허 전 회장은 5일 동안 노역장 유치로 이미 25억 원은 탕감받았다. 대기업 총수가 수백억원대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주의는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법을 교묘히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게 법을 공평무사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노역장 유치 집행으로 허 전 회장은 49일만 노역하면 벌금 249억원을 탕감받을 수 있다. 벌금을 대신하는 일당을 5억원으로 환산한 비상식적인 판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이 횡령과 탈세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벌금은 254억원. 이 가운데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하루 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5억원이 줄어 현재 249억원이 남아있다.
허 전 회장의 일당은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의 추종도 불허했다. 사법부는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진정으로 반성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벌금 규모에 따라 노역 일당에 상한선을 두거나 노역장 유치 기한을 늘리거나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판결 외에도 허 전 회장에 대해 다른 기관도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한다. 검찰이 허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천16억원을 구형하면서 이례적으로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를 요청했던 것도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벌금 2천340억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은 3억원,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1억1천만원, 벌금 400억원을 선고받은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1억원으로 환산한 판결이 각급 법원에서 나온 바 있다.
교도소 담 밖에서 노역을 시킬 수 없는 교도소 현실과 허 전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노역은 일당 5억원에 해당하는 중노동이라기보다는 시간을 채우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허 전 회장이 노역으로 탕감받을 수 있는 것은 벌금뿐이다.
국세청, 자치단체, 금융기관 등은 국세 136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에 대한 강제 집행과 압류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은 또 공사비 체불 등 기존에 접수된 고소 사건, 국내외 재산 빼돌리기 등과 관련해서도 허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어 49일 노역 후 석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노역장 유치 기간에는 구속 수사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추가 구속의 경우 유치 기간 만료 무렵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관들은 재판 중 해외 도피, 엉성한 집행절차로 생긴 수백억원대 미납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터라 앞으로 대응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역은 벌금을 정해진 기간에 못 낼 경우 교도소 등에 수감돼 벌금 대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 기간은 3년을 넘지 못하며 법원은 벌금을 선고하면서 하루 노역 대가를 환산해서 정한다. 노역 일당이 높게 산정될수록 수감기간이 줄어드는 구조다.
횡령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 일당을 2억5천만원으로 환산해 203일을 노역하게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1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어찌 된 일인지 벌금을 254억원으로 줄이고 노역 일당은 5억원으로 높였다. 이 판결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돼 허 전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가능해졌다.
일반적으로 서민의 노역 일당은 5만원으로 산정된다. 이와 비교하면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은 1만배에 달한다. 노역 일당 5만원의 서민이 50만일 넘게 노역해야 해결할 수 있는 벌금을 그는 50일 만에 털게 되는 셈이다.
노역이 3년을 넘지 못하게 돼있어 그 기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일당을 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 5억원씩 50일 만에 할 수 있게 한 법원 판결을 선뜻 이해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를 넘은 봐주기에 허탈하다 못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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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에 서울대(서운데 빈데) 법대인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