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뉴질랜드의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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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뉴질랜드의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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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맞아 시골의 친척집을 방문하게 될 때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곳은 우물이었습니다.

감나무 밑에 위치하고 있던 우물은 깊이가 제법 깊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우물틀은 우물물의 습기로 해서 녹색의 물이끼가 끼어 있었습니다. 빠졌을 경우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기에 아이들은 우물가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주의를 듣곤 했지만 우물은 나에게 새로운 장소였습니다.

땡볕이 내리쬐이는 여름날에도 나무그늘밑의 우물에서는 늘 서늘한 기운이 전달되어졌고 몇 장의 나뭇잎에 떠있는 우물가의 정취가 나에게는 신비하고 상서롭기까지 한 장소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친척아주머니는 방문자인 우리에게 우물물의 맛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서, 여름철에는 차갑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의 온도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설명하곤 하셨지요. 또한 인간생활에 불가결한 물의 근원인 우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늘 우물가를 정결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식구들을 단속시키셨습니다.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우물물의 맛은 도시의 수돗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청량한 맛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고등학교 이후 친척집을 방문했을 때 상수도가 부엌까지 설치되어 이미 우물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전함과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1970년대 시작했던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농촌개량사업의 결과였습니다. 수돗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편리함이야 말할 수 없겠지만 보다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편리함과 맞바꾼 것이 사람사이의 인정과 신뢰는 아니었을까요?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의 일입니다. 아는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실 물을 부탁드렸더니 컵에 수돗물을 그대로 받아서 건네 주었습니다. 나는 물을 받아 든 후 잠시 이 물을 마셔야 될 것인가 말아야 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수질오염의 문제로 한국에서 수돗물을 끓이거나 여과없이 마시는 가정은 그다지 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내가 망설이는 이유를 눈치를 챈 집주인은 뉴질랜드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전혀 유해하지 않으며 뉴질랜드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음료수로 음용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뭔가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정국가'로 세계에 알려진 뉴질랜드답다는 생각과 함께 이 곳은 살 만한 곳이겠다 하는 느낌을 같이 받았습니다.^

수돗물 뿐 아니라 사과, 배 과일들도 대강 쓱쓱 문질러서 껍질을 깎지 않고 그대로 먹는 이 곳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은 물론입니다. 물은 공기와 같이 사람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요소이기에 건강한 물을 별다른 제한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한국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사이에 상황은 많이 바뀌어서 수돗물의 수질의 유해성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마실 수 있다, 없다 여론이 등등했었지요. 급기야는 서울시장이 텔레비젼에 나와서 그 가정에서도 수돗물을 음료수로 이용하고 있으며 수돗물은 여전히 마실 물로서 문제가 없다고 홍보를 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집마다 생수통이나 정수기를 이용하는 가정은 늘어만 갔고 생수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생수시장은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한국형편에 길들어져 있던 나이다보니 뉴질랜드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2년전 이민초기에 마음놓고 마시던 뉴질랜드의 수돗물도 최근 1,2년 사이에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각종 공해문제가 사회문제로 드러나면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될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텔레비젼에서도 생수광고가 비중있는 광고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우리 가게에서 팔리는 상품중에서도 날씨가 더워지면 생수가 불티나게 팔리곤 했습니다.

나의 마음 한편에서는 뉴질랜드가 언제까지라도 수돗물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나라로 남아있기를 바랬지만 집집마다 정수기를 들이거나 생수를 마시는 집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행히 얼마전 뉴질랜드의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오클랜드 지역의 수돗물이나 비싼 돈을 주고 사마시는 생수나 수질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돗물과 생수의 성분에서 큰 차이는 없으며 불소 성분인 '플루오라이드(fluoride)가 수돗물에 더 많이 들어있고 생수에는 아무래도 칼슘등 인체에 유용한 미네랄이 수돗물에 비해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생수에 들어있을 가능성도 더 많다는 결과였습니다. 많은 오클랜더들이 안도하며 기뻐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그동안 한국상품을 취급하는 가게에 가면 정수기 구입의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망설이면서도 가격때문에 쉽게 구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조사의 결과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단지 정수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아직 수돗물을 음료수로써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기 때문이지요. 나에게는 이 일은 뉴질랜드사회에서 사람사이의 신뢰가 살아있는 것으로 상징되어 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언제까지나 수돗물을 마음놓고 음료수로 마실 수 있는 뉴질랜드 사회이기를 다시한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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