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영 기업이 러시아의 ‘자살 공격용 드론(kamikaze drones)’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이러한 지원이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음을 정치 전문 매체인 미국의 ‘폴리티코’가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군사적 중요성을 지닌 ‘탄소 섬유’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군수산업 복합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중국의 지원 덕분에 러시아 방위산업은 다양한 드론 및 무기류의 생산 기반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중국 업체가 탄소 섬유 화학물질을 러시아로 운송하면서 화물을 위장한 사례가 드러났으며, 중국산 부품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드론 공격 이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중국 공급업체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국영 기업이 러시아 무기 제조에 필요한 복합재료의 주요 공급원, 사실상 유일한 공급원이 되고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의 무장 드론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비난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 러시아 로사톰, 중국 도움으로 군사 목적 무기 생산
폴리티코가 입수한 러시아 기업 내부 선적 문서에 따르면, 중국 국영 기업이 러시아에 수백 대의 ‘자살 공격용 드론’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정부들이 검토한 이 기록들은 중국 국영 기업이 크렘린의 군수산업 복합체 내 제재 대상 기업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선적 및 통관 서류에 따르면, 중국 업체는 올해 초 46톤의 ‘탄소 섬유 화학물질’(carbon-fiber chemicals)을 러시아 로사톰(Rosatom) 자회사로 운송하면서 화물을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사톰은 지난 8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중부의 쇼핑몰을 공격해 최소 16명을 사망케 한 자살 공격용 드론의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로사톰(Rosatom)은 러시아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원전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하는 국영 기업이며,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군사적 용도의 부품 생산에 연루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중국기업, 러시아에 위장 관세 코드로 수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드론 공격 이후 중국산 부품이 발견된 것은 오래된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인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Ukrainian Security and Cooperation Centre)가 러시아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문서는 “중국 국영 기업이 드론 제조에 필수적인 부품을 러시아에 직접 수출한 방식”을 처음으로 상세히 보여준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는 해당 문서를 영국 및 미국 정부와 공유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IAS=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설립자 겸 소장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는 “이러한 폭로가 미국 국무부가 중국 공급업체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 폭로가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가한 이후에도 로사톰 자회사로의 선적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해당 선적물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와 같은 수출품에 대한 관세 코드로 위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의 대변인은 “로사톰과 그 계열사들은 관련 법률 및 규제 요건을 완벽하게 준수하며 운영되고 있다. 이와 반대되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러시아 세관 당국의 업무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미국, 중국 및 러시아 기업 제재 가능성
중국 국영 기업인 지린화학섬유그룹(吉林化纤, Jilin Chemical Fiber Group)은 여러 차례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성명에서 “러시아가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에서 기술과 장비를 조달하는 네트워크와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국무부와 재무부 모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의 세르히 쿠잔(Serhii Kuzan) 소장은 “이번 증거는 중국 국영 기업들이 러시아 원자재 공급망에 관여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입증한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 무기 제조에 필요한 복합재료의 주요 공급원, 사실상 유일한 공급원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해당 문서를 검토한 결과 ‘정품’이라고 판단했다고 문서 내용에 정통한 미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문서를 검토한 후 진위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의 무장 드론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중국산 자재 선적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거부했지만, 성명을 통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의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 지난 8월 시진핑-푸틴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발발 초기부터 외국의 압력에 맞서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베이징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본질적으로 우리는 외부 영향으로부터 보호되는 안정적인 상호 무역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협력은 러시아 군수산업에 핵심 부품 공급을 차단하려는 외국 제재의 영향을 완화시켜 왔다.
* 9월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한다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서, 친(親) 우크라이나 성향의 미국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물자 수송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미·중 무역 전쟁의 취약한 휴전을 연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륙 깊숙한 곳까지 공격하기 위해 러시아군에 새로 창설된 드론전 부대에 장군을 임명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자국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한 존 랫클리프(John Ratcliffe) CIA 국장은 러시아 관리들에게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보타주(sabotage : 생산 방해나 시설 파괴) 및 드론 공격이 발생하는 가운데, 미국의 나토(NATO) 동맹국들과의 우크라이나 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는 최근 키이우를 지지하는 국가들에 대해 일련의 위협을 가해왔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우리는 불에 기름을 붓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분쟁을 통해 이익을 취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민간과 국방 분야 모두에서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품을 러시아 군에 직접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여러 미국 무기 전문가, 전직 정보 관리 및 외교관들은 선적 규모와 이를 받는 러시아 회사의 군사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 관리들이 이러한 지원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무장 드론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증거는 ‘중국을 폄훼하고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우리는 분쟁 당사자에게 살상 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이중 용도 품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 감독에 정통한 전직 미국 관리들은 그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전 CIA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는 “그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을 적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 국영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무언가를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무기 전문가인 올브라이트는 “이 선적물이 중국 정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그가 소속된 국제과학안보연구소(IIAS)는 러시아의 드론 생산에 대해 수년간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 문서가 보여준 내용
러시아어로 작성된 문서에는 중국 국영 기업인 ‘지린화학섬유그룹’과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의 첨단 소재 및 복합재 사업부인 UMATEX의 자회사인 알라부가-볼로크노(Alabuga-Volokno)의 창고 주소 간에 탄소 섬유 화학물질이 선적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 타타르스탄(Tatarstan) 지역의 공장 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알라부가 특별 경제 구역에 위치한 알라부가-볼로크노는 이란의 샤헤드(Shahed) 드론 설계를 기반으로 모스크바에서 대량 생산되는 장거리 자폭 드론에 고성능 탄소 섬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USCC와 올브라이트의 연구는 보여준다.
알라부가-볼로크노와 UMATEX는 2023년 이후 영국이 부과한 제재와 백악관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를 포함하여 다양한 서방 제재에 직면해 왔다. 이 회사의 활동은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뉴질랜드, 스위스의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군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국영 대기업인 지린(Jilin)은 합성 화학 섬유 생산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며, 현재 서방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민간 합성 섬유 수출용 관세 코드로 위장된 이 선적 서류는 2026년 날짜로 작성되었고, 로사톰 알라부가-볼로크노 로고가 표시되어 있으며, 번역본에 따르면, 두 회사 간에 “화물 운송, 통관 및 화물 보험을 포함한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가 명시되어 있다. 이 서비스는 제조 목적의 폴리아크릴로니트릴 토우(polyacrylonitrile tow, PAN 전구체) 최대 총 46톤이 담긴 40피트 선적 컨테이너 두 개에 대한 것이다.
소위 PAN 전구체 섬유는 군용 등급의 경량 탄소 섬유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화학 성분이다. 올바른 세관 코드를 사용했다면 해당 화물이 군사 및 민간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으로 식별되었을 것이다.
러시아 무기 조달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설계하고 시행했던 전 재무부 관리인 케리 비초프(Kerri Bitsoff)는 “관세 코드의 잘못된 표기(의도적으로?)는 회사가 더 민감한 주문을 숨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비초프는 이어 “회사는 통제 대상 품목을 골라 그럴듯한 커버 코드를 찾아 해당 범주로 분류하여 배송한다. 같은 커버 코드가 유사한 품목에 대해 여러 회사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리스크 및 데이터 정보 분석 기업인 사야리(Sayari)의 2022~2025년 무역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제재 대상인 알라부가 특별경제구역(SEZ) 기업 중 어느 곳도 PAN-섬유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관세 코드를 이용해 상품을 수입하지 않았다.
선적 서류에서 추출한 메타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타타르스탄 지역을 담당하는 러시아 정부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라부가-볼로크노의 핵심 역할은 러시아 전략 산업에 고사양 구조용 탄소 섬유를 공급하는 것이며, USCC의 계산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 회사 생산량의 89%가 방위산업 기업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USCC 싱크탱크가 폴리티코에 제공한 회사 내부 제품 목록에 따르면, 알라부가-볼로크노는 항공, 로켓 공학, 드론, 조선 및 방탄 분야에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고분자 접착제를 사용한 탄소 섬유 제품 39종을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지린화학섬유그룹’으로부터 알라부가-볼로크노로 컨테이너에 실린 PAN 전구물질 선적을 계약하는 입찰이 최소 8건 진행된 것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 제재 위반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선적 서류가 제재 회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관리가 밝혔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향후 제재 대상 지정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제재의 효과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지린성이 무장 드론 제작에 필수적인 탄소 섬유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섬유 없이는 기체를 만들 수 없다”며, “날개와 연료 탱크, 엔진을 포함한 내부 구조를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지린성에서 출하되는 PAN의 양으로 자살 공격 드론 1,300대에 필요한 탄소 섬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알라부가 경제특구 공장 단지에서 자폭 드론 제작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올브라이트는 러시아가 고성능 탄소 섬유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성분인 특수 PAN 아크릴 섬유 공급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8월 보고서에서 “중국과 홍콩산 이중용도 물품이 서방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비영리 경제 분석 재단인 킬 연구소가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부품의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커트 캠벨(Kurt Campbell)은 “중국에서 러시아 군수산업 복합체에 이중 용도 기술을 제공해 온 기업은 현재 수십 개에 달하며, 이들 간의 연계는 매우 긴밀하다. 그 대가로 모스크바는 베이징에 러시아가 요구하는 일부 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이전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산업연맹(USCC)의 쿠잔은 “중국의 지원 덕분에 러시아 방위산업은 다양한 드론, 미사일 부품, 기타 무기류의 생산 기반을 계속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다”며, “이러한 지속적인 물자 공급은 서방의 전략적 경쟁국인 두 나라의 산업 부문 통합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차 제재, 수출 통제, 제재 제한 조치 시행, 중개자에 대한 재정적 압박, 아시아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경로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 유럽연합 및 동맹국의 국방 및 경제 정책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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