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J.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상호 관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4일 ’정치 동향‘(political pulse)에서 주장했다. 정치 동향은 매주 토요일마다 게재되며, 4일에는 요미우리 신문 사장실 부실장인 오가와 사토시(Ogawa Satoshi)가 글을 썼다.
오가와 사토시는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활용해 온 세계 질서는 트럼프 2.0 행정부와 중국의 패권적 위협 증대로 인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 크게 의존해 온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측면에서 도전에 직면한 또 다른 국가가 있는데 바로 한국”이라면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역사적 갈등으로 인해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는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20일 일본 정기 국회 첫 정책 연설에서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정책과 관련, “일본과 한국 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 전략적 환경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저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 관련, 오가와 사토시 부실장은 “취임 전부터 그녀가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로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당원들에게 그녀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지시했다. 그는 자신이 공들여 개선해 온 한일 관계가 그녀의 강경하고 이념적인 외교 정책,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공약으로 인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그녀가 최종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소개했다.
부실장은 “하지만 그녀는 총리로서 특히 한국에 대해 보다 실용적인 외교 정책 기조를 취해왔니다. 2025년 10월 취임 직후, 그녀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이재명 대통령과도 만났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상호 전략적 이익을 위한 협력을 증진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입장은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그녀를 칭찬하며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일본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반일 감정으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취임 후 외교 정책 기조를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이 두 지도자의 입장 변화는 단순히 정치적 술수 때문만이 아니라 양국의 ’전략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정치 동향은 지적했다.
일본의 보수층은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믿어왔다. 일본언론연구소(JPRI)가 지난 2016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일본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32.3%에 불과했던 반면, 중국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55.6%로 훨씬 높았다.
정치 동향은 “한국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막아줄 수 있기를, 그리고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면 번영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전략 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역사학자 에드워드 루트왁(Edward Luttwak)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깊은 문화적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중국의 말을 듣지 않고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 증강을 계속해왔다. 또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기는커녕, 한국이 중국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판단될 때마다 경제 관계를 무기화해 왔다. 2017년 사드(THAAD)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중국은 한국 단체 관광을 취소하고 중국 내 한국 슈퍼마켓과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JPRI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비우호적인 행동 이후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다. 2017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16년 대비 8.5%포인트 하락한 36.5%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28.6%로 더욱 떨어졌다. 즉,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통해 한국인들은 중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정치 동향‘의 분석은 한국인들이 혹시나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 선호하는데, 이는 ’한국인들이 사실을 제대로 모른다‘는 시각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에서 일본 선호로 바뀌었다는 일본의 징고이즘(jingoism)의 시각은 아닐까?
또 다른 우려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안보 정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무임승차에 의존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상당 부분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까지 위협하기도 했다. 2기 행정부는 한국에 국방비 분담을 대폭 확대하고 대미 투자를 늘릴 것을 압박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직면하여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치 동향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여론조사기관(JPRI)에 따르면, 2021년까지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약 30% 수준에 머물렀다. 과거 위안부와 강제 노예 문제 등 역사적 쟁점을 둘러싼 갈등이 양국 관계 개선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하면서 마침내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석열은 2023년 3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다시는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악순환을 끊었다. 일본여론조사(JPRI)에서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2022년 39.9%에서 2023년 44.0%로 상승했다. 이 대통령 역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2025년 조사에서는 56.4%로 상승하여 2014년 조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일본의 관점에서 한국은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이긴 하지만, ’반일 감정‘이 주기적으로 고조되고 특히 역사 문제와 관련하여 합의를 반복적으로 어겼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나라”였다고 오가와 사토시의 정치 동향은 단정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과 진보 성향의 이재명 대통령 모두 일관된 대일 정책을 유지해 온 점, 그리고 최근 한국의 대일 우호적인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이러한 냉담한 시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에 동조하는 한국인도 있을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 동향‘은 “일본은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이며, 다카이치 정부는 그러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가와 사토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카이치 여사가 한국에 대한 새로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나라시로 초청해 함께 북 연주를 선보인 것”이라며, “보수적인 다카이치 여사와 진보적인 성향의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북 연주‘를 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치 동향‘은 두 정상은 한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는 '준동맹'으로 격상시키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과거 한반도 강점기, 즉 일본의 식민지 지배 시절에 대한 진정한 사과 반성, 그리고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정 미래만을 위해 과거를 덮자는 일본 극우 세력들의 주장에 선뜻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는 '준동맹'으로 격상시키 위해서 다카이치 총리와 이 대통령 정부의 외교부 장관은 국방, 무역 및 투자, 경제 안보, 문화 및 인적 교류 등 양국 공동의 국익에 부합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 동향‘은 주문했다. 다른 측면보다 ’국방, 안보‘ 측면에서의 ’준동맹‘ 혹은 ’동맹‘ 문제는 역사적 사실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여서, 일본이 ’징고이즘‘에서 벗어나는 분명한 정책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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