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대란(大亂)까지 초래한 영어 광풍
스크롤 이동 상태바
토플 대란(大亂)까지 초래한 영어 광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수출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토종 시험 만들어야

미국의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 출제하는 토플시험(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TOEFL)의 목적은 미국 대학에 유학하려는 외국인 학생의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토플시험을 응시하는데 특별한 제한이 없었으나 최근에 컴퓨터를 이용한 응시 방법으로 바뀌면서 응시인원이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근 한국학생들이 토플시험을 응시하고 싶어도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자 여러 가지 편법으로 응시 자격을 얻으려는 기현상을 두고 몇몇 언론에서 ‘토플대란’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한심하고 참담한 한국의 영어교육 현실을 이 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토플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리 제한받는다고 해서 ‘대란’까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토플대란의 첫 번째 원인 제공자는 토플의 취지와는 달리 중학생들에게 토플 성적을 요구하는 미국 내의 중고등학교와 출제사인 ETS입니다. 토플시험은 대학생 정도의 연령과 사고력을 가진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대학 강의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토플성적은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만 18세 이상의 외국 학생들에게만 요구되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조기에 미국으로 유학가려는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입학 요건 중의 하나로 토플 성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과학고나 외국어고등학교와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의 정책결정자입니다. 특목고 지원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출제한 주관식 위주의 필답고사와 면접을 통해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목고 입시담당자들은 자신들이 출제한 시험을 스스로 인정을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토플시험에 대해서 무지하고 미국의 중고등학교 입시정책을 맹종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토플 성적을 입시에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특목고나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자식들의 등을 억지로 떠미는 학부모들입니다. 토플시험의 난이도가 상향 조정됨에 따라 한국에서 상위권에 속한 중학생들조차도 특목고나 미국 고등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 졌습니다.

단기간에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받기 위해서 고득점 전략만을 세워서 여러 차례 응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토플시험 응시인원은 매년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유형의 시험을 여러 차례 응시해서 원하는 점수를 받는다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시험에 익숙해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토플이 이 정도의 시험이라면 운전을 제대로 못해도 합격할 때까지 여러 차례 응시함으로써 결국 시험에 익숙해져서 취득하게 되는 운전면허시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국의 건설교통부에서 운전면허시험 인지세로 수입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ETS도 한국의 어린 학생들의 응시료로 많은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격인 한국의 응시생을 ETS에서 굳이 제한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토플이 진정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시험이 되려면 ETS는 막대한 응시료 수입에 현혹되어 한국에 토플 사무국을 따로 만들어 토플대란을 해결하려는 얕은 수를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대신에 응시 횟수를 제한하거나 응시 누적 점수의 평균점수를 인정하는 등과 같은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국내의 교육 관계자들이 OECD 국가 중의 하나인 한국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도덕적인 책임을 느끼며 특목고가 토플성적을 입학사정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관절염에 먹는 약이라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현혹되어 오용을 하니 강제로 폐기처분하겠다는 격이죠. 더 나아가 토플 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들겠다고 하니 더욱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이와 같은 의도로 만들었지만 ‘짝퉁‘이라는 비판과 함께 거의 사장(死藏)된 토종시험 TEPS의 실패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ETS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예산으로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다시 그저 몇 푼의 돈으로 시험 문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푼돈으로는 토플 시험의 ‘짝퉁’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짝퉁 시험으로 또 다시 국제적인 망신당하지 말고 ETS 예산을 훨씬 능가하는 재원을 투자해서 역수출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토종 시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