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도 담지 말아야할 영어공용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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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도 담지 말아야할 영어공용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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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도 같은 모국어는 양보의 대상이 아니다

 
   
     
 

서로 양보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인간의 참 도리이지만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없습니다. 모국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과도 같아서 양보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된다는 근시안적이고 극단적인 사고로 영어를 공용어화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공용어화는 고사하고 논의조차도 허락할 수 없는 많은 이유 중에서 몇 가지만 밝히겠습니다.

첫째, 영어를 공용어화 한다면 지금 당장은 모국어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더라도 오랜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모국어의 변질 내지는 소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모국어가 없이는 국가도 존재할 수 정도로 모국어는 중요합니다.

모국어가 없어짐에 따라 결국 문화와 국민이 말살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예를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직접 경험했고, 자신의 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오지(奧地)의 소수민족이 결국 멸종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무력에 의한 침공의 완성은 침략지의 국민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것과 그 나라의 언어를 말살시키는 것입니다. 만약 언어가 영토나 유형문화재 보다 중요하지 않았다면 일본은 왜 창씨개명과 같은 많은 무리수를 써가면서 한국어를 없애려고 했으며 왜 한국인들은 언어탄압을 목숨으로 저항했겠습니까? 오래 전에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 대한 외신 기사가 있었습니다.

EU에서 모든 문서를 가입국의 자국어로 번역하여 보관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영어와 불어로만 남기는 문제가 토의되었다고 합니다. 번역 요원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필요했지만 가입국 중에서 찬성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어떤 비용과 희생을 치르고라도 지켜야 될 것이 모국어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 국가 내에서 여러 민족 고유의 언어가 공존함으로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제외하고 어떤 특정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랜 세월 동안 단일민족으로서 단일 언어인 한국어가 모국어로 사용된 한국에서는 한국어가 이미 공용어이기 때문에 또 다른 공용어가 필요 없습니다.

모든 변화는 순리에 따라 이루어질 때 부작용이 없기 마련인데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기본적인 순리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정말 영어가 공용어가 될 정도로 필요하다면 국가 시책으로 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용어로 자리를 잡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지 않아도 공항, 관공서 그리고 은행 등과 같이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간단한 실무교육만으로도 외국인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공용어를 한다고 해서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이 땅에서 활동하는 미국인들을 편리를 위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것 자체도 명분이 없습니다. 간단한 예로 취학 전의 아동들도 누구 집에서 노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달라집니다.

아무리 힘이 센 아이도 남의 집에 놀러 가면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의기소침해 지기 마련입니다. 성인들도 서울에 살던 사람이 타 지방에 이사 가면 소위 말해서 텃세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면서 큰 불평하지 않고 적응하려고 노력 합니다.

하물며 내국인들끼리도 홈그라운드라는 명분을 인정하는 마당에 미국인이 이 땅에 오자마자 자기 집과 같은 편안함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 사람처럼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영어를 안 쓰는 고약한 국수주의를 고집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식사를 한다든 지 화장실을 이용한다든 지 잘 잠 곳을 찾아갈 수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든 지와 같은 기본적인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미국인들은 이미 많은 혜택을 받은 것입니다.

국제화 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언어의 능통함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절입니다. 지하철에서의 무질서, 공중화장실의 불결함, 식당에서의 무례 등등을 목격한 외국인에게 아무리 정확한 영어로 안내해주고 대접해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미국인이 길을 물어 보면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도망은 왜 갑니까?

영어를 못해서 비록 말로 길을 가르쳐 줄 수 없더라도 시간이 있어서 길 모르는 할머니 직접 안내해 주듯이 미국인도 직접 데려다 주면 될 것 아닙니까? 만약 시간이 없으면 ‘Sorry'라고 정중히 미안하다고 하면서 갈 길 가세요. 그 미국인은 그런 여러분께 화내거나 실망하지 않고 또 다른 한국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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