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영화 교류전을 가다]-'강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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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영화 교류전을 가다]-'강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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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흐름과 같이 순응하는 그러나 끊이지 않는 질긴 삶의 민족성

검푸른 하늘이 어눌하게 미소짓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가을임을 알려주는 저녁무렵, 영화제가 시작되면 꼭 보려고 찍어둔 영화를 보기위해 스폰지 하우스를 향해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기자가 콕 찍어둔 영화는 바로 '강의 부름'이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감독 쎄자르 몬타노는 영화 <마세트 Machete>(1990)의 성공 이후 블록버스터 급 영화의 단골 주연이된 영화배우이기도한 특이경력의 소유자이다.

영화 <강의 부름>(2005)은 그의 감독 겸 제작자로서의 첫 데뷔작이며 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고향에서 영화의 명장면을 촬영하였다는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하였는데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의 억압적 굴욕과 힘없는 백성이 겪어야만 했던 우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 이다.

도입부부문은 흔한 로맨스 영화의 시작과도 같다.

두로이라는 뱃사공 청년이 이셋이라는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처녀에게 빠져 서로 사랑을 나누는 흡사 돈많은 백인과 가난한 뱃사공 청년, 그리고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처녀 이렇게 삼각 구도를 이루는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과거 우리한테 유명한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가 언뜻 떠올려질만큼 상당히 비슷하게 진행된다.

여기서 이셋이라는 여인상은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하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말레나의 주인공 말레나와 같은 길을 걷는다.

너무나 아름답기때문에 점령지 군인이나 힘있는 자에게 겁탈당하거나 의지하게 될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여인의 이미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영화 [강의 부름]의 여주인공은 말레나의 주연 모니카 벨루치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매력적인 면이나 청초한 이미지 면에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그리 매혹적인 여인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각설하고, 이 영화의 맥락은 강과 함께 살아숨쉬는 필리핀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옥수수 농장을 경영하던 백인에 이어 필리핀을 점령한 일본군 지휘관까지 이셋에 대한 이들 힘있는 권력자들의 탐심은 끊이질 않는다.

비록 일본군 지휘관이 그나마 농장주 백인에 비해 신사적이고 멋있는 편이었지만, 이들이 여주인공 이셋에게 가지고 있는 연정이 그리 순수하게 비춰질수 없는 이유는 시대적 상황적 배경에서 지배자와 피 지배자 라는 권력관계의 구조속에서 대등한 사랑이 성립될수 없음과도 같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이셋은 수동적인 여인상에서 떠나 자신만의 결정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장면들을 2번정도 보여준다.

한번은 일본군 지휘관과 가족을 떠나 산으로 도망칠때 떨어뜨린 목걸이가 이셋의 주체적인 행동을 보여준 첫번째 상징적 장면이었고 마지막에 필리핀 국민을 짐승에 비유하는 농장주에게 짐승에게는 이런것이 필요없다며 던져주고 결별을 고하는 장면에서다.

아무런 동요없이 그 커다란 흐름을 묵묵히 이어가는 강의 모습은 억압과 지배당하는 약소민족의 굴욕아래서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잡초들 처럼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필리핀의 민족성을 상징하는듯 보여졌다.

더불어 주인공 두로이가 자신들을 버리고 미국쪽 앞잡이가 되어버린 아버지한테 이건 미국과 일본과의 전쟁이기 이전에 우리 자신들과의 전쟁이라는 입장을 밝히던 장면에서 필리핀으로서의 긍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더욱 동질감을 느낄수 있는 공통분모는 역사적으로 외침을 많이 받은 민족들만이 공유할수 있는 슬픈 정서의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속에서 끊임없이 독립과 자유를 외치는 민족 정신의 상징, 우리의 한일 독립투사들이 그랬듯이, 평범한 뱃사공 두로이 역시 필리핀의 역사와 긍지를 대변하는 민족성의 상징적 영웅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민족적 영웅을 미화한 그저 그런 독립투사 영화는 아니다.

평범한 뱃사공에서 강한 주체의식을 가진 지도자로 변모한 두로이의 모습을 통해, 필리핀 국민이 가진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의 회복이 바로 그 진정한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이영화를 보고난후 가진 생각이라고나 할까!

상업적 주류 영화들 사이에서 지금의 예술영화니 뭐니 소개되어온 영화들 대부분이 유럽이나 프랑스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일본문화 개방과 때를 같이하여 일본영화들이 서서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같은 동양권 계열의 아시아 영화들은 보기도 힘들고 사람들에게 쉽게 소개되어 오지도 못한것같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의 동질적인 정서와 느낌도 분명 비슷함에도 말이다.

몇장면에서 좀 유치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약간은 떨어지지만 그나라의 정서와 느낌을 이해하는데 있어 역시 조금이나마 영화만큼 큰 이해의 도구는 없는것 같다.

따라서 한번도 만나보거나 간적 없는 필리핀 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의 동질성은 필리핀과 필리핀 국민은 같은 역사의 상처를 입어온 피해국이자 피해국 국민끼리의 동질적 연대감에서 오는 유대감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아쉽게도 서울과 창원에 걸쳐 두지역에서 벌어진 이 영화교류전은 17일로써 그 마지막을 고하기 때문에 혹시나도 몰랐거나 관심가졌던 일반 관객들은 또 다른 기회가 빨리 오기를 희망적으로 기다려야만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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