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욕(貪慾)이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는 이미 역사가 증명해 보일 정도로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으로, 우선 관계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재물이나 권력 등에 대한 끝없는 욕심은 신뢰를 무너뜨리게 하고, 가족, 친구, 동료 사이의 관계를 파괼할 수 있다.
탐욕은 비윤리적인 행동이나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법적인 처벌을 받거나 사회로부터 엄청난 지탄받을 수 있는 아주 고약한 것이 탐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탐욕은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심화시켜 불평등을 조장하고 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자연 환경적 차원에서는 천연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탐욕은 과도한 개발 및 소비를 촉진하여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무소유(無所有) 정신’이 아니라 ‘다소유(多所有) 탐욕’은 “더 많은 것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으로 스트레스, 불안,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등 인간이 멀리해야 할 것들 중 매우 가장 빨리 내다 버려야 할 것이다.
탐욕과 정치 공작의 말로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필리핀 국민들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홍수 방지책보다 ‘부패한 국회의원들’의 ‘개인적인 사업’을 우선시하는 시스템 때문에 결국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5주 동안 사이클론 6개가 몰려오는 등 발생하는 기후 변화, 기후 위기 등은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이다. 세계의 다수 국가들을 포함 필리핀도 끝없는 재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사전 예방 대책 강구 등은 아예 무시해 버리고 자신의 이익에만 함몰되는 정치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필리핀 연구 프로그램 방문 연구원이자 필리핀 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인 ‘JC 푸농바얀’(JC Punongbayan) 박사는 “필리핀이 매년 수많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연한 부패와 홍수 방지 사업의 실행 및 이행 실패가 겹쳐 필리핀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단 일주일 만에 필리핀은 두 개의 파괴적인 태풍에 휩쓸렸다. 칼마에기(Kalmaegi : 현지명 티노-Tino) 태풍은 11월 4일 비사야스와 팔라완(Visayas and Palawan)에 상륙하여 막대한 피해를 남겼고, 최소 232명의 사망자를 냈다. 닷새 후, 더욱 강력한 풍웡 (Fung-wong : 우완-Uwan) 태풍이 루손섬에 상륙했다.
필리핀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설상가상으로, 부패가 만연하고, 기준 미달인 홍수 방지 사업들이 확산되면서, 기후 변화 위험의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공공사업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패를 폭로”했다. 그는 홍수 방지 사업과 관련하여 “국회의원, 공공사업 관계자, 민간 건설업자, 심지어 예산 담당자들 사이의 깊은 담합”에 대한 수개월간의 조사를 시작했다.
* 미편성 예산의 마법 ?
최근 몇 년간 이른바 ‘미편성 예산’(unprogrammed fund)에서 부실 예산 사업이 급증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편성 예산은 본질적으로 국가 예산의 예비 배정액으로, 세출법의 부속 항목에 해당한다. 이러한 ‘편법 운용’은 단지 필리핀뿐만이 아니라 이른바 ‘숨어 있는 예산’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자행되는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푸농바얀 박사에 따르면, 필리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자금을 이용해 온갖 종류의 도로망, 다목적 건물, 홍수 방지 사업 등을 편성하는 데 능숙해졌으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계획되지 않은 자금이 2조 페소(약 50조 4,200억 원) 이상에 달했다. 다른 추산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러한 편성되지 않은 사업들이 국가 예산의 최대 20%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젝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는 어느 정도 적절하게 돼 있지만, 실제 시공에서는 기준 미달이거나 심지어 부적절한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국은 완공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프로젝트”(ghost projects)를 여러 건 발견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전국적으로 발견되지만, 특히 루손섬에 집중되어 있다고 푸농바얀 박사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이나 의회에서 진행된 수많은 홍수 방지 조사에서 이러한 부실하게 시행된 사업들이 필리핀 여러 지역의 잦고 끊임없는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거듭해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실 해결책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정부는 심각한 환경 및 기후 변화 대응 조치를 추진하는 동시에 공공사업 분야의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마르코스 행정부는 6년짜리 필리핀 개발 계획을 시작하면서,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정부의 진전이 ‘미미하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물론 기후 관련 프로그램과 정책은 부족하지 않다. 예를 들어 ▷ 국가 기후 변화 행동 계획, ▷ 지속 가능 금융 체계, ▷ 국가 기후 위험 관리 체계, ▷ 국가 재난 위험 감소 및 관리 계획 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장 큰 제약은 적절한 자금 부족이었다. 민간 부문의 지속 가능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지속 가능한 금융 분류 체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친환경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이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잠재적으로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차입자와 은행 모두에게 엄격한 준수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 괜찮은 정부 정책은 있지만, 이행 과정 여기저기에서는 탈법, 편법, 불법 등의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 정부가 공공사업 부문의 부패를 심각하게 줄이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 자금이 증가했다. 2025년에는 기후 관련 지출이 사상 최고치인 1조 페소(약 25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출은 완화보다는 적응에 집중되고 있다.
마르코스 행정부 시절에는 주요 홍수 방지 시설이나 하천 수로 개선 사업과 같은 많은 중요 사업과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미지정 예산으로 편성되어 새로운 세금이나 해외 차관을 통한 추가 자금 없이는 지출할 수 없게 되었다.
2023년에는 기후 관련 자금의 90%가 “물 자급률 향상”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투입되었으며, 이는 잘못된 구상으로 이루어진 지역적 홍수 통제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규모 공공사업에 집중됐다.
지출 데이터 분석 결과, 식량 안보 및 생태적 안정과 같은 다른 주요 우선순위 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지만 ‘부패하기 쉬운 홍수 방지 사업’이 지방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채 강제로 추진되기도 했다.
정부가 홍수 피해를 악화시킬 수 있는 민관 협력 사업을 계속 승인하는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거대 복합기업인 ‘산미겔 그룹’이 불라칸주에 대규모 신(新) 마닐라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항은 마닐라 만(bay)에 접한 저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이미 상시 침수되는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공항이 이 지역의 홍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보면, 환경 계획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홍수 통제’라는 개념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그들은 정부가 무분별한 홍수 통제 사업 건설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연 기반 해결책’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홍수 관리 프로그램’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맹그로브 종으로 해안선을 보호하고, 옛 강줄기를 되살리고, 습지를 복원하는 것이 포함된다. 홍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지역 사회는 필요에 따라 이전해야 한다. “자연은 일정 범위 내에서만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적응과 관련하여 필리핀은 심각한 기후 현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손실 및 피해 대응 기금”( 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에 의존하고 있다. 마닐라는 상징적으로 올해 이 기금의 이사회 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필리핀이 부유한 국가들에게 더 많은 기여를 촉구하는 반면, 정작 자국 정부는 국내 기후 기금을 오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탐욕이 숨어 있는 대응 혹은 조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악화되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훌륭한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 필리핀 정부가 공공사업 부문의 부패를 심각하게 근절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후 변화는 필리핀 국민의 삶과 생계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JC 푸농바얀 박사는 경고음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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