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 양국의 무역 갈등 속에서도 대화지속, 관계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이은 전기차(EV)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베이징 방문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리창 중국 총리를 포함해 중국 고위 관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머스크 CEO의 방문은 단순한 고위 임원의 중국 견학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외교적 참여, 경제외교를 의미하기도 한다.
* 테슬라, 중국정부로부터 ‘자동차 보안 인증’ 획득
머스크가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유일한 외국 전기자동차(EV) 브랜드인 중요한 “자동차 데이터 보안 인증(automotive data security certification)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를 중국 공산당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한 경우이다. 테슬라가 중국으로부터 이 같은 보안 인증을 받아냄으로써 테슬라 차량이 진입하거나 주차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게 됐다.
이러한 돌파구는 테슬라에게 중추적인 순간일 뿐만 아니라 중국 EV기업의 다른 시장 진출이 점점 더 의심되는 시점에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에 대한 의구심
이번 중국의 테슬라에 대한 ‘보안인증’과 같은 개방적인 태도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등 주요 녹색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생산과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옐런 재무장관은 이러한 부문의 정부 보조금 과잉 생산( overcapacity)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 중국 EV의 세계 시장 점유율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상위 20개 EV 제조업체가 보유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74.9%에서 74.1%로 소폭 감소하는 등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신규 진입자가 상당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위 20개 EV 제조업체 가운데 50% 가량이 중국 기업이거나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신규 업체들의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스마트 가전제품으로 가장 잘 알려진 샤오미는 EV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3년간 100억 위안(약 1조 8,951억 원)을 투자, 3,400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2024년 3월 샤오미는 테슬라의 모델3(Model 3)과 경쟁할 첫 번째 EV 모델인 SU7을 출시했다. 샤오미는 아직 EV의 글로벌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데뷔 후 24시간 이내에 거의 90,000건의 주문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 생산 능력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화웨이,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차량을 직접 제조하지는 않지만, 스마트 솔루션을 통해 EV 경주에 합류했다.
2024년 중국의 EV 판매는 전체 신차 판매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 되며, 이는 2023년 35%에서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EV 채택이 가속화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 비용상의 이점
미국은 중국의 ‘인위적으로 값싼(artificially cheap)’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 넘쳐나고 다른 나라 자동차 제조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보조금 금지 조사도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기차 제조업체와 공급망에 제공한 보조금이 중국의 낮은 가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산 EV의 상당한 비용 이점은 정부 보조금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되지 않는다.
중국의 EV 부문 성장은 정부 개입을 시장 역학에 맞추는 신중하고 실용적인 정책의 결과라는 게 디플로매트의 지적이다. 2010년에 신에너지 자동차는 중국의 7대 전략적 신흥 산업 중 하나로 지정되었지만, 지배적인 기술은 여전히 불확실했다. 2014년이 되어서야 업계는 하이브리드 및 배터리 EV를 신에너지 차량의 영역으로 합의했다. 그 후, 중국 정부는 10년 동안 EV에 대한 국가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 테슬라의 기술 공개의 상호작용과 중국 EV 발전
EV는 중국의 발명품은 아니지만, 중국의 산업적 역량은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비용 효율적인 제품으로 변화시켰다. 2014년에 일론 머스크는 51개의 디자인 특허와 935개의 발명 특허를 포함하여 테슬라의 특허를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든 EV 제조업체가 이러한 특허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주로 중국에서 상당한 발전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연구개발 촉진(stimulating R&D) ▶기술표준화(technological standardization)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솔루션(environmentally sustainable solutions,)을 목표로 하는 정책과 보조금을 통한 정부의 초기 개입으로 인해 중국 내 EV 생산 및 채택이 크게 가속화됐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와 광범위한 생산 능력은 중국 경쟁 우위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둥이다. 이러한 자산을 활용하여 테슬라는 세계 최고의 EV 제조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동시에 테슬라의 존재는 중국의 EV 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사는 특허 공유 외에도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파급 효과를 통해 현지 EV 공급망 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
* 중국의 비용우위 요인 : ‘양쯔강 삼각주’와 ‘주강 삼각주’
실제로 중국의 EV 비용 우위는 신속한 시장 대응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공급망을 통해 촉진되는 민첩하고 유연한 생산을 포함하는 2차 혁신 역량으로 입증된다. 이제 중국 시장에서 계속 이익을 얻기 위해 한국, 독일,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산 기술을 채택하여 차량의 ‘지능화(intelligentification)’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EV 공급망은 두 가지 핵심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각각은 뚜렷한 산업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을 포괄하는 ‘양쯔강 삼각주(Yangtze River Delta)’는 탄탄한 전통적 자동차 공급망으로 유명하다. 반면, 선전과 광저우를 중심으로 하는 ‘주강 삼각주(Pearl River Delta)’는 강력한 전자 공급망과 제조 역량을 자랑하며 다양한 EV용 전자 부품과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러한 지역 내 공급업체의 지리적 근접성은 이러한 공급망의 거래 비용을 줄여주기에 충분하다.
EV 부문에 대한 샤오미의 대규모 투자는 베이징을 EV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베이징 정부의 전략적 비전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지능형 기능(Intelligent Features)
머스크는 24시간 베이징 방문을 마치기 전, 현재 AI와 자율주행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 검색엔진 거대기업 바이두(Baidu)와 계약을 체결했다. 머스크는 또 중국 사용자에게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국에서 수집된 데이터 전송을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테슬라는 뛰어난 컴퓨팅 성능과 첨단 AI 기술을 바탕으로 지능형 주행 및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 도로 상황을 감지하기 위해 라이더(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줄인 말), 레이더(radar), 카메라를 활용하는 화웨이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S=Advanced Driver-Assistance Systems)과 달리, 테슬라의 FSD 시스템은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를 AI 및 컴퓨팅 시스템과 결합한다.
이 솔루션은 딥 러닝 알고리즘(deep learning algorithms)을 사용하여,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물체를 인식하고, 실시간 탐색 결정을 내린다. 테슬라와 바이두의 파트너십을 통해 매핑 및 내비게이션 기능이 향상되어 고급 운전자 지원 기능에 대한 정부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
테슬라에게 중국 운전자에게 FSD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부여하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바이두, 샤오미및 화웨이와 같은 현지 기업에 경쟁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다시 한 번 촉매제 역할을 하여, 잠재적으로 중국 EV 산업에서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 지정학적 과제
EV의 ‘지능화’를 선도하는 중국 EV 제조업체는 세 가지 중요한 지정학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EV 부문 혁신의 최전선에는 ▶ 자율 주행(autonomous driving) ▶ 스마트 조종석 기능(smart cockpit functions) ▶ 광범위한 연결성(pervasive connectivity)과 같은 지능형 기능이 있으며, 이 모든 기능에는 고급 AI 칩이 필요하다.
이 칩은 주로 미국 회사인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회사에서 공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성은 특히 미국의 고급 칩 수출 금지와 AI 모델 교육을 위한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에 대한 접근 제한을 고려할 때 중국 EV 제조업체를 취약성에 노출시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윤 추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야디(BYD)는 독일, 브라질, 이스라엘, 호주, 태국 등 5대 주요 수출 시장에서 입지를 눈에 띄게 늘렸다. 이 시장에서는 EV 수출 가격이 중국보다 81%~174% 더 높다.
그러나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지 유지보수 및 부품 교체 서비스가 없으면 고객 만족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목표 시장에 유지보수 센터, 공장,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 투자에 대한 조사나 제한으로 인해 이러한 노력이 방해를 받고 있다.
중국의 ‘커넥티드’ 자동차 기술, 특히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과 관련된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이미 대두됐다. 이러한 EV를 수출하는 것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및 보안 표준화(security standardization)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등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미국 회사의 FSD에 대한 잠정 승인을 포함하여 테슬라에 대한 시장 접근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강화된 국제 협력을 향한 주목할 만한 진전을 뜻한다.
중국에서 테슬라의 외교적 추진은 혁신, 시장 세력 및 국제 정치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이전에 중국의 EV 공급망에 박차를 가했던 것처럼, FSD 시스템의 도입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자율주행의 신뢰성을 달성하려면 글로벌 협업과 데이터 공유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데이터 보안과 AI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마 이제 EV 시장에서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중국의 '과잉 생산력'이 아니라 오히려 EV 전환에 대한 자국 산업의 지연된 대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로 보인다. 이러한 지연은 개발의 비효율성과 경쟁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외교는 특정 국가에 의존한다면 다양한 기술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술 보호주의 시대에 적정 기술의 공유 시스템을 해당 국가와 연결 지어 경제외교를 펼쳐 나갈 때 미래의 먹을거리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테슬라의 지략을 들여다 한국의 ‘우물안의 개구리식(a big fish in a small pond)’의 외교방식을 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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