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교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옆자리도 비어있어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고 승무원들은 덤덤했다. 신문에는 온통 새 대통령 노무현의 삶과 이력으로 감싸고 있었다.
신문을 보고 혼자서 놀며 이런저런 생각 끝에 비행 중에는 글로 된 모든 것을 읽어 버린다는 어느 분 얘기를 생각하고 F.G 클라크의 <호주의 역사>를 폈다.
호주는 아주 오래 전에 대륙을 이루고 있던 곤드와나(Gondwana)가 화산 폭발과 지진의 반복으로 분리된 것이다. 이 호주라는 섬은 유럽인 출현 이전에는 원주민 에버리진(Aborigine)들이 자유롭게 살던 땅이었다.
최초의 방문 외국인은 1400년경 마카산 군도에서 온 인도네시아 어부나 파푸아 뉴 기니 인들로 그들이 호주 북쪽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접촉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로부터 100년 후쯤 중국인, 스페인인, 포르투갈인, 네덜란드인 등등의 끊임없는 유럽 탐험가들의 탐험이 이어졌으나 그들의 눈에는 불모지로 보였다.
그러다가 1770년 영국해군 제임스 쿡(James Cook)선장이 과학자들, 식물학자들과 동행하여 사우스 시드니(South Sydney)의 독특한 동식물을 발견했고 동쪽연안 지역이 비옥한 토질이어서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킹조지 3(King GeorgeⅢ)세 때 뉴 사우스 웰스(New South Wales)라는 이름의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은 미국 독립전쟁의 승리로 인해 턱없이 부족한 감옥과 선박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부족의 대안으로 호주를 죄수들의 유형지로 삼았다. 기록에 의하면 1788년 영국의 아더 필립(Author Philip) 선장은 배11척에 죄수 736명 그리고 군인들을 데리고 지금의 시드니로 왔다고 한다. 또 1793년에는 정부로부터 값싼 토지와 죄수들의 노농력을 지원 받아 정식이주민들이 들어오게 된다. 이어 더 많은 죄수들이 건너왔고 탐험가들은 계속 대륙을 개척했으며 여러 지역에서 양모산업이 발전하게되었다.
1850년대에는 골드러시의 여파로 유럽, 중국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호주라는 나라가 죄수의 유형지에서 행운과 부를 가져다주는 나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890년 경제공황을 맞기 전까지 도시들은 꾸준히 성장했고 1901년 연방국가가 되어 각 식민도시는 서 호주(Western Australia), 남 호주(South Australia), 뉴 사우스 웰스(New South Wales), 빅토리아(Victoria), 타즈마니아(Tasmannia), 퀸즐랜드(Queensland) 6개의 주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호주의 역사는 영국의 식민지로 때론 죄수의 국가로, 백호주의 국가로 불리워졌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싶어하는 그런 다민족국가로 자리잡고있다.
호주를 발견한 탐험가들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뛰어넘는 모험심 내지 개척정신이 강했으리라. 그러니 이러한 대륙을 발견했고........그에 비해, 여행객은 그들이 개척해 놓은 공간에 들어가서 그것을 구경하고 느끼려는 것이니 수동적이고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덮고 창 밖을 본다. 온갖 구름뿐이다. 아래도, 위도, 지나가는 것도 커다랗고 커다란 구름뿐이다. 실내를 둘러본다. 지루하다. 보이스레코더에 내 목소리를 넣어본다. '여기는 덴파샤 발리(Denpasar Bali)행 비행기안 너무 지루하다. 지루함이 구름 위를 날고 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덴파샤 발리(Denpasar Bali)에 내렸는데 갑자기 더운 기운이 훅 하고 밀려왔다. 너무 더워서 옷을 벗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어 그런데 화장실에 바퀴벌레가 많다. 그리고 변기 옆에 수도가 있는데 용도를 알 수가 없다. 2시간을 놀다가 다시 퍼스행 비행기를 탔다. 아 저 아래 불빛이 보인다. 갑자기 낯선 설렘이 밀려온다.
이렇게 하루를 꼬박 들여 퍼스 공항으로 들어왔다. 제주공항같이 아담했고 사람들은 덤덤했다. 6개월인지 7개월만에 진이를 만나 택시를 타고 영재네 집으로 왔다. 주소만 보여줬는데도 택시기사는 바로 집 앞에 우릴 내려줬다.
진이는 랜트해서 살던 집을 나와 백팩커스(Backpackers)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영재라는 친구가 크리스마스휴가를 맞아 학교친구들끼리 일주일간 캠핑을 가서 집이 비었단다. 그래서 일본인 친구 타쿠미(Takumi)와 함께 쉐어(Share)를 하고 있는 영재네 집에 며칠 묵게 되었다. Be the red's 영재의 방문에 빨간 두건이 붙어 있어 아직 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꾸미와의 인사는 너무 늦어 내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뭐라고 처음에 인사할까? 고민되었다. 타쿠미, 그는 내가 호주에서 처음 만나는 이방인이 될 것이다.
너무 더워서 문을 빼꼼이 열어 놓았더니 복도 건너편 방에서 깜깜한 가운데 전화통화 소리만 계속해서 들려왔다. 애인이 일본에 있다더니...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들의 밀어들이, 이 낯선 곳에서 밀려드는 설렘이 피곤한 데도 잠을 이룰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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