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 거북놀이와 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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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 거북놀이와 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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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수입은 늘고, 제사 뒤치다꺼리는 싫지만...

금년 추석은 모두가 우울해 보인다. 농민들은 장마 때문에 여물지 않은 벼이삭을 보고 한숨을 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추석 대목이 사라졌다고 울상이다. 하지만 금년에도 작년보다 추석선물용품이 많이 수입된 것을 보면 다소 의아해진다.

지난 8일 관세청은 추석 제수용품 및 선물용품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서 크게 증가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 중에 포도주가 36%, 위스키가 16% 증가하였고, 마사지 기기가 55.9%, 꿀이 65.2%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그래도 명절날 많은 선물들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래 시장에서는 장사가 안되어서 울상이다. 서민들 역시 제수장만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말하며 간소하게 차리겠다는 사람과 귀향을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이러한 추석이 없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을 좋은 명절로 친다. 하지만 매년 추석만 되면 떠오르는 것이 이러한 즐거움의 명절보다는 고향을 가는 길의 교통체증과 각종 사고다.

중추절, 거북놀이와 온 보기

어릴 적에 내가 보아온 추석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고, 그와 관련해서 몇 가지 명절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술 담그기와 송편, 그리고 거북놀이다. 어머니가 추석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송편, 시루떡, 인절미, 술을 만드는 일이다.

이 중에 술을 빚는 일은, 어머니들이 정성으로 만들었고, 그 맛을 자랑거리로 하기 위해서도 열성으로 술을 빚었다. 우리 어머니 역시 술을 잘 빚어서 늘 칭찬을 받았고, 명절에 일가친척들이 즐겨먹는 바람에 집안이 더 화기애애했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양주와 포도주를 많이 수입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그러한 솜씨 자랑이 옛날 이야기라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어쩌다가 약주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할머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져서, 어머니가 부엌에서 눈물을 훔쳐내는 것을 보기도 했었다.

송편 만들기 역시, 여성들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시집을 잘 간다고 하여서 송편 만들기 자랑을 했었다. 여성들의 예쁜 손자국을 낸, 반월형의 송편에 꿀, 밤, 깨, 콩 등을 넣어서 만들었고, 자기의 음식 솜씨와 손맛을 자랑했었다.

송편을 솔잎과 같이 쪄서 맛과 향기, 그리고 시각적인 멋까지 즐겼다. 어머니는 누나가 만든 송편을 보고, 어디 그렇게 못 만들어서 좋은 신랑감을 만나겠느냐고 꾸짖기도 했다. 그러면 누나는 시집 안 간다고 하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었다.

추석에는 농사일로 바빴었던 일가친척들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기는 날이다. 특히 시집간 딸이 '온 보기'를 하는 날이다. 중로상봉이라는 말은 '반 보기'라고도 하는데, 친정 어머니와 중간지점에서 만나, 반나절 동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추석은 이러한 하루동안 온 보기로 친정 나들이를 하는 날이어서, 친정 근친의 날이 되는 최고의 명절로 치기도 하였다. 속담에 있는 말처럼 근친이야말로 여성들에게 최고의 큰 기쁨이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요즘 여성들이 제사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며, 가사노동에 시달린다고 해서 기피현상까지 생겼다. 그래서 예전의 우리 어머니들과 비교해 보게 된다. 할머니들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그 일을 마다하지 않고 감수한 세대들로서, 지금 누가 뭐라 해도 모범적인 여성들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한가위 놀이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한 놀이로 우리 동네에서는 거북놀이를 했었다. 거북놀이는 경기 일부지역과 충청지역에서 행하였다. 수숫대 잎으로 거북모양을 만든 다음에 그 속에 사람 두 명이 들어가 마치 거북처럼 행동한다.

풍물패와 함께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노는 놀이다. 이러한 거북놀이는 목에 줄을 매어서 끌고 다니며, 그 뒤에 농악대가 꽹과리, 북, 소고, 징, 장구 등 타악기를 치며 동네를 한바퀴 돈다. 그러다가 비교적 부유한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선창자가 "동해 바닷가에서 여기 까지 왔습니다." 하고 크게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예를 올리며 "어서 오십시오." 하고 맞이한다. 그런 후에 풍물패와 거북이가 어우러져 풍물을 치고 한바탕 춤을 춘다. 이 때에 일행 중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 이 집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 라고 축복의 주사를 부른다. 그렇게 신명으로 놀다가 거북이가 땅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주인이 눈치를 채고 먹을 것을 내어놓는다. 내가 그런 놀이를 즐기며 따라 다닌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버지가 약주를 마시다가 빙긋이 웃으며 집어주는 사과와 밤 때문이다. 놀이패의 익살을 구경하고, 사과 한쪽과 밤 몇 개를 얻어먹는 재미에 그렇게 따라 다녔다.

거북놀이 패들은 음식을 다 먹고 다른 집으로 간다. 지방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추석의 거북놀이는 최고의 놀이었다. 위트와 해학이 넘쳤다. 신에게 풍년을 고마워 하고 장수하며, 마을의 잡귀, 잡신을 쫓는데 하나가 되는 마을 축제였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축제를 구경하기도 어렵고, 약주 대신에 양주를 더 많이 마신다. 안일함을 위해서 사전에 성묘하고, 제사음식 만들며 설거지하는 것이 싫어서, 추석을 기피하는 증후군이 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전의 풍습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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