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숲’·야간 도슨트·황금 왕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풍성

천년 신라의 왕릉과 고분이 첨단 영상기술을 활용한 야간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 60만 명이 찾는 등 국가유산을 활용한 야간 콘텐츠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활용을 함께 모색하는 경주의 야간관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4일 대릉원 90호분 앞 광장에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개막식을 열고 오는 27일까지 24일간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운영되며 행사 기간 천마총도 무료 개방된다.
올해 주제는 ‘대릉원, 영원-천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다. 신라의 역사를 고분에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와 조명·레이저 등을 활용해 낮에 관람하던 유적을 야간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한다.
행사 무대가 된 대릉원 일대는 단순한 도심 관광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공간이다. 유네스코는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으며 대릉원 일대 고분군은 5개 지구 가운데 ‘대릉원지구(Tumuli Park Belt)’에 포함된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왕릉에서 금과 유리, 토기 등 다양한 부장품이 발굴돼 신라 문화의 성취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미디어아트는 대릉원 안에 있는 4개 주요 고분의 역사적 특징을 각각 다른 이야기로 풀어낸다. 90호분에서는 경주 분지 형성과 신라의 시작을 표현하고 미추왕릉에서는 박·석·김 왕조를 거치며 국가의 기반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황남대총에서는 신라가 이룬 성장과 번영을 대형 영상으로 구현하며, 천마총에서는 금관을 비롯한 황금문화의 특징을 3D 그래픽과 미디어 기술을 통해 보여준다.
대릉원 입구에서 중앙광장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반딧불 형태의 조명과 레이저, 안개 효과를 결합한 ‘빛의 숲’이 조성됐다. 관람객이 단순히 영상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적 사이를 이동하면서 야간 경관을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개막식에서는 명창 정순임의 공연에 이어 선덕여왕과 김유신, 문무왕, 원효대사 등 신라시대 인물을 소재로 한 판타지 서사극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빛’이 무대에 올랐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야간 도슨트 프로그램 ‘아, 신라의 밤이여’를 비롯해 소망을 기록하는 빛의 소망볼, LED 황금 왕관 제작, 자외선(UV)을 활용한 유물 발굴 체험 등이 행사 기간 운영된다.
국가유산을 야간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경주 관광객 증가세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을 인용한 경주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 방문객은 약 872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95만 명 늘었다. 경주를 방문한 외지인도 5,020만여 명으로 전년 4,709만여 명보다 300만 명 이상 증가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138만여 명으로 약 17% 늘었다.
특히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의 관광객 유입 효과는 지난해 대릉원 미디어아트에서도 확인됐다. 경주시 집계에 따르면 2025년 24일간 열린 대릉원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에는 약 60만 명이 방문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약 5만 명이었다.

2023년 대릉원에서 처음 미디어아트가 열렸을 당시에도 한 달 동안 31만4,163명이 방문했다. 2022년 한 해 대릉원 방문객 132만9,114명의 약 24%에 해당하는 인원이 행사 한 달 동안 몰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문화유산 관광이 낮 시간 유적 관람에서 야간 체류형 콘텐츠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주 입장에서는 저녁 시간 관광객의 체류를 늘릴 경우 황리단길 등 주변 상권과 음식·숙박 소비로 연결할 여지도 있다. 다만 실제 지역경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단순 방문객 수뿐 아니라 체류시간과 숙박률, 지역 내 소비액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 활용 과정에서 보존과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대릉원을 포함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세계유산인 만큼 미디어 시설과 관람객 증가가 유적의 물리적·경관적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유네스코 역시 경주역사유적지구의 개발과 차량 증가 등이 유산의 물리적·시각적 완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60만 명이 찾은 대릉원 미디어아트가 올해 다시 24일간 이어지면서, 천년 문화유산을 현대 기술로 해석하는 시도가 경주의 체류형 야간관광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유산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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