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시를 쓰고 그것이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의 눈 높이가 그것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로서 시 쓰기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 말들처럼 누구든지 한편의 시를 쓰고 자기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일은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이다. 정말로 좋은 시는 작자가 쓰기도 하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가 만든다. 그것을 읽고 좋은 시와 나쁜 시를 분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시는 오랜 동안 독자들이 읽어서 생명력을 갖는다. 하지만 좋지 않은 시는 그 수명이 오래가지 않아서 아주 짧은 시간을 살다가 사라질 뿐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시는 언제나 읽어도 미학성과 사특함이 있고 영구불멸성이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좋은 시를 주위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본질을 왜곡하고 너무 자조적인 시들이 많기 때문이다.
작자가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시를 쓸 수는 없다. 또한 독자들 역시 어떤 시를 읽고 그것을 쓴 작자의 마음을 다 이해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본질이 왜곡된 허구가 생긴다.
우주의 본질이 아닌 껍질은 문학의 대상이 될 수가 없기 때문에 허구를 추구하게 되면 병들은 시가 남발하게 된다. 따라서 좋은 시는 언제나 읽어도 우주의 본질이 담겨 있어야 하고 일회성이 아닌 영구불변성이 있어야 한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고 우리들에게 늘 좋은 시로 읽혀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미학성과 사특함이 담겨 있어서 늘 즐겨 읽게 되고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을 준다. 누구든지 한편의 시를 읽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처럼 무식한 일이 없다. 하지만 김소월의「진달래꽃」을 읽고 마음대로 해석해 본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3음보의 시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연'은 이별을 맞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별의 순간을 예상하거나 가정하는 상황 일쑤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잇는 여인은 말한다. 내가 싫어서 떠난다면 언제라도 아무런 말없이 보내 주겠다고, 그런데 여기서 재미가 있는 것은 '싫다'는 말을 쓰지 않고 '역겨워'라는 말을 쓰고 있다. '역겹다'는 말은 싫다는 말보다 강한 거부의 말로써 비위를 거스릴 만큼 몹시 싫다는 뜻이다.
문자적 해석으로 보면 싫다 못해서 쳐다보기조차 역겹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싫어서 가겠다면 붙잡지 않고 그냥 보내 주겠다는 말로 연결된다. 이러한 이유들을 음미해 보면 시적 표현의 묘미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2연'은 정말로 싫어서 간다면 가는 길마다 꽃까지 뿌려 주겠다는 것이다. 아무 꽃이나 뿌리는 것이 아니라 경치가 빼어난 영변 약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한아름이나 따다가 임이 가시는 길에 뿌려 준다고 하는 말로 '1연'의 상황을 강조한다. 약산이란 산은 평안북도 영변면에 있는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이다.
그런데 왜 하필 가시는 길에 진달래꽃을 꺾어다 뿌린다고 했을까, 국화나 개나리꽃, 장미 같은 꽃으로 표현하지 않고서, 아마도 그것은 계절적으로는 봄을 상징하는 꽃이고 연인들에게는 사랑을 노래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그 꽃말 자체가 미학적이고 여성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누구든지 진달래꽃 하면 봄을 생각하고 사랑을 생각하는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고향을 떠난 슬픔이나 연인과 이별한 사람들 모두가 그래서 진달래꽃에 향수와 그리움을 느끼고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해지게 된다.
그런 꽃을 가시는 님과 이별하는 순간에 생각하고 더욱이 그것을 길 위에 뿌려 놓고 붙잡지 않겠다고 하는 표현으로 더욱 애절함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말로서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님은 떠나지 않겠지 하는 마음도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3연'은 그래도 정녕 떠나가겠다면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는 말로서 상처를 주지 않고 떠나가라는 말로 음미가 된다. 어떻게 상처 없이 꽃을 밟고 떠나겠는가. 여기서 작자의 역설적 표현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 꽃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떠나지 말라는 말도 성립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4연'은 떠내 보내는 애절함이 있지만 그래도 떠나겠다면 죽어도 눈물을 흐리지 않고 떠나 보내겠다는 슬픈 마음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연에서 '죽어도' 라는 말로서 가슴에 슬픔이 가득하지만 울지 않고 참아 내겠다는 여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다소곳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3음보의 시이다. 그래서 더욱 기교의 묘미가 있다. 세 걸음을 걷다가 한 걸음을 쉬고 다시 걸어가는 형식의 시로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애절하게 그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누구든지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말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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