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막과 거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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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막과 거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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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 ‘확정적 합의’ 대신 ‘잠정적 합의’에 초점
- 미국은 “중국의 세계 1위 도약을 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 트럼프의 대전략 : ‘연막과 거울을 이용한 속임수’(a smoke-and-mirrors act)
- 미국 : ‘팽창주의적 제국주의’에서 ‘방어적 제국주의’로 전환
- 세계는 지금 괴물들의 시대. 새로운 시대는 태어나기 위해 지금 발버둥
낡은 세계는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세계는 탄생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지금은 괴물들의 시대이다(The old world is dying, and the new one is struggling to be born. Now is the time of monsters.) 

변덕의 대명사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 미국 대통령은 힘을 바탕으로 이른바 다양한 거래 기술이라는 것으로 포장, 동맹국이나 파트너 국가들에만 그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정작 중국, 러시아 등 저항적 자세를 보이는 국가들에게는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른바 “대전략”(Grand Strategy)의 주요 요소는 무엇일까?

대외문제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의 칼럼니스트이자 “자본주의의 최후의 수단은? : 긴축 시대의 탈세계화”(Capitalism's last stand? : deglobalization in the age of austerity)의 공동 저자인 월든 벨로(Walden Bello)는 “트럼프는 80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제국주의적 자유주의 봉쇄 전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동안 워싱턴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 나타날 때마다 군사 개입, 정치적 동맹,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다자간 체제를 결합해 대응해 왔다. 트럼프는 미국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과도하게 확장되었다고 보고, 이것이 미국 쇠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믿는 우파 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이러한 고립주의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기치 아래 지배적인 요소라고 윌든 벨로는 규정짓는다.

트럼프는 적과 동맹국 모두가 미국의 관대함을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 피해자 의식을 조장하며, 이전 미국 행정부들이 이러한 악용을 묵인하고 그 결과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비난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이용하는 데 있어 중국을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 보지만, 중국만이 유일한 범죄자는 아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대한 ‘징벌적 관세’(Punitive tariffs)는 그가 근본적인 불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바로잡는 트럼프만의 방식이다.

트럼프는 다자주의와 미국이 패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운 기구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그의 관심 밖이다.

그는 각 국가와 양자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이는 명목상 양자 관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실은 군사 및 경제 협상에서 트럼프의 바람을 약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점에서는 ‘확정적인 합의’(definitive agreements)란 없고, 상대가 트럼프를 불쾌하게 할 경우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잠정적인 합의’(tentative agreements)만 있을 뿐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 정부가 로널드 레이건을 내세워 관세가 모든 미국인에게 해롭다고 주장하는 광고를 내보냈을 때, 이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트럼프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오타와에 이미 부과한 35% 관세에 10%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징벌적 관세 혹은 괘씸 관세(a tariff with antipathy)라고나 할까.

트럼프는 기후 변화와 같은 지구 문제는 가짜라며, 그 해결은 아예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미국은 파리 기후 변화 협정에서 탈퇴했고, 이번 달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기후 정상회의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6월 말과 7월 초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4차 개발 재원 회의에서도 불참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미국 경제의 탈산업화와 금융화를 촉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미국의 재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입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초보호주의 전략(ultra-protectionist strategy)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미국과 외국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이러한 공급망의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를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중국 등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아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은 트럼프가 바로 그 보스임을 인정했다. 애플 CEO 팀 쿡은 “대통령은 미국에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말했으니… 우리도 미국에 더 많은 것을 원한다”라고 짐짓 겸손하게 말했다.

트럼프가 ‘초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 경제 쇠퇴 과정을 역전시키고, 미국을 재산업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중국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윌든 벨로는 주장했다. 실제로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립적인 연구 개발 역량을 구축했다.

트럼프의 단순한 산업화 접근 방식은 ‘마법적 자본주의’(magic capitalism)라고 불릴 만하다는 게 윌든 벨로의 주장이다. 어떤 계획이나 산업 정책도 없이 국가에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하고 인질로 잡은 기업이나 동맹국에게 투자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빛나는 새로운 산업적 활력을 얻은 미국 경제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본인이 마치 ‘마술사’인양 세계를 쥐락펴락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초보호주의적 무역 및 투자 정책은 불법 이주 노동자들을 잡아내어 쫓아내고, 노르웨이와 같이 미국으로 이주할 의사가 없는 백인 국가 출신을 제외하고는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의 수를 대폭 줄이는 그의 이민 정책과 일치한다. 궁극적으로 트럼프는 ‘마가’(MAGA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마와”(Make America White Again : 미국을 다시 백인의 나라로)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보인다. 인종차별은 백인 국가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수사는 공격적이지만, 겉모습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사실상 모든 곳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한 위협에 맞서는 자세에서 "영향권"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서반구를 자신의 영향권으로 보고,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비공식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유럽은 스스로 자립하도록 내버려 두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영향권으로 간주한다.

트럼프가 유럽, 일본, 한국이 GDP의 5%를 군사에 지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700개가 넘는 미군 기지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자원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현실이 깔려 있다.

윌든 벨로는 “한국과 일본의 집권 엘리트들은 트럼프가 자국 내 미군 주둔을 크게 줄일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개인적인 친구로 여기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들을 등 뒤에서 협상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우려는 트럼프가 자신들을 등 뒤에서 푸틴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을 매우 원한다고 의심하는 유럽 엘리트들의 우려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벨로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

트럼프의 영향력 영역 접근 방식 뒤에는 미국 국내적 현실이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MAGA 기반이 대체로 ‘고립주의적’이라는 것이다.

JD 밴스(Vance) 부통령, 이념가 스티브 배넌(Steve Bannon)과 로라 루머(Laura Loomer), 그리고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 공화당-조지아) 하원의원은 더 이상 ‘영원한 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한 워싱턴의 세계적 공약을 종식시키거나 근본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세계의 경찰관이라는 별명의 미국은 이제 그 별명을 없애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들은 선의에서가 아니라 해외 교류가 미국 우선주의에서 주의를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행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베네수엘라 선박들이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한다는 구실로 벌인 공습은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 제국주의적 영향력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먼로 독트린’을 공격적으로 재확인하는 신호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시위가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군사 정책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역량 재집중 외에도, 경찰과 함께 군대를 국내 강압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범죄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시카고, 멤피스, 포틀랜드에 병력을 배치했거나 배치할 계획인데, 이 도시들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전 세계 미군 사령관들이 모인 전례 없는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도시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내부로부터의 전쟁”(a war from within)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내전의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을 억제하고 해외 전투를 위한 훈련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미군의 국내 전선과 서반구로의 재집중이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 전 이란 핵 시설 폭격과 같은 국제적인 무력시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시위는 지속적인 개입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의 적이라고 여기는 세력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한 간헐적인 일방적 공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민주당 집권이든 트럼프 집권이든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 조직에 무기를 공급하려는 미국의 공약은 무기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전략은 ‘연막과 거울을 이용한 속임수’(a smoke-and-mirrors act)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벨로는 주장한다. 쇠퇴하는 제국주의 국가의 투쟁적 후퇴이다. 구식 자유주의 봉쇄 패러다임의 팽창주의적 제국주의(expansive imperialism)를 대체한 방어적 제국주의(defensive imperialism)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성, 더 나아가 비이성적인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위험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본인이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지난주 아시아 순방 중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평화의 인물을 자처하면서도, 미국에 핵실험 재개 명령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 그렇다면 트럼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시아 태평양’과 ‘글로벌 사우스’는 트럼프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구성하는 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가 일방주의를 채택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던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다자 질서가 붕괴됨에 따라, 전 세계는 협력, 평등,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위한 개발 공간 제공을 기반으로 한 대안적인 지역 및 국제질서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브릭스(BRICS)가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유일한 대안일 필요는 없다.

지금 세계인들은 여러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명언 중 구절 “낡은 세계는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세계는 탄생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지금은 괴물들의 시대이다”(The old world is dying, and the new one is struggling to be born. Now is the time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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