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을 뒤바꾼 투표 이후 10년 만에 브렉시트(Brexit : 유럽연합 탈퇴) 번복 가능성, 즉 재가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앤디 번햄(Andy Burnham) 영국 총리는 향후 선거 공약에 유럽연합(EU) 재가입 국민투표를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CNBC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EU와의 새로운 경제 관계 수립의 어려움이 주요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렉시트는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되었으며,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번햄 총리는 영국과 EU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이후 기대했던 경기 회복세를 누리지 못했고, 따라서 새로운 국민투표는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영국의 협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브렉시트 투표가 없었을 경우보다 5~8%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NBC는 전했다.
CNBC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유럽연합 재가입이 영국의 침체된 경제를 강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 총리가 된 번햄은 지난달 3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선거 공약에 유럽연합 재가입 국민투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현재 2029년 이전에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총리는 의회의 지지를 얻으면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지만, 국민투표 없이 전임자인 키어 스타머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른 번햄은 그러한 움직임을 배제했다.
번햄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지금 당장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면서도, 영국은 EU와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충분히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번햄은 향후 선거 공약에 찬반 국민투표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 가능성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총선에서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14년간의 보수당 통치를 종식시켰는데, 당시 번햄은 맨체스터 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스타머의 당대표직에 도전할 준비를 하던 번햄은 브렉시트에 대한 논쟁을 ‘재탕’(re-run)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BBC 투데이 프로그램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번햄 총리는 영국과 EU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에 재가입하기를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이곳이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선택지”라고 답했다.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이 언급한 관세동맹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고, 단일 시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아니면 완전히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번햄이 지난달 29일 집권 노동당 연례 총회에서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통제권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 연설 이후에 이루어졌다.
2016년 브렉시트 캠페인은 이민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국가 의료 서비스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며, 세계 여러 나라와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영국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액은 크게 증가했지만, 이민과 국민보건서비스(NHS) 재정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의 여지가 많다.
번햄은 “올해 하반기에 영국과 EU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며, “우리가 여전히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영국이 남은 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명확한 길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상황이 충분히 좋다고 솔직히 말씀드릴 수 없다. 브렉시트는 득보다 실이 더 컸으며, 우리는 영국의 성장과 번영을 더 높은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브렉시트 10년
2016년 6월 23일,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했다. 그날 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들은 52% 대 48%로 유럽연합 탈퇴(Brexit=British+Exit)를 선택했다.
결과가 현실로 다가오자,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고, 런던 FTSE 100 지수는 급락했다. 국민투표를 소집하고 잔류를 위한 캠페인을 이끌었던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사임했다.
영국은 2020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EU를 탈퇴했다. 그 사이, 영국의 EU 탈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었으며, 이른바 ‘잔류파’들은 탈퇴 결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일부 정당들은 투표 결과를 뒤집는 것을 선거 운동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영국 경제는 최대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단절한 브렉시트 이후 기대했던 경기 회복세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파운드화는 국민투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또, 지난 10년간 영국을 이끌었던 7명의 총리 중 일부는 브렉시트와 국민투표 이후 경제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사임하는 등 총리 교체가 잦았다.
ING의 선진 시장 경제학자인 제임스 스미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번햄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으려면 무역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스미스는 “번햄 총리가 EU 정회원국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현실은 이전 지도자들을 얽매었던 것과 같은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며,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할지 모르지만, 재가입에 찬성하는 다수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나아가 최근 영국 정치의 불안정성과 향후 개혁당 주도의 정부 구성 가능성을 고려할 때, EU가 협상에서 얼마나 양보할 의향이 있을지도 전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국민투표부터 EU와의 새로운 경제 관계 수립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만큼, 영국이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정립하고 시행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경제학과 선임 강사인 스티브 놀란은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추산에 따르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없었을 경우보다 5~8%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놀란은 “이는 경제학자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역에 관한 표준 모델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무역 파트너와의 무역에 장벽을 세우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며, “새로운 국민투표는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놀란은 “영국은 약화된 협상력으로 유럽연합 복귀를 요구할 것이며, 유로존 가입이나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같은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수용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회를 잡을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런던에 본사를 둔 금융 컨설팅 회사인 드베어 그룹의 CEO 나이젤 그린은 “유럽과의 긴밀한 관계가 영국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겠지만, 자본이 영국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더 쉽게 만들 것”이라며, “영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영국과의 관계가 안정되면 파운드화는 이득을 볼 것이며, 10년 동안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어 온 영국 중심의 주식들이 그 격차를 좁혀나가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열린 문은 양날의 칼과 같다”며, “기업가와 고위 전문직 종사자들이 높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영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U와의 관계 재정립에는 국내적인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세제, 신속한 계획 수립, 그리고 기업들이 차기 예산안 이후를 내다볼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안정성”이라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제대로 해낸다면 영국은 유럽에서 자본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존재가 될 것이지만 둘 중 하나만이라도 해낸다면 영국은 기업들이 EU를 탈퇴하기 더 쉬운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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