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시흥시가 투자유치 정책의 체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시는 지난 3월 16일 시청 글로벌센터에서 ‘2026 시흥시 투자유치 중장기 정책개발 연구 착수보고회 및 간담회’를 열고, 새롭게 신설된 투자유치담당관을 중심으로 한 정책 추진 방향과 전략 수립 방안을 공유했다.
투자유치담당관 신설과 함께 중장기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의 성장 전략을 외부 자본과 산업 유치라는 방향으로 본격화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흥시정연구원이 참여하는 정책 연구를 통해 전략산업 중심의 투자유치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점은, 그동안 분산적으로 추진되던 투자유치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보고회에는 시 관계자뿐 아니라 시흥시의회,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경제자유구역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산업은행, 증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행정과 산업, 금융이 함께 논의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는 분명 긍정적이다. 투자유치가 행정 내부의 계획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협력 구조는 향후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유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 기업 유치는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 산업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시흥시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자유치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직과 전략을 동시에 정비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유치담당관 신설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동안 투자유치 업무가 여러 부서에 나뉘어 추진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돼 왔다면, 전담 조직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실행력이 확보되는 것일까.
투자유치는 구조적으로 ‘속도와 조건’의 싸움이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행정의 대응 속도와 제도적 준비 수준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담 조직이 실제로 의사결정 권한과 조정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관련 부서와 유관기관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름만 바뀐 조직으로는 투자유치 환경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연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는 전략산업 중심의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과 차별화된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설계되느냐다. 전략산업이라는 표현은 크지만, 실제로는 어떤 산업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흥시가 선택할 전략산업이 기존 산업 기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주변 도시와 비교해 어떤 경쟁 우위를 갖는지, 향후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투자유치는 유행을 따르는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체질에 맞는 산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정책은 방향을 잃기 쉽다.
인센티브 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행정과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다. 인허가 절차의 속도, 행정 대응의 일관성, 입지 제공과 기반시설 지원, 투자 이후의 사후 관리까지 포함된 전주기 지원 체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인센티브는 실효성을 갖는다.
시흥시가 제시한 ‘전주기 투자유치 시스템’은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역시 선언에 그칠 것인지, 실제 행정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에 달려 있다. 시스템은 구축하는 것보다 유지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가 드러난다.
또 하나 짚어볼 지점은 ‘기업이 먼저 찾는 투자도시’라는 목표다. 이 표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기업이 먼저 찾는다는 것은 그 도시가 이미 투자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즉, 투자유치는 정책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반의 경쟁력에서 비롯된다. 산업단지와 교통, 주거 환경, 인력 수급, 교육과 문화 인프라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다.
이 점에서 보면 이번 연구는 단순한 투자유치 전략 수립을 넘어 도시 경쟁력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흥시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약점은 어디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정책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연구는 의미를 갖는다.
박승삼 시흥시 부시장은 “전략산업 중심의 단계별 투자유치 이행안을 구축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기업 지원체계와 전주기 투자유치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방향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현하느냐다.
착수보고회는 출발점이다. 연구는 방향을 그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투자유치의 성패는 언제나 그 이후에서 갈린다. 기업은 보고서를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도시가 준비한 조건과 실행력을 보고 판단한다.
결국 이번 정책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왜 기업은 시흥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질 때, 투자유치는 비로소 정책이 아니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자수첩 한마디 "결국 투자유치의 성패는 계획의 크기가 아니라, 시흥이 기업에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도시로 다가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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