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핵 방어 역할과 ‘골든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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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핵 방어 역할과 ‘골든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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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51년 방위 협정에 따라 이미 그린란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그 소유주인 덴마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전에는 양국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주둔 확대 요청을 기꺼이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러시아, 중국, 미국이 참여하는 ‘가상 핵전쟁’(hypothetical nuclear war)이 발발할 경우, 그린란드섬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극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장 미사일이 미국 내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통과할 수 있는 항로에 위치해 있다는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강경한 공세의 이유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러한 행보는 그린란드 주민들과 유럽의 오랜 동맹국 모두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소유권이 자신의 ‘골든 돔’(Golden Dome) 프로젝트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골든 돔’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스템이 2029년 임기 종료 전에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게시물에서 “골든 돔과 현대 무기 시스템, 공격과 방어 모두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린란드) 획득의 필요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덴마크의 자치 지역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또 다른 롤러코스터 같은 한 주가 시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21일에는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린란드 안보에 관한 “미래 협상의 틀”을 발표했는데, 이는 최종적인 결론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AP통신은 “핵 방어를 둘러싼 중대한 기로에 선 그린란드의 입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비행경로 ;

핵무기를 보유한 적대국들이 서로에게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은 발사대나 격납고에서 목표물까지 탄도 궤적을 따라 가장 짧고 직선적인 경로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발사할 경우, 최단 비행경로(flight paths)는 대부분 북극 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 남동쪽에 위치한 타티셰보 격납고 단지(Tatishchevo silo complex)에서 발사되는 러시아의 토폴-M(Topol-M) 미사일은 노스다코타주 미놋 공군기지(Minot Air Force Base), 몬태나주 맬름스트롬 공군기지(Malmstrom Air Force Base, 와이오밍주 워런 공군기지(Warren Air Force Base)에 배치된 400기의 미니트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을 목표로 할 경우 그린란드 상공을 고고도로 비행할 것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이 새로 건설한 둥펑-31(Dong Feng-31) 미사일은 미국 동부 해안을 겨냥할 경우,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부분의 전투는 그 얼음덩어리 위에서 벌어질 것이다. 생각해 보라. 미사일들이 바로 그 중심부를 스쳐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피투픽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

미국 국방부는 원거리 조기 경보 레이더망을 통해 미사일 공격에 대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레이더는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기지에 있다. “비두피크”(bee-doo-FEEK)로 발음되는 이 피투픽(Pituffik) 기지는 과거에는 툴레(Thule) 공군기지라고 불렸으나, 2023년 외딴 지역에 위치한 이 기지의 그린란드어 이름인 ‘피투픽’으로 개명됐다. 이는 1951년 미군 기지 건설 당시 강제로 이주당했던 원주민 공동체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북극권 위에 위치하고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거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기지는 레이더를 통해 북극 지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 목표로 삼는 중국 미사일의 잠재적 비행경로를 감시할 수 있게 해준다.

러시아의 핵무기 전문가인 제네바의 분석가 파벨 포드비그(Pavel Podvig)는 “이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생각할 시간을 더 벌어준다. 그린란드는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양면형 고체 레이더인 AN/FPS-132는 잠수함을 포함한 곳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추적하여 미군 최고 사령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요격기가 탄두를 파괴하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 공군에 따르면, 이 레이더는 240도 각도로 약 5,550km(3,450마일)까지 탐지 범위를 넓히며, 가장 먼 거리에서도 소형 자동차보다 큰 물체는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의 주장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다보스 포럼에서 “골든 돔”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린란드 소유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계약서로는 방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하지 않고도 수십 년 동안 피투픽 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한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핵 방어 전문가인 에티엔 마르쿠즈(Etienne Marcuz)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국을 장악해야 한다는 언급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북부 파일링데일즈(Fylingdales)에 위치한 영국 왕립 공군의 조기 경보 레이더는 영국과 미국 정부 모두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과 북쪽으로는 북극 지역까지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있다. 이 부대의 모토는 라틴어로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We are watching)라는 뜻의 ‘Vigilamus’이다.

트럼프가 구상한 다층 구조의 ‘골든 돔’에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우주 기반 센서가 포함될 수 있다. 프랑스 국방부에서 핵 방어 업무를 담당했던 마르쿠즈는 이러한 센서가 미국의 그린란드 레이더 기지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리의 전략연구재단 싱크탱크에 재직 중인 마르쿠즈는 “그린란드가 골든 돔 건설에 필수적이며, 따라서 침략, 즉 획득되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 가운데 하나는 예를 들어 영국에 레이더가 있다는 점인데, 영국을 침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시험 중이거나 배치 과정에 있는 새로운 센서들이 있는데, 이는 실제로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골든 돔' 요격기(interceptors)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린란드는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 전에 핵탄두를 파괴하려는 "골든 돔"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기에 유용한 장소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자신의 게시물에서 “이처럼 복잡한 시스템이 최대의 잠재력과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이 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미국은 1951년 방위 협정에 따라 이미 그린란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그 소유주인 덴마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전에는 양국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주둔 확대 요청을 기꺼이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과거 그린란드에는 여러 기지와 시설이 있었지만, 이후 모두 폐쇄되어 현재는 피투픽 기지만 남아있다. 언제든지 미국은 덴마크와 협의 그린란드에 기지 확장을 할 수 있는 현실에서 굳이 소유권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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