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신년 초입,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장면은 ‘언론브리핑’이다. 6일 열린 안성시 2026년 언론브리핑 역시 그런 자리였다. 형식은 차분했고, 메시지는 비교적 절제돼 있었다. 개인의 이름보다 ‘안성시’라는 행정 주체를 앞세웠고, 성과보다 방향과 과제를 중심에 놓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도, 도시가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비교적 또렷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이번 브리핑은 통상적인 ‘신년사’와는 결이 달랐다. 시장 개인의 포부를 강조하기보다는, 시정 운영 전반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공식 명칭 역시 ‘김보라 안성시장 신년사’가 아닌 ‘안성시 2026 언론브리핑’이었다.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가 아니라, 행정 책임의 주체를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동시에 공직선거법을 고려한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브리핑에서 안성시는 올해 시정 운영의 화두로 ‘승세도약(乘勢跳躍)’을 제시했다.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화두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경제혁신·에너지전환·생활인구·통합돌봄·기본사회라는 다섯 개의 정책 축으로 구체화됐다. 각각은 개별 사업이 아니라, 도시 운영 전반을 관통하는 방향성으로 설명됐다.
경제혁신 분야에서 안성시는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을 분명한 목표로 내세웠다. 반도체 소부장 산업을 중심으로 식품·제조업 등 지역 주력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기술개발·인재양성·판로개척을 연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상반기 출범 예정인 산업진흥원을 기업 성장 지원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은, 그동안 분산돼 있던 기업 지원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단기적 성과보다 중장기적 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접근이다.
여기에 동신산단 조성, 전통시장과 지역화폐 활성화, 문화·관광산업 육성 등이 함께 제시됐다.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 흐름이 도시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유치와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을 함께 언급한 점은, 경제 정책을 특정 계층이나 분야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에너지전환은 이번 브리핑에서 가장 분명하게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안성시는 기후 위기 대응을 환경 정책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산업과 도시 운영 전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산지소와 RE100 산업단지 조성, 공공부지 태양광 확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과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은 장기적으로 도시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탄소중립을 선언적 목표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농축산 분야의 영농형 태양광 확대 역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농업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으로, 농가 소득과 환경 정책을 함께 엮으려는 시도다. 전기·수소차 보급과 관련 인프라 확충 역시 교통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접근으로 설명됐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가 엿보였다.
생활인구 정책은 이번 브리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안성시는 정주 인구 중심의 기존 정책 틀에서 벗어나, 머무르고 소비하며 다시 찾는 사람을 늘리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안성온(ON) 시민제도’를 기반으로 문화·관광·지역경제를 연계해 도시의 활력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접근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화도시 전략이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장인공예, 문화도시 사업, 호수 관광 등 안성만의 문화 자산은 단순한 이벤트나 홍보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경험을 축적하는 기반으로 설명됐다. 문화가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설명은, 문화 정책을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에 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통합돌봄 정책은 시민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역이다. 안성시는 안성맞춤 커뮤니티케어를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 재가서비스를 확충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돌봄 사각지대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1인가구 병원 안심동행, AI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은 변화하는 사회 구조를 반영한 정책으로 설명됐다. 여기에 달빛 어린이병원 운영,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아동친화도시 정책 고도화, 공공의대 추진 등은 출산·양육·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으로 제시됐다.
기본사회 정책 역시 이번 브리핑의 중요한 축이다. 농어민·청년·예술인·체육인 기회소득, 어르신 이·미용비 지원, 무상교통, 새싹부부 지원 등은 안성형 기본사회 정책으로 정리됐다. 이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 사회적경제를 연계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향성과 함께 설명됐다. 단기적인 인기 정책보다는, 제도적 안정성을 염두에 둔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2026년도 예산 구조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성시는 총 1조 2,84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고, 보건복지와 환경, 지역개발, 농축산, 교통, 문화관광, 교육·체육 등 분야별로 재원을 배분했다. 보건복지와 환경 분야의 높은 비중은 통합돌봄과 에너지전환이라는 핵심 과제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문화관광산업 예산 역시 생활인구와 문화도시 전략의 실질적 기반으로 읽힌다.
이번 언론브리핑의 또 다른 특징은 메시지의 톤이다. 성과를 과도하게 부각하지 않았고, 개인의 업적을 강조하는 표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과 방향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행정의 책임을 조직 전체가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만큼, 성과와 평가 역시 도시 전체의 몫으로 남게 된다.
브리핑 말미에 인용된 김보라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멈춤이 아닌 전진, 주저함이 아닌 실행”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구호보다는 행정 운영의 태도를 설명하는 언어에 가깝다. 오직 시민 행복을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안성을 체감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이번 브리핑 전체를 관통하는 톤과도 맞닿아 있다.
종합하면, 이번 안성시 2026 언론브리핑은 과장되지 않았고 비교적 사실과 계획에 충실했다. 도시의 성장과 전환, 삶의 질을 동시에 다루겠다는 방향성은 명확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축과 예산 구조도 함께 제시됐다. 물론 정책의 평가는 실행과 결과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자리에서 안성시는,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시정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정치의 언어를 앞세우기보다 행정의 언어를 선택했고, 개인의 메시지보다 도시의 방향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브리핑은 차분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경제혁신과 에너지전환, 생활인구와 통합돌봄, 기본사회라는 다섯 개의 축이 실제 정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시민의 일상 속에서 어떤 변화로 나타나는지가 다음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 언론브리핑은 그 출발선을 비교적 단정하게 그어 놓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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