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교(鬼交)는 꿈속에서 만난 남녀간의 성교를 말한다. 잠을 자는 남자에게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찾아와 사랑을 나누고 끝내는 쾌락의 절정을 이루어 여인의 질(膣)에 사정(射精)을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여인은 없고, 남자의 팬티에 흠벅 사정을 해놓아 남이 알까 수치스러워 남몰래 팬티 세탁을 해야 한다. 대개 귀교 대상은 남자에게는, 평소 마음속에 연모하는 여자로 나타나 사랑을 해주고, 여자에게는 평소 연모하는 남자가 꿈속에 나타나 사랑을 해준다.
귀교는 처녀, 총각이나 독신 남녀에게 자주 발생하는 일종의 병이지만, 기혼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모두 오직 마음에서 짓는(一切唯心造), 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은 부처도 되고 중생도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조화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의 간절히 원하는 바를 위해 비몽사몽간에 환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원한 바 없어도 귀교대상의 환상은 나타난다. 일초전도 전생인데, 전생에 자신이 지은 업력 탓이다. 비몽사몽간에 남자에게는 뜻밖에 여자가 나타나고, 여자에게도 뜻밖에 남자가 나타난다.
주장의 근거로서 필자가 직접 겪은 실화를 소개 한다.
나는 귀교에 빠져 피골이 상접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무위사(전남 강진군 성전면 죽전리 소재) 주지로 재직할 때이다. 강진 읍에 볼 일이 있어 산문 격인 사천왕문을 나서는데 무위사의 주차장에 고급 자가용차에서 내린 4십대 후반의 신사가 필자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오더니 꾸벅 인사를 해서 필자도 합장 인사를 했다.
그는 후리후리한 키에 지성미가 풍기고 있었지만, 그의 안색은 어두웠고, 피골이 상접하듯 마르고 기력이 쇠해 보였다. 특히 눈을 보니 몽환(夢幻)에 젖어 보이는 눈이었다. 눈이 꿈꾸는 듯한 약간 맛이 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그는 절박하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내주세요. 여쭐 말씀이 있거든요."
나는 버스시간이 촉박했지만, 그의 소청을 무시하고 버스에 몸을 싣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 서서 대화를 나누기로 하지요.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김영만(가명)이라고 합니다. 서울시내의 여고 3학년 미술선생을 하고 있지요."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차에서 두툼한 미술책을 찾아 내게 건네 주었다. 일별하니 그의 미술업적이 담긴 책자였다. 그의 약력란을 보니 서울대 미술과를 졸업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다시 어색하게 웃고는 말했다.
"스님, 저는 사실 이상한 시달림을 받고 있어요. 매일 밤마다 눈을 감으면 절세미인이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하여 관계를 맺고 있어요. 깨어나면 팬티에 흠벅 사정을 해놓고요. 꿈속에 미인을 만나 육체관계를 맺은 후 이마에서는 가끔씩 거센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남몰래 정신병원에도 가서 진찰과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별무 효과입니다. 저의 아내에게 고백해 보았지요. 아내는 중국 귀신영화 천녀유혼(?女幽魂) 등의 테이프를 너무 많이 본 탓이라며 깔깔 거리며 웃어 버립니다. 오히려 아내를 두고 꿈속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성질을 내고 질투를 해댑니다. 아무도 저를 이해해주지 않아요. 사실 천녀유혼 등의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 본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꿈속에 어떤 여자가 많이 나타납니까?"
"예... 천녀유혼의 여주인공 왕조현입니다. 왕조현이 꿈속에 나타나 잠자리를 요청해옵니다."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절세미인 왕조현을 얼마나 연모했으면 꿈속에서 육체관계를 맺고 급기야 피골이 상접한 처량한 신세가 되었을까. 캐나다에서 친정집이 있는 대만으로 돌아와 있다는 왕조현에게 연락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왕조현이 꿈속에 와서 육체관계를 요구한다니 진짜 현실의 왕조현이 알면 명예훼손이 심하다며 솟장을 제출할 일이 아닌가.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경에 마음은 가지가지 그림을 그리는 화공(畵工)과 같다.(心如工畵士)고 했습니다. 김선생님이 간절히 생각하는 대로 마음은 환상을 만들어 선생의 꿈속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 환상에 너무 집착해서 연모하는 여자가 꿈속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선생이 스스로 만든 마음의 병입니다. 그 병에서 벗어나려면 선생이 스스로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합니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다. 그의 눈은 환상에 빠져 극도의 신경쇠약 증세가 찾아와 있었다. 불안정하고 몽롱한 눈은 조만간 직장에서 물러나야 하고, 가정은 깨어지며 발광으로 이어지는 불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오랜시간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처량한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는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자탄(自歎)했다.

꿈속에서 귀교가 깊어지면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있는가? 치유할 수 없는 중병이 들고, 급기야 요절을 하고 만다. 귀신과 성교를 자주하면 기력이 쇠하고 급기야는 귀신이 저승으로 데려가고 마는 것이다. 필자는 그 날, 김선생에게 귀교의 단절을 위해 이렇게 말해주었다.
"병을 치유하고 싶습니까?"
"제발,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나는 그에게 세 가지의 치유처방을 말해주었다.
"비유컨대 컴퓨터에 음란물이 깊이 자리잡으면 컴퓨터를 켤 때마다 자동적으로 음란물이 제일 먼저 접속되듯 눈만 감으면 나타나는 미인과의 귀교를 중단하는 방법은, 첫째, 마음속에 꿈속의 미인과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비우고, 둘째, 불경이나 성경, 또는 현자들의 말씀을 마음에 충만하도록 노력하고, 셋째, 현재 육신을 갖은 아내를 일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그러면 환상은 자연히 사라지고 건강한 삶을 사실 수 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명심하여 실천하겠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법력으로 우선 저의 미간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부터 없애주세요…."
나는 일순 하마터면 실소할 뻔 했다. 미간에 무슨 바다가 있나? 역시 김영만의 마음에서 짓는 환청일 뿐이다. 나는 김영만에게 강조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파도소리나, 꿈속의 여자나 모두 선생 스스로 마음에서 설정한 결과일 뿐입니다. 마음 한번 바꾸면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됩니다. 앞서의 세 가지 방법을 실천하세요. 파도소리도 사라집니다."
그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은 거듭 하면서 또 다른 말을 했다. "스님께서 무슨 부적(符籍)이라도 써 주시면 속성으로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는 사기적 승려를 만나면, 즉효가 있다며 부적을 써주고 큰 돈을 요구받을 순진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와 작별하면서 원각경(圓覺經)의 핵심귀절을 들려주었다. “이 세상 일체가 환(幻)이다. 지환즉(知幻卽) 각(覺)이다” 는 말을 해주었다. 그는 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나, 필자는 때마침 버스가 도착하여 그와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귀교는 일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가 수행자에게도 귀교는 찾아온다. 성인의 말씀으로 정신이 충만하면 꿈속에 절세미인이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수행도중 망상(妄想)이 들면 꿈속에 미인을 만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정액으로 팬티를 흠뻑 젖게 하는 실수를 하고 마는 것이다. 수행자는 젖은 팬티를 들고 남몰래 세탁장에 들아가 수없이 참회진언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를 외우며 세탁을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꿈속에서 귀교가 이뤄지면 수행자는 자신의 수행력이 태부족하다는 것을 참회, 자탄하면서 가일층 수행정진에 매진한다. 나의 경험상 귀교는 수행자의 마음이 일초라도 흐트러졌을 때 귀교는 있을 수 있고, 일초라도 흐트러짐이 없는 금강과 같은 수행정진이 있을시는 귀교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보름 후, 어떤 여인이 사찰에 전화를 걸어왔다. 김영만의 아내되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요청으로 필자는 다음날 서울의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한 김영만을 만났다. 김영만의 아내는 40대 초반의 매우 뚱뚱한 여자였고 미모가 왕조현 못지않은 미녀였다. 그녀는 여중학교 교사라고 했다. 그녀는 먹성좋은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절박한 신랑의 이야기를 하면서 바나나를 연신 먹어대고 있었다. 김영만은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를 못하고 부끄러운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는 귀교가 중단되지 못한 것같았다. 예전에 비해 더욱 온몸이 뼈와 가죽만 남아 있는듯 했고, 눈빛은 더욱 맛이 가 있었다.
나는 김영만의 피골이 상접한 손을 잡고 그에게 자상하게 질문했다.
"내가 가르쳐 준 세 가지 방법을 실천했습니까?"
그는 마음공부가 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컴퓨터라면 완전히 포맷을 해버리면 될 터인데, 어찌할 것인가? 김영만은 마음수행은 별무관심이고, 여전히 꿈속에서 천녀유혼의 절세미인 귀신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즐기는 것 같았지만,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김영만은 나에게 이번에는 이제 귀에 북소리까지 들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과거 나에게 이마에서 파도소리가 들려온다고 하소연 하더니 이제는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북소리까지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마에서는 파도 소리, 귀에서는 북소리가 괴롭힌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아내는 어느틈에 초코렛을 먹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 아빠는 웃기는 남자예요. 지 마누라는 좋게 생각하지 않고 꿈속의 미인에 빠져 있다네요. 틈만 나면 문닫고 혼자 천녀유혼 비디오를 보고, 천녀유혼에 나오는 여자 사진을 매일 뚫어지고 보고 생각하더니 저 모양 저 꼴이 돼버렸어요. 왜 좋은 제 아내를 놔두고 남의 떡을 넘보지요? 나쁜 놈 아네요? 이혼 수속을 밟아야 겠어요."
나는 탄식을 토하며 김영만에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오매불망 주문(呪文)처럼 외우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간절히 말하고는 작별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아내에게 간절히 말했다. 병든 남편을 버리고 이혼하는 것은 큰 죄악으로 인과응보가 무섭다며, 부디 남편을 돌보며 가정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이 세상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는 통한(痛恨) 뿐인 남녀들은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예컨대, 지하도 등에 누워 현세에 부귀영화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생의 업연에 의해 노숙자가 된 사람들은 엄동설한에 기아와 추위속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면서 꿈속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몽환도 있는 것이다. 또, 배우자의 인연이 없어 홀로 사는 남자, 여자들이 꿈속에서 마음에 든 연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 등이다. 그러나 몽환속에 인생을 사는 것은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다. 따뜻한 육신의 인간은 역시 따듯한 육신의 상대와 사랑을 나누어야 지 몽환속의 귀교에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제현이시여, 몽환속의 귀교는 상상해서는 절대 안된다.
고해대중이시여, 우리 인생 자체도 깨닫고 보면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꿈속같은 인생에서 또 상상의 몽환(夢幻)을 스스로 만들어 짧은 인생의 조기마감, 촉수(促壽)해서야 되겠는가? 눈을 크게 뜨고 밤하늘에 항하사 모래수와 같은 성진(星辰)을 우러러 보라. 해와 달과 구름을 보라. 삼라만상(森羅萬象),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제행무상의 법문을 하고 있다. 부디, 몽환(夢幻)으로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여 자리(自利)보다는 먼저 이타(利他) 행을 하는 것이 보살도(菩薩道)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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