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까지 경찰과 자치단체·고용노동청 등이 염전과 양식장, 축산시설 등 3만8000여 곳의 사회적 약자 인권침해사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서울이나 광주지역 역과 터미널주변에서 노숙자를 유인, 이들을 섬 지역에 팔아넘긴 5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하였다. 이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3명의 노숙자를 섬지역 염전 등에 팔아넘겨 약 185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이제까지 100여명 이상을 염전에 팔아넘겼다고 하였다. 이런 것만 보아도 사람들에게 숨겨진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소식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재벌 회장이 하루 일당 5억 원 노역으로 판결이 난 것이다. 이 판결의 주인공은 대주그룹의 허재호 전 회장인데, 벌금 249억 원을 49일의 노역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노역장 하루 일당을 계산하면 무려 5억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계산되어진다.
이는 이전에 삼성 이건회 회장의 노역장 일당이었던 1억 100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이건회 회장의 경우 2008년 탈세 등의 혐의로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바가 있다. 그때에도 하루 일당이 어떻게 1억 1000만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분노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5배 이상으로 뻥튀겨져서 5억 원이 되었다. 게다가 주말에는 노역을 하지 않아 벌써 10억 원을 갚은 셈이 된 것이다. 일반인은 보통 하루 노역장 일당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을 빗대어 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노역장 유치가 최대 3년까지 가능하므로 만약 허회장이 이를 꽉 채워 3년을 다한다하더라도 하루 노역 일당은 약 2천만 원 이상이다. 3년 꽉 채워도 일반인의 하루 일당으로 인정되는 것의 2천배이상 차이가 난다. 하루 일당 2천만원이라해도 상식에 안 맞는데 5억 원이라는 것은 가당키나 한 것인가?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러한 판결이 1심보다 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이 선고되었고 이것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된 것이다. 1심도 재벌들에게 관대하게 내려지는 처벌의 공식,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항소심은 이를 한 술 더 떠 재벌 봐주기식 편향된 판결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허재호 회장은 그동안 미납한 벌금과 국세가 엄청나다. 벌금 254억 원, 국세 123억 원, 지방세 24억 원, 금융권 빚 233억 원(신한은행 151억 원·신용보증기금 82억 원)을 내지 않고 도피한 혐의 등으로 인터폴에 수배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2010년 초 형사 재판 진행 중에 뉴질랜드로 출국하여 약 4년 동안 귀국하지 않고 호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도되었다는 대주그룹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KNC 건설사를 창립해 10년 넘게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자금출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검찰과 국세청, 광주시가 아주 이례적으로 ‘허재호 회장의 벌금, 국세미납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합동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특정 사건을 다루기 위해 합동회의까지 했는데 그 결과가 우습게도 노역장 행이라는 것이다.
허 회장이 노역장에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노역장에 가면 일의 종류로 쇼핑백 만들기, 식품공장에서 제조하거나 가구 만들기 등이 있다. 언론들에 따르면 24일 광주교도소 관계자들은 “허 전 회장의 연령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간단한 풀칠 작업 등을 하는 쇼핑백 만들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루 8시간 간단한 풀칠로 5억 원을 창출하는 셈인데 빌게이츠도 울고 갈 생산성이다. 해외에서 4년 넘게 도망 다니며 호화생활을 하던 허회장이 왜 지금 이 시점에 귀국을 했을까? 언론에서는 ‘허 회장은 검찰과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않고서야 감옥행과 다름없는 귀국 행을 순순히 선택했을 이유가 없다.
한편 노숙생활을 하던 한 노숙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만 5600원을 훔치고 징역 3년을 받았다. 허회장과 상황을 비교하면 징역 3년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절도 전과가 여러 번이라서 가중처벌에 의해 형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같은 시각에 이렇게나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법부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장발장이 춥고 배고픔에 의해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내용이 담겨있는 ‘레미제라블’을 사법부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생계형 범죄자는 법으로 인해 형량은 지키면서도 왜 강자들에게는 형량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일반국민들은 노역장 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서 왜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조차가 없는 것일까?
허회장 사건 담당 장병우 부장판사는 광주지방법원장으로서 막중한 역할이 있는데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들에게 납득이 가는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동원된 전관예우, 지역법관제도의 폐해로 유착설이 불거지고 있다. 일전에 신임 광주지법원장이 될 때의 장병우 판사를 평가한 내용을 보면 ‘광주·전남에서만 근무해 지역사정에 밝고 광주고·지법의 수석부장을 지내며 동료 법관이나 지역 법조인의 의견을 청취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 사법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인 허정숙 여사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민주당 장병완 의원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라고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장병우 판사에 대한 평가가 바뀌어야 될 것 같다. 노역 일당 5억 원으로 신기록을 세운 판사로 말이다.
글 :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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