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판 나토 창설 : 이르면 2029년 출범 가능
- 2027년부터 모스크바가 유럽에 위협을 가할 수도...
- 나토를 탈퇴한 미국은 홀로 더 잘할 수 있을까?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탈퇴 가능성과 이란 전쟁에 대한 동맹국들의 반응이 나토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나토의 미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행동은 나토의 신뢰도를 훼손하며, 미국의 역할과 유럽의 의존도가 주요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멸’을 표시했으며, 이란 전쟁에 동맹국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강하게 여러 차례 비판하면서 나토 탈퇴 검토를 시사하는 등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 개입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은 나토 동맹국들은 동맹 간의 균열을 심화시키며, 대서양 동맹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탈퇴를 위해서는 상원의 3분의 2 찬성 또는 의회의 법안 통과가 필요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적 지원을 자동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으며, 미국이 유럽에 배치된 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은 동맹의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나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유럽 동맹국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의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나토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여전히 존재하며, 나토는 미국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러시아가 나토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2027년 또는 2029년 즈음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는 냉전 당시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동맹으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작동해왔다. 유럽은 나토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지만, 나토가 유럽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생각은 왜곡된 것이다.
트럼프의 나토에 대한 괘씸죄 혹은 불평불만을 초래한 이란 전쟁은 대서양 동맹에 균열을 심화시키며,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의 나토 동맹국에 대한 경멸은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방비 지출에 대한 분노부터 최근에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트럼프는 오랫동안 나토 동맹국들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어 왔다. 지난 2월 28일 전격적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의 작전을 ‘장대한 분노’(epic fury)라고 명명했는데, 아마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도 ’장대한 분노‘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분석가들은 나토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동맹 간 균열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화시켰다고 말한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불참을 “결코 지워지지 않을 오점”(a stain on the alliance that will never disappear)이라고 비난했다. 몇 시간 후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더욱 직설적으로 “이번 분쟁은 대서양 횡단 스트레스 테스트(a trans-Atlantic stress test)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공방은 전문가들이 나토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하는 중동 위기가 드러낸 핵심 질문을 부각시킨다. 다시 말해, 특히 미국이 탈퇴할 경우 대서양 동맹이 존속할 수 있을까?
짐 타운젠드(Jim Townsend)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선임연구원(전 미국 국방부 유럽·나토 담당 차관보)은 “현 미국 행정부는 물론 차기 행정부에서도 나토가 예전처럼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짐 타운센드의 말처럼 상황은 그렇지만, 트럼프는 마음대로 미국을 동맹에서 탈퇴시킬 수 없다. 공식적으로 그렇게 하려면 미국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거나 의회의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나토가 미국 양대 정당의 많은 의원들로부터 여전히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있다. 미국은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지원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나토(NATO) 조약 제5조는 회원국의 집단 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군사적 대응을 자동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워싱턴이 실제로 지원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은 유럽 전역에 배치된 약 8만 4천 명의 미군을 유럽 밖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당시 비협조적이었던 국가들에 있는 일부 미군 기지를 더 우호적인 국가들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군 기지를 폐쇄하고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할 수도 있다.
미국이 유럽에 제공하는 안보 보장이 나토 창설 이래로 나토의 근간을 이루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철수는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나토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역임하고, 이탈리아 대통령실 고위 고문을 지낸 스테파노 스테파니니(Stefano Stefanini)는 “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지 않아도 나토를 약화시킬 수 있다. 탈퇴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이미 나토가 효과적인 동맹으로서 갖는 신뢰도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토 유럽 동맹국들이 무력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방위산업의 취약성과 미국에 대한 깊은 의존성을 드러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을 비롯한 미·중·나토 동맹의 수많은 외교적 위기가 더해지면서 유럽 동맹국들은 국방력 강화에 더욱 투자하게 됐다.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은 62% 이상 증가했다.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안보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이 미국의 과도한 의존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타격 능력, 정보, 감시 및 정찰, 위성 정보와 같은 우주 기반 역량, 물류, 통합 공중 및 미사일 방어 등을 포함한다. 미국의 도움 없이 효과적인 전투 능력을 확보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향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며,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의 핵심 요소들을 대체하는 데에는 약 1조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추산(推算)도 있다. 유럽의 방위산업체들은 생산량을 신속하게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유럽 국가 군대들은 병력 모집 및 유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제방위산업연구소(IISS)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판 나토”(European NATO)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 산하 스톡홀름 동유럽연구센터의 분석가인 민나 알란데르(Minna Alander)는 “나토가 오랜 세월 동안 유럽 국가들 간의 군사 협력을 위한 기구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강조했다.
알란데르는 “따라서 유럽 회원국들이 비록 형태는 완전히 달라지더라도 나토를 유지할 동기가 있기 때문에 나토는 이란 전쟁, 심지어 미국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존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시한을 2029년으로 보고 있다. 독일 국방참모총장 카르스텐 브로이어(Carsten Breuer) 장군은 “그 시점에 러시아가 나토 영토를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병력을 재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브로이어 장군은 지난해 5월 “하지만 그들은 훨씬 더 빨리 우리를 시험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독일군에 그때까지 무기와 기타 물자를 완전히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은 모스크바가 이르면 2027년부터 그러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나토가 없으면 더 잘될까?
스테파니니에 따르면, 나토에 대한 논쟁은 종종 왜곡되어 나토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보호하는 것, 즉 미국이 유럽에 베푼 특혜라는 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나토는 냉전 초기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동맹 네트워크였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국가를 동맹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가입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적의 친구로 취급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 대한 공격 이후, 나토는 워싱턴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5조를 발동하여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병했다. 그곳에서 수천 명의 군인이 전사했으며, 그중에는 영국군 약 500명과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 출신 수십 명이 포함됐다.
이란 전쟁 당시 유럽 기지들은 미군에게 유용한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 겉으로는 비록 많은 국가들이 공개적으로는 그 분쟁과 거리를 두긴 했지만 물밑으로는 긴밀하게 관계가 유지됐다.
스테파니니는 “나토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직이었고, 트럼프는 이러한 측면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며, “유럽 역시 국방 투자를 소홀히 하고, 나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책임이 있지만, 나토가 오직 유럽의 전략적 이익만을 위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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