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부산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통합 추진의 전제 조건으로 주민 중심 원칙과 자치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광역 간 협력과 통합은 균형발전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지만, 통합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지방의 권한 강화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26일 성명을 통해 “경남·부산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생활권과 경제권, 재정과 자치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화”라며 “통합의 주체도 수혜자도 최종 결정권자도 주민인 만큼, 주민 참여 없는 통합은 갈등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 논의에서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행정 효율을 앞세운 속도전이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와 정보 공개, 주민 의사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투표 등 직접적 동의 절차가 결여될 경우 통합 추진 자체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담겼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역시 통합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박 지사는 “중앙정부가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통합 자치단체의 위상과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분권과 자율성 확대를 위한 ‘광역자치단체 통합 기본법’ 제정과 주민투표를 통합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경남도당은 “박 지사의 방향과 입장을 지지한다”며 “통합은 중앙의 계획이나 정치 일정이 아니라 주민의 선택을 우선하는 상향식 절차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통합이 실질적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권한 이양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통합 지방정부에 재정권과 조직권, 입법권 등 핵심 자치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지역 경쟁력 강화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기반과 행정 구조가 다른 경남과 부산의 특성을 감안할 때, 통합 이후 행정체계 설계와 공공서비스 유지 방안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뒤따랐다.
경남·부산 통합은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 추진되는 광역단위 통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 단기적 행정 효율이나 정치적 성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주민 삶의 변화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경남도당의 시각이다.
특히 정치적 구호와 속도전에 대한 경계도 분명히 했다. 경남도당은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5극 3특’ 정책이 지역 경쟁력 강화보다 중앙의 틀 구성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를 언급하며, “통합 역시 중앙정치의 전략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의 성공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주민이 체감할 실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추진 명분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통합의 목적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경남·부산 통합이 주민을 위한 통합, 주민이 결정하는 통합, 주민의 미래를 위한 통합이 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주민 동의와 자치권 보장이 최대의 기준으로 작동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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