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세계는 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혼탁해지고, 곳곳에서는 갈등 고조, 난민, 전쟁 등 미래가 불투명한 세계 속으로 흐르고 있다. 이러한 난맥상 속의 세계에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빼앗기고 있다.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이 선종했다. 지난 2월에 입원해 한때는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으나, 다시 활기를 되찾아 가면서 부분적이나마 활동을 재개 선종 전날에는 바티칸에서 시자들 앞에 모습을 보이고, 기독교 부활절 성명을 낸 지 얼마 안 됐다.
교황은 성명에서, “평화는 가능하다”며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가자지구의 전투 중단을 호소했다. 선종 직전까지 ‘평화의 희망’을 계속 호소한 교황의 유언은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무겁다.
전 세계 약 14억 명의 신자가 있는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지난 2013년 3월에 즉위했다. 그 이후 12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뿐만 아니라 분쟁이나,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구제에 온 힘을 다해, 말과 행동으로 ‘평화 존중’ 메시지를 발신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한 교황은 고난 속의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이웃집 아저씨처럼 온화하고 다정하게, 그리고 진심 어린 애정을 보이며, ‘평화란 이런 것에서부터 나온다’는 메시지를 암시했다. 평화는 첨단 무기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온화하며 배려, 사랑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교황 스스로 언행으로 실천해 보였다.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세월호 사건 유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진정한 평화는 정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대규모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하자, 교황은 “다리(bridge)가 아니라 벽(wall)을 쌓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로마 교황으로서 38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로부터 핵무기의 폐기를 세계에 호소하기도 했다.
12년 재위 중 교황이 방문한 나라는 약 60개국이 넘는다. 그는 처음으로 남미에서 선출된 교황으로서 유럽 출신 역대 교황들이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발길을 옮겨 세상에 큰 울림을 주었다.
불량한 초강대국 지도자의 일방적 생각에 의해 세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입장이 다른 상대와도 기꺼이 마주하고, 관용의 정신을 체현하려고 한 교황의 움직임 역시 큰 감동의 하나이다.
기독교가 동서 분열을 한 이후, 동방교회의 초대 세력인 러시아 정교회 수장과 사상 처음으로 회담하는 등 교황의 행보는 독보적이었다. 늘 “열린 교화”를 목표로 개혁을 진행해 왔다. 사제가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주는것을 인정하는 등 금기 타파에 도전장을 냈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직자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해, 그의 개혁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다양성(D)과 형평성(E) 그리고 포용성(I) 즉 DEI가 평화를 만드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체에서 이러한 DEI를 몸소 실천으로 옮긴 교황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와 비(非)가톨릭 신자 모두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영감을 준 보기 드문 세계 지도자”라며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칭송했다.
곧 프란치스코 교황 다음으로 고위 성직자의 추기경 투표(콘클라베)가 실시돼, 새 교황이 결정된다.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 교황도 평화롭고 관용적인 세계의 실현을 위해 뜻을 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