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범죄자 유전자DB 법안, 철회해야 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 범죄자 유전자DB 법안, 철회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26일) 오전, 국무회의는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법 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법안이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과 경찰은 이와 유사한 법안을 이미 지난 97년경부터 추진해왔지만, 관할권을 두고 벌어진 갈등과 무엇보다도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으로 법 추진이 미뤄진 바 있다. 여전히 범죄자 유전자DB 구상 자체에 대한 인권적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도 없이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검경은 과학수사를 통한 범죄수사의 효율성 증진과 무고한 사람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여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범죄자 유전자DB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 개인의 신체적 총체성을 침해하는 유전자샘플 채취 및 개인의 고유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축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다. 정부는 이같은 인권침해를 대가로 얻어질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무엇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범죄자 유전자DB 법안을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 보더라도, 인권침해의 위험성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유전자분석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유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범죄들이 선정되었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다. 예컨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의 규정에 따르면, 다중이 행하는 경매입찰방해나 범죄단체 이용 및 지원 등의 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유전자분석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들 범죄의 경우, 도대체 유전자정보가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검찰이 일단 무차별적으로 유전자정보 채취의 대상부터 확대하고 보자는 식으로 법안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둘째, 설령 죄가 확정된 자의 경우, 증거확보 차원에서 유전자정보의 수집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있는 피의자의 유전자를 무차별적으로 채취하고 분석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할 수 없다.

이는 형법의 기본 원리인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충돌되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피의자가 무죄라는 전제 하에 형사사법활동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는 다름 아닌 검찰이 가지고 있다. 인권보호의 최후보루라는 검찰이 자신들의 본래 의무마저도 포기한 채, 수사편의를 위한 유전자정보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매우 볼썽사나운 일이다.

셋째, 유전자샘플 채취와 분석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면, 다른 증거 확보 등으로 유전자분석의 필요성이 없을 경우에도, 무조건 유전자샘플 채취가 진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보다 인권침해가 적은 방식의 수사가 가능함에도, 유전자정보 구축과 유전자분석에만 의존하는 수사관행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분석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미국 등 사례를 통해 충분히 알려져 있다. 결국, 검찰은 과학수사라는 명목 하에 실질적인 과학수사를 포기하는 입장에 서고자 하는 것이다.

넷째, 유전자샘플을 채취하고 유전자정보를 분석, 이용,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인권적으로 취약한 수형자에 대한 유전자샘플의 채취를 전문기관이 아닌 해당 교정시설의 장이 진행한다는 것은, 수형인의 인권을 도외시한 무모한 발상이다. 더구나 법안 제12조의 규정에 따르면, 유전자정보를 직권으로 삭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삭제신청마저 하지 않는다면, 해당 정보가 영구 보존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원칙에 입각한다면, 당연히 직권으로 삭제를 하고, 본인에게 의무적으로 삭제사실을 통보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수준 이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다섯째, 범죄자 유전자DB의 이원적 구축 및 운영이 예상되고 있다. 범죄수사의 효율성이라는 정부의 명분에 비판적이라 하더라도, 수형자는 검찰청이, 피의자는 경찰청이 유전자DB를 이원적으로 구축하는 현재의 법안은 전형적인 나눠먹기식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할권 갈등을 벌여온 검찰과 경찰이 인권침해 비판은 외면한 채, 제 권한만 늘리려는 속셈이 드러난 것이다.

국가에 의한 유전자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많은 인권시민단체는 범죄자 유전자정보DB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이번 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입법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6년 7월 26일 민주노동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