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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정국이 초입부터 불법 도청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은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정치사찰에나 열을 올리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불법도청'이 광범하게 이뤄진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도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국정원과 함께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도청 자체'에 대한 진실게임은 이미 승부가 갈린 듯 하다. 도청 대상이 된 관련자들 중 여당측 인사들만 전면 부인하고 있을 뿐,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비롯하여 신문기자들이나 차정일특검 등 중립 인사들까지도 도청의 개연성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청 게이트' 공방은 '도청 자체'의 진위 공방이기 보다는 '도청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쏠려 있는 셈이다.
도청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러므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지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도청 녹취록'에서 드러난 '공작정치'의 편린들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당초 누구도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이인제 후보가 DJ의 친위대 성격을 갖는 광주지역에서 시작된 이른바 '노풍'에 의해 처참하게 패배했을 때,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른 바 '음모론'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심증은 있었지만 '정치공작'의 성격상 어떤 구체적 증거도 찾아 보기 어려웠다. 광주지역 민주당 경선 직전에 갑자기 광주 5개 구청장이 노무현후보와 만찬회동을 했었다는 사실 정도가 '음모론'의 단서로 거론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고통치자인 DJ를 허수아비로 만들면서까지 인사권 등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는 박지원씨와 노무현 후보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김원기의원의 통화기록을 통해 우리는 이인제씨측이 제기한 이른바 '음모론'의 단편적 증거들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인제씨가 어제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것 또한 '도청게이트'를 통해 자신이 청와대와 그 직할세력의 공작에 의한 '희생양'이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불법도청'의 폐해는 일반사람들의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고 중대한 문제다. 얼핏 특수계층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쟁점같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국민 누구나가 '불법도청'으로 인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하게 된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현실적으로 '불법 도청'은 '공작정치'의 핵심수단으로서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권력자 또는 권력집단의 이해관계를 최우선 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왜곡을 초래하는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청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현실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민주주의 질서 위협이라는 상징적 의미 이상의 현실화된 폭발물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불법도청 사실을 폭로하며, 부분적으로 공개한 '도청 녹취록'은 물론 선택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만을 가지고 사실 여부를 논하고, 그 폐해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반감된다. 그러나 하루에 3,000여건이 도청되고 있다 하니, 공개되지 않은 영역에 얼마나 많은 '도청의 내용'이 축적돼 있으며, 이것들이 권력집단의 뜻에 의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치를 왜곡하는 '공작정치'의 무기로 활용됐겠는지는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요즘 많은 여당측 인사들이 민주당과 '호남후보 노무현'의 몰락을 예견하며 한나라당으로 속속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전에는 뜬금없이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던 야당의원들이 여당으로 말을 갈아탔었다. 그것도 수십명이 그랬다. 그렇다면 그때도 그 가운데는 '불법도청'으로 약점을 잡힌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꽤 있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도청이 민의를 어떤 방식으로 왜곡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불법도청'은 이와같이 그것을 무기로 한 '공작정치'의 폐해라는 점 말고도, 전국민을 사생활 감시와 통제의 위험에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중대 범죄이다. 요즘 어느 후보측이 유행시킨 유행가의 제목을 빌자면, '누구라곤 말하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바로 이러한 음습한 공작-음모정치를 통해 후보의 지위를 획득했을 수도 있다.
오늘 '도청게이트'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그가 어떤 후보든 '공작정치'를 통해 성장하고 정점에 올라선 인물이 있다면 그의 정체를 똑바로 알고 냉엄한 '선택'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세풍' '안풍' '북풍' '병풍'...그리고 '재탕 병풍'에 이르기까지 줄이은 폭로 공작정치로 야당총재를 매도하며 자신들의 실정과 부패를 은폐해온 세력이 '도청게이트'에 대해 '폭로정치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은 실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도 남는 일이다.
나아가, 정략적 목적을 위해 조작된 각종 '폭로형 의혹'들에 대해서는 '조작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아랑곳 없이 줄기차게 이상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는가 하면, 그 조작된 의혹들을 연신 인터넷상에 퍼나르며 의혹 확산에 앞장서는 노사모류의 일부가 '폭로정치'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에서는 실소를 넘어 애처롭다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적어도 민주주의 질서와 국민 전체를 중대한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는 '도청게이트'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진상규명을 외쳐야 한다. 목전에 다다른 대선조차도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도청게이트'의 심각성에 눈을 떠야 한다. 누가 도청게이트를 은폐하려 하는지, 누가 이 문제를 파고들어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살펴야 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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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신문 보는사람 별로 없는듯
참으로 다행입니다^^